정기석 교수, 국회토론회에서 국무총리실 산하 질병관리처 승격 제안
기모란 교수 등은 조직 개편시 형태보다 질본 본질적 기능 강화 강조하기도

[의학신문·일간보사=이재원 기자] 질병관리본부의 감염병 대응 등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정부가 질병관리청 승격을 추진하는 가운데, 실질적으로 질본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보장하고 강화하기 위해서는 질병관리청이 아닌 국무총리실 산하의 '처'로 개편해야 한다는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정기석 전 질병관리본부장(한림대 호흡기내과 교수)은 지난 9일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이 개최한 ‘질병관리청, 바람직한 개편 방안은?’ 토론회에서 질병관리청 대신 '처'로의 개편을 주장했다.

정부의 질병관리본부의 청 승격을 담은 조직 개편안에 대해 정기석 교수는 현행 제도를 유지하는 것만 못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정기석 교수는 “보건담당 제2차관이 생겨나면 질병관리청에 영향력을 행사할 것은 자명하다”면서 “그랬을 때 과연 현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이 더 업무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정기석 교수는 청 승격의 대안으로 질병관리처 개편을 제안했다. 정기석 교수는 “질병관리본부는 국무총리실 산하의 처로 개편되어야 바람직하다”면서 “그래야만 차관의 필연적 개입으로부터 벗어나 컨트롤타워로 복지부와 상호작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질병관리처로의 승격 및 조직개편은 청 승격을 담은 정부개편안의 보완안 혹은 대안으로 거론된다. 20대 국회에서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이었던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은 최근 질병관리처로의 조직개편을 내용으로 하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기 의원은 "청의 경우 부령의 제·개정 권한이 없어 소속된 부의 통제 범위 내에 있지만, 처의 경우 부령인 총리령의 제·개정 권한을 가진다는 점에서 독립성을 담보할 수 있다"며 "나아가 시행령의 제·개정을 제안할 수 있어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있어 최종 컨트롤타워로서의 역할이 가능하다"고 법안 발의 이유를 설명했다.

이날 토론회 발제자로 참여한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 역시 바람직한 청 승격안을 제시하는 한편, 대안으로 보건부 설립 혹은 질병관리처로의 개편도 고려할만 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 “청·처·보건부 등 개편 형태보다 중요한 것은 질본의 본질적 기능 강화”

토론에 참가한 다른 전문가들은 개편의 형태·방식보다 중요한 것은 질병관리본부의 본질적 기능 강화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기모란 국림암센터 교수는 “코로나19에 K-방역이다 뭐다 하지만 전력으로 단기에 막아낸 것 뿐이며, 장기전에 대한 대비는 하나도 되지 않았다”면서 “장기전을 대비해 처로의 개편이 더 나을지, 청이나 보건부 독립이 더 나을지 근본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해외에서 한국은 방역 성공에도 연구 자료를 내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의심의 눈

김윤 교수

초리를 보내고 있다”면서 “전쟁으로 치면 질본은 나가서 싸우는 군인만 있지 무기를 개발하고 평가를 주도하는 조직이 없기에 연구능력 강화도 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국립보건원을 보건복지부로 보내는 것 등 국민이 집중하는 사안에 논의가 따라가서는 안된다”면서 “중요한 점은 복지부로 보내더라도 질본의 제기능을 유지시키는 연구조직이 만들어지느냐 같은 질본의 본질적 기능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에서는 질병관리청 등 조직개편을 통해 감염병 지역 대응력을 높이는 방안도 모색됐다.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질병관리청 개편 이후에도 시군구 행정력과 보건소, 질병관리청 등이 뭉쳐 지자체 감염병 대응 자원을 늘리고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