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지 한정 안내 없이 ‘보건소에서 난임 주사 가능’ 알려
‘복지부가 전 보건소 시행 그렇게도 반대했는데…’ 의미 퇴색

지난 26일 보건소 난임 주사 투약 관련 기사들. 대부분이 동네 보건소 등으로 표기됐다.

[의학신문·일간보사=안치영 기자] 정부가 보건소 난임 주사 투약 근거를 명시한 시행령을 의결한 가운데 정작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가 ‘전 보건소 난임 주사 투약’을 의미하는 듯한 자료를 배포해 일선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정부부처와 일선 보건소, 의료계 등에 따르면 보건복지부가 배포한 ‘지역보건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 국무회의 의결’자료가 ‘전국 보건소가 난임 주사를 투약할 수 있다’는 잘못된 내용으로 기사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국회에서 지역보건법을 개정할 당시 보건소의 기능 및 업무에 난임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사항을 추가하긴 했지만, 법에 단서 조항으로 ‘보건복지부장관이 지정하여 고시하는 의료취약지의 보건소는 제1항제5호아목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를 달았다. 지역보건법 제1항제5호아목은 ‘ 난임의 예방 및 관리’다.

지역보건법이 의료취약지의 보건소만 난임의 예방 및 관리 업무를 할 수 있도록 개정된 것은 보건복지부, 특히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의 역할이 컸다.

지난해 7월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김강립 차관은 “도시지역에 있는 많은 보건소들의 지금 현재 역량과 필요성을 감안하면 처방을 받고 관리해 주는 의료기관에 가서 투약을 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고 안전하다”면서 “(보건소 난임 주사 투약을) 일반화되는 모델로 가는 것보다는 그렇게 가는 게 맞겠다 하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법안소위는 논의를 거쳐 복지부 안은 아니지만, 수정안을 통해 취약지에 한해 ‘난임의 예방 및 관리’를 할 수 있도록 개정안을 만들었고, 이후 본회의에서 의결됐다.

이에 맞춰 이번 시행령 개정은 이 ‘난임의 예방 및 관리’를 구체화했다. 즉, ‘의료취약지의 보건소에 한해 ‘난임주사 투약에 관한 지원 및 정보제공’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불구, 복지부 측은 개정돼 시행될 예정인 지역보건법 내용은 쏙 빼놓은 채 ‘보건소의 역할로 난임주사 투약에 관한 지원 및 정보제공을 추가했다’고 표기했다. 의료취약지 내용이 빠지면서 사실상 전 보건소가 난임 주사 투약을 할 수 있다는 맥락으로 자료를 배포한 셈이다.

이에 대부분의 매체에선 ‘가까운 동네 보건소에서 난임 주사를 맞을 수 있다’는 내용으로 기사가 게재됐다. 복지부의 불성실한 자료 배포로 인해 본의 아니게 전부 ‘오보’가 됐다. 기존에 김강립 차관이 법안소위에서 발언한 내용을 복지부가 자료를 통해 뒤집힌 내용으로 언론보도가 이어진 셈이다.

이러한 기사를 접한 일선 보건소의에서도 혼란이 이어졌다.

한 보건소 관계자는 ”보건소장들 사이에서 오늘(26일) 난리가 났었다“면서 ”아무런 준비도 없었던 일선 보건소에서 당장 다음달 4일부터 난임 주사 투약을 시작하라는 의미니 혼란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한 정부부처 관계자도 “복지부에서 보건소에 대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대응 업무만을 하라고 공문을 내려보낸 상태여서 어르신 폐렴구균백신 접종 등 여러 사업이 사실상 올스톱된 상태인데 당장 난임 주사 투약을 실시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건강정책과 관계자는 "시행령은 법의 내용을 가지고 고치는 것"이라며 "(기자들이) 법의 내용을 같이 봐야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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