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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관리청 승격, ‘빛 좋은 개살구’ 되나연구 기능 전담 조직인 ‘국립보건연구원’ 복지부로…진단‧연구 기능 사실상 상실
질병관리본부 전경

[의학신문·일간보사=안치영 기자] 정부가 질병관리청 신설 추진을 위해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가운데 정부안이 오히려 질병관리청의 손발을 자를수 있다는 지적이 정부 내에서도 제기되고 있어 주목된다.

 5일 의료계와 정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4일 입법예고된 정부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 등을 통해 질병관리본부 산하 조직인 국립보건연구원을 보건복지부로 이관하는 방안을 세운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보건연구원(NIH)은 질병 예방 등을 위해 자체 연구 진행과 함께 보건의료 연구자에게 과제와 연구자원을 지원하는 국가 연구기관이다. 바이오뱅크(인체자원은행) 등을 보유해 연구자료를 분양하는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문제는 국립보건연구원이 단순한 연구기관이 아닌, 질병관리본부의 주요 업무인 감염병 및 각종 질병에 관한 연구 및 근거 창출을 수행하는데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감염병 대응을 위해 방역·조사·검역·시험(진단검사)·연구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시험과 연구 업무는 국립보건연구원이 담당하고 있다.

 국립보건연구원을 질병관리청이 아닌, 보건복지부로 이관시키게 되면 원활한 업무 흐름이 깨질 수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질병관리본부 산하 위원회 등에 다수 참여했던 한 대학병원 교수는 “(질병관리청과 국립보건연구원을) 따로 떼놓으면 일이 되겠냐”면서 “당장 질병관리본부에 쌓여 있는 데이터 이관부터 골치아플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립보건연구원에서 근무했던 한 정부 관계자는 “질병관리본부와 국립보건연구원 간의 갈등 요소가 많긴 했지만, 일을 하기 위해 갈등이 있었던 것” 이라며 “조직을 아예 분리시키면 질병관리본부 입장에선 업무 협조 받기도 벅차고, 정부조직 개편의도와는 다르게 오히려 국립보건연구원의 상위 기관인 보건복지부에 대한 의존도가 더 높아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립보건연구원이 보건복지부 산하기관으로 이동하게 되면 준정부기관인 한국보건산업진흥원과의 갈등도 점쳐진다.

 현재 약 5000억원 규모의 보건의료R&D는 보건복지부 산하기관인 진흥원이 관리하고 있으며, 약 800억원 수준의 R&D만 국립보건연구원이 따로 관리하고 있다.

 현재는 진흥원이 산업 분야 R&D를 담당하고 국립보건연구원이 기초 R&D를 담당하는 역할 분담이 있긴 하지만, 정부안에 따른다면 국립보건연구원은 보건의료분야 R&D 컨트롤타워가 돼야 한다.

 통상적으로 부처마다 R&D 예산이 한정돼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경계를 정하기 어려운 R&D를 중심으로 주도권을 잡기 위한 갈등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 보건의료분야 연구자들의 지적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결국 질병관리청 승격은 지역 연계만을 고려한 나머지 다른 기능들은 전부 빼버린 듯 하다”면서 “지역 연계조차 엉성하게 설계됐는데 행정직들은 질병관리청을 외면하고, 연구직들은 또다시 암담한 길을 걷게 될 것 같아 두렵다”고 토로했다.

안치영 기자  synsizer@bo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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