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김윤경의 클래식 편지<20>

피아니스트 김윤경의 클래식 편지

[의학신문·일간보사] 2020년 한국 클래식 음악계를 대표하는 피아니스트는 누구일까요? 이들의 매력은 아이돌 못지 않게 뛰어난 외모, 천부적인 재능, 폭발적인 파워, 화려한 테크닉 그리고 무엇보다 감성 깊은 음악에 있다. 대한민국의 멋진 남성 피아니스트 두 명을 소개한다.

조성진

대한민국 클래식계의 BTS라고도 할 수 있을 정도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피아니스트인 조성진. 그의 공연은 60초 만에 매진되는 것이 대다수라고 한다. 1994년 대한민국 서울 출신의 조성진 피아니스트는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5살 때 피아노를 시작하였다. 그의 부모님은 음악인의 길을 걷기 원하는 아들의 의견을 존중하여 묵묵히 응원해주었다고 한다. 타고난 재능과 꾸준한 노력의 결실로 15세의 조성진은 2009년 일본 하마마쓰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최연소 우승을 하게 되고, 서울예고 졸업 후 파리 국립고등음악원으로 유학을 가게 된다. 그리고 2015년, 클래식계를 떠들썩 하게 하는 엄청난 소식을 들려주게 된다.

5년에 한번씩 열리는 3대 국제 콩쿠르 중 하나인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는 그 동안 단 한명의 한국인 우승자가 나오지 못한 콩쿠르였다. 그러던 중 2015년에 1980년의 당 타이 손(베트남), 2000년의 윤디 리(중국)에 이어 아시아인으로서는 세 번째로, 한국인으로서는 최초로 조성진이 우승을 하면서 전 세계와 대한민국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그는 최종 결선에서 심사위원 중 한 명에게 불공평한 ‘차별’을 당하면서 가장 최하위 점인 1점(10점 만점에)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5점 차이로 우승을 차지하였던 것이다. (나머지 심사위원들은 만장일치로 그에게 10점을 주었다고 한다) 그는 1위 수상과 함께 약 4천만원의 상금을 수여 받고, 세계적인 음반 레이블인 도이치 그라모폰과 음반을 발매하게 된다. 이 때 발매된 조성진의 콩쿨 실황 음반 5만장은 발매 1주일 만에 매진되었고, 현재까지 10만장 이상 팔렸다.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는 자신이 무대에서 함께 연주하는 피아니스트에 대하여 상당히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조성진의 뛰어난 음악성을 일찍이 알아본 정경화는 그가 고 3때 함께 연주하기를 요청한다. 그리고 이 만남을 계기로 그녀는 현재까지 젊은 후배를 향한 열정적인 응원과 따뜻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고 한다.

조성진은 얼마 전에 도이치 그라모폰에서 새 음반 ‘방랑자(The Wanderer)’를 발매했다. 슈베르트의 ‘방랑자 판타지’가 수록되어 있는 이 앨범에 대하여 그는 이렇게 말한다. “슈베르트와 저를 비교하기란 무리가 있을 거 같지만… 처음 몇 년 동안은 어디가 집인지 모르겠더라고요. 어디가 진짜 집인지 잘 못 느꼈어요… 항상 돌아다니는 게 제 직업이니까… 호텔에 오면 또 편해서 집인 거 같기도 하고, 그래서 ‘제가 있는 곳이 집이구나’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어요. 가끔 외로움을 느끼기도 하지만…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서 힘들거나 외롭다고 느끼진 않습니다.”

고독한 음악인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고 있는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방랑자 판타지’를 들으면서 깊은 감동을 느껴보면 어떨까요.

지용

2016년 그래미 시상식(Grammy’s Award) 중 미국 전역에 방송된, 유튜브 조회수 240만 뷰를 기록한 영상의 주인공이 있다. 바로 구글 안드로이드 캠페인 광고인 ‘Be Together, Not the Same’에서 베토벤 월광 소나타 3악장을 연주한 피아니스트 지용이다. 처음 그를 보면, 강렬하고도 우수로 가득찬 눈빛과 매력적인 외모에 마음이 설렌다. 피아노에서 그의 연주를 감상하다 보면 아름답고도 슬픈 음색, 폭발적인 에너지와 격렬한 손가락의 움직임에 빠져듦과 동시에 우연히 눈에 들어오는 역동적인 타투의 움직임은 우리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 준다.

부산 출신의 1991년생 피아니스트의 본명은 김지용. 클래식계의 이단아 혹은 악동이란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을 만큼 지용의 행보는 여느 피아니스트와는 확연히 다르다. 어린 아이로서 보기 드물게 유난히 아름다운 음색을 표현하는 아들의 재능에 확신을 가진 그의 부모님은 미국으로 이민을 결정하고 헌신적으로 아들의 음악 공부를 뒷바라지한다. 그 노력의 결실인 듯, 당시 줄리어드 예비학교에 재학 중이었던 10살의 지용은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주최 콩쿨인 영 아티스트 콩쿠르에서 역대 최연소로 우승을 하면서, 클래식 매니지먼트사인 IMG와 계약을 하는 등 본격적으로 연주자의 생활을 시작한다.

하지만 탄탄대로로 시작한 그의 음악 생활은 곧 중단된다. 지용은 음악가로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음악의 본질은 무엇인지,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지 등의 본질적인 질문들을 던지기 시작하면서 가던 길을 잠시 멈춘다. 그는 2년 정도의 방황기를 보내면서 명동 한복판에서 버스킹 공연, 발레리나 강수진, 팝 아티스트 김태중, 일본 재즈 앙상블 등 여러 아티스트들과 협연, 그리고 뮤직비디오의 무용수로 출연 하는 등 여러 장르들 안에서 다양한 시도를 모색하게 된다.

지용의 팔에는 일반적인 클래식 피아니스트에게서 찾아 보기 힘든 흔적이 있다. 바로 왼쪽 팔에 새겨진 타투. 그럼 이 문신의 의미는 무엇일까? 어릴 적부터 연주생활을 해 온 지용은 어느 날 ‘자신에게 주어진 이 길을 정해진 대로 가는 것이 맞는가’라는 회의가 들었다고 한다. 다양한 시도를 통해 내면의 갈등으로부터 회복된 지용은 왼쪽 팔에 긴 줄의 타투를 새긴다. “인생은 한 방향으로 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팔을 비틀면 근육 모양에 따라 여러 방향으로 나뉘어 보이는 것처럼, 우리의 인생에는 한 가지의 길만 있는 것 같지만 여러 방향으로 갈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싶었어요.”

이렇듯 삶에 의미를 끊임없이 찾아가는 지용은 현재 피아니스트뿐만 아니라, JTBC ‘팬텀싱어 3’의 프로듀서 및 앙상블 디토(DITTO)의 멤버로서 다양한 예술의 경계를 넘나들며 활발하고 자유롭게 관객과 소통하고 있다.

상반되는 매력을 가진 두 피아니스트의 연주를 감상하시면서, 아름다운 봄의 행복이 더욱 풍성해지기를 바라며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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