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병원계 황당한 수치 제시 정부에 실망-유감 표명…깜깜이 재정-압력 행사 등 지적

[의학신문·일간보사=김현기 기자] “정부는 ‘코로나19’ 감염병 방역에 의료진의 공이 컸다며, ‘덕분에’라더니 막상 수가협상에서는 황당한 수치를 제시하고, 협상이 아닌 통보를 했다.”

의료계 내부적으로 지난 6월 1일부터 2일 새벽까지 진행된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과 대한의사협회(의협)와 대한병원협회(병협)의 내년도 의원, 병원 유형별 수가협상을 두고 이같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건보공단이 공급자단체 측에 최종적으로 제시한 수가인상률은 △약국 3.3% △한방 2.9% △의원 2.4% △병원 1.6% △치과 1.5% 등 순이다.

특히 밴드(추가재정소요분) 규모 또한 공급자들이 기대했던 지난해(1조 478억원) 수준보다 현저히 떨어지는 9416억원으로 책정됐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높은 인상률을 보인 약국과 한방만이 타결, 의원, 병원, 치과의 경우 치열하게 협상을 펼쳤지만 끝내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하고 결렬됐다.

우선 병원계에서는 너무 낮은 밴드와 성의가 부족했던 공단의 협상 방식에 대해 꼬집었다.

병원계 관계자는 “수가협상은 상징성이 있는데 재정소위가 너무 일찍 퇴근하고, 공단 협상단 측에서는 자신들의 입장만 강하게 피력하면서 사실상 통보 수준이었다”며 “지난해는 새벽 5시 넘어서까지 끝까지 노력했는데 이번 협상은 그런 것도 없이 일방적이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병원계 관계자는 “의원도 병원도 생존할 수 있도록 인상률을 제시해야하는데 흥정도 불가능한 수치를 제시한 것부터 답답하다”라며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코로나19’ 감염병 사태에서 피해를 본 의료기관에 대해 조금만 신경을 써달라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결렬된 의원 유형에 해당되는 개원가도 입장은 마찬가지다. 특히 개원의들은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깜깜이로 결정되는 재정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 김동석 회장은 “협상할 때 재정소위에서 말하는 밴드에 대해 공급자들은 액수도 모르고 소문만 난무해 마치 눈치게임을 하는 것 같다”며 “협상이 깨지면 수치 이하로만 받을 수 있다고 압력을 가하는데 사실상 통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메르스 때도 그랬지만 코로나 사태에서도 분명 공단의 재정이 남겠지만 잉여금에 대해 똑같이 비급여의 급여화 등에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며 “앞서 2번이나 결렬시켰는데 이번에도 정부는 원가에도 못 미치는 수가에서 희생하는 의사들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었다”고 언급했다.

의원급 수가협상을 주도한 의협에서도 기대가 컸던 만큼 아쉬움과 유감을 표명했다.

의협 김대하 홍보이사는 “‘코로나19’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 의료계가 많은 헌신을 했기에 비교적 안정적인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며 “하지만 의료기관들은 환자 감소로 어려운 상황이고, 수가협상에 상당한 기대가 있었지만 결국 실망했다”고 밝혔다.

당장 의료계 입장에선 0.1, 0.2%가 경영난에 단비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정부에서 ‘덕분에 캠페인’ 등 의료진들을 고무시켜준 상황이기에 상징성 있는 결과에 대한 기대치가 높았었다는 게 김 홍보이사의 설명이다.

김 홍보이사는 “물론 정부 입장에서 건보재정이나 공급자단체간 형평성을 고민했겠지만 의협만 결렬된 것이 아니라 병협과 치협도 결렬된 건 유례가 없는 일”이라며 “코로나19가 아직 현재 진행형인데 앞으로 의료계의 참여를 감안했다면 존중이나 신뢰를 보여줄 기회였는데 정부에서 실기한 것 같아 상당히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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