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가협상 동시 결렬에 공동 대응 예상됐지만…원격의료서 입장 충돌
의료계 일각, 상호 협의 없는 입장만 대변 우려…이제라도 한목소리내야

[의학신문·일간보사=김현기 기자] 정부에서 ‘코로나19’ 감염병 사태를 계기로 추진을 예고한 비대면 의료서비스, 즉 원격의료에 대해 의료계와 병원계가 엇박자를 내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에서는 그동안 비대면 진료에 대해 거세게 반발해온 반면 지난 4일 대한병원협회(이하 병협)가 “비대면 진료제도 도입에 원칙적으로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난 2일 수가협상이 결렬되면서 정부의 일방적인 협상 방식에 함께 대응할 것으로 예상됐던 의협과 병협은 오히려 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앞서 정부는 ‘코로나19’ 감염병 사태로 한시적인 전화상담 등을 실시하면서 비대면 진료의 편의성과 그 효과성을 강조하며, 원격의료에 대한 긍정적인 검토와 적극적인 추진 의지를 밝혀왔다.

이에 의협을 중심으로 의료계 전역에서는 대면진료의 원칙을 강조하며, 오진의 가능성과 불명확한 책임 소재 등을 이유로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최대집 의협회장은 “만약 정부가 ‘코로나19’ 혼란기를 틈타 원격의료를 강행한다면 모든 것을 걸고 극단적인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아울러 의협은 공식적으로 대회원 서신문을 통해 현재 정부 한시적으로 허용되고 있는 비대면 전화상담의 중단과 일부 지자체의 ‘규제자유특구 원격의료 사업추진’에도 불참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이같이 의협이 정부의 원격의료 추진 반대를 고수하고 있는 가운데 병협에서 갑자기 △초진환자 대면진료 원칙 △적절한 대상질환 선정 △급격한 환자쏠림 현상 방지-종별 역할 차별금지 △의료기관 선택권 보장 등을 전제 조건으로 비대면 진료의 원칙적인 찬성 입장을 밝힌 것.

더불어 병협은 비대면 진료방식의 검토와 추진을 위해서는 의료전문가 단체와의 충분한 협의가 필요하다는 점도 단서로 달았다.

병원계 일각에 따르면 병협에서 이같은 입장을 밝힌 것은 의협이 상의도 없이 무작정 원격의료 반대를 외쳐왔던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이다.

병원계 한 관계자는 “의협이라면 의원뿐만 아니라 병원급 의료기관까지 포함한 각 직역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수렴해 발표하는 것이 정상”이라며 “특히 원격의료와 같이 예민한 사안의 경우 보다 신중을 기해야했지만 의협은 병협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반대 입장을 발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아직 ‘코로나19’ 사태가 현재 진행형이기에 고위험군 환자 등 비대면 진료가 제한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라며 “의협의 일방적인 비대면 진료 반대와 한시적 중단 권고로 인해 병협에서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의협과 병협의 불협화음에 의료계 내부적으로는 시선이 곱지 않다. 양 단체가 중차대한 ‘원격의료’라는 사안에 대해 협의도 없이 각자의 입장만을 대변했다는 이유에서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원격의료는 의협과 병협의 입장이 다를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두 단체가 서로의 입장을 조율해 한목소리를 내지 않는다면 또다시 정부가 일방적인 정책 추진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의료계 관계자는 “이제라도 의협과 병협이 만나 원격의료와 관련 입장차를 좁히고, 정부를 리드할 수 있는 안을 만들어야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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