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 편차 철폐 VS재정‧남용 우려 격돌…투석‧정신병원 입원료‧식대 등의 우선순위 선정도 ‘관건’

의료급여 대표사진. 보건복지부 블로그 '따스아리' 제공.

[의학신문·일간보사=안치영 기자] 정부가 의료급여 발전 중장기 계획을 수립한다. 건강보험 수준 보장성과 적용을 두고 재정 측면과 서비스 남용 우려가 격돌하며, 건강보험과 결이 다른 투석‧정신병원 입원료, 식대 수가 등의 건보 수준 적용 순위도 논의될 것으로 전망돼 관계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9일 보건복지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장관 박능후)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원장 조흥식)과 3개월간 전문가·유관기관 및 17개 시·도를 대상으로, 중장기 의료급여 제도의 발전방안 수립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진행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번 정책토론회를 통해 올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추진 중인 ‘제2차 의료급여 3개년 기본계획 수립 연구안’에 대한 전문가 견해 및 정책 실무자 의견을 사전 수렴한다.

또한 전문가·유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 간 논의사항은 지역사회 중심의 의료급여 제도가 정착될 수 있도록 중장기 의료급여 정책 방향을 수립하는 데 활용할 예정이다.

속도 조절 가늠하는 정부, 재정 위기와 보장 확대의 ‘기로’

의료급여제도는 현재 국민건강보험제도와는 다르게 환자 본인부담이 거의 없으며, 이에 따라 일부 의료이용 항목 혹은 서비스 수준이 제한돼있다. 혈액투석과 정신병원 입원료 정액제, 식대 수가 등이 대표적인 항목이다.

당장 보건복지부는 의료급여 또한 건강보험 수준으로 가야한다는데 동의하고 있다. 이영재 복지부 기초의료보장과장은 “궁극적인 목표는 건강보험과 동일한 서비스 제공”이라면서도 “목표는 누구나 동의하지만, 목표로 가는 과정, 즉 세부 항목들의 타임테이블은 당사자마다 각각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재정이다. 국민이 보험료를 내고 서비스를 받는 건강보험과는 달리, 의료급여는 국민 세금으로 제공되는 사회제도다. 국고를 쥐고 있는 기획재정부 입장에서는 의료급여 비용 자체를 ‘단순 지출 비용’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며, 비용 절감을 위해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는 의미다.

의료서비스 남용 문제도 거론될 수 있다. 의료급여는 세금 지출 부담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차상위계층과 기초생활수급권자가 이용한다. 게다가 본인부담금이 거의 없거나 ‘제로’이기 때문에 이용자의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이와 관련, 이미 정부에서는 의료수급권자에 대한 이용 패턴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의료급여제도 중장기 계획 설정 중 가장 큰 이슈가 재정과 서비스 남용이라면, 세부 항목별로 보면 ‘무엇을 먼저 세팅하느냐’에 대한 논란도 남아있다.

의료급여와 건강보험 중 가장 큰 차이점은 ‘정액제’의 유무다. 의료급여의 경우 혈액투석과 정신병원 입원료 등 일부 항목은 건강보험과 다르게 정액제 제도로 운영되고 있다. 의료급여환자의 경우 해당 서비스에 대해 적극적으로 자원을 투입하고 노력해도 받는 돈은 설정된 금액을 넘어설 수 없다. ‘최소한도의 서비스 자원 투입’을 부추기는 상황인 셈이다.

이에 대해 정부 또한 문제점을 인식하고는 있지만, 당장 재정당국 설득이 어려워 전면적인 개편을 하긴 어려운 실정이다. 다만 의료급여 환자 중 정신질환 외래 환자는 최근 정액제에서 행위별 수가로 전환된 바 있다.

의료급여 환자의 식대도 개선해야할 부분 중 하나다. 20대 국회 당시 더불어민주당 윤일규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공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의료급여 환자의 식대가 건강보험 환자보다 최대 960원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급여 환자의 식대 문제는 지속적으로 지적되고 있으며, 건강보험 환자 수준으로 인상해야 한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다만 정부는 이 모든 것들을 한 번에 개선하기는 어렵다고 인식하고 있다. 의료계 관계자들도 이번 토론회 등 의견 수렴을 통해 우선 순위를 정함과 동시에 제도 개선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이번 의견 수렴 내용을 토대로 정부의 의료급여 제도 개선 속도가 설정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토론회의 무게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중론이다.

정부 관계자는 “하루 아침에 개선이 어렵다는 점은 정부와 의료계 모두 알고 있다”면서 “지금은 공감대 형성이 우선이며 3개년 중장기 계획 설정을 위해 많은 의견이 개진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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