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국가방역 시스템 개편방안-3

공중보건의·군의관제도 손질 필요하다

안덕선
대한의사협회 정책연구소장

[의학신문·일간보사]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사태가 진정세를 보이며 공중보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한층 더 강화되기 시작하였다. 21세기 들어서 우리나라에 신종 감염병의 출현만 벌써 세 번째 이어서 향후 어떤 감염병이 새롭게 출현할지 미지수이다. 당연히 이제는 감염병을 국가방위 차원의 국가적·사회적 대비태세가 필요한 세상이 되었다. 이런 요구는 거대한 위생국가의 탄생을 예견하며 한편으로 정부권력의 비대와 사회 구성원에 대한 방역관련 규제를 더욱 정당화할 기세여서 방역을 중심으로 점차 감시와 감독의 경찰국가로 전환되는 현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가고 있다.

우리나라는 다행히도 이번 사태의 발생빈도가 백인들이 주로 거주하는 유럽이나 영국, 미국에 비하여 그리 높은 편은 아니다. 이것이 우리나라가 주장하는 세계최고의 방역 덕택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인지 여전히 안개 속에 감추어진 진실이다. 사스(SARS) 때 우리나라는 사망자도 없었고 확진지도 없었다. 다만 추정환자가 있었을 뿐이다. 그럼에도 당시 우리나라 스스로 세계최고의 방역국가라는 이야기는 그 누구도 하지 않았고, 사스와 우리나라와의 관계는 아직도 불투명하다. 반면에 메르스(MERS)는 우리사회에 적지 않은 충격과 전염병의 위력을 새삼 실감케 하는 사건이었고 정부의 대응도 미숙하였다. 그럼에도 전염병이 미칠 수 있는 정치력 위력도 실감하여 이번 코로나바이러스19 사태에서 초기의 미숙한 대응 이후 사회전체가 참여하여 잘 대응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대형화재 사고나 산불사고에서 보여주는 소방당국의 진화 방식은 과거의 지자체 중심에서 나라 전체의 통합된 시각으로 확실히 산불에 대한 대처역량이 매우 향상된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바이러스19 사태 초기 대구에서 병상부족이 현실화 되었을 때 다른 지자체로 환자이송에 대하여 일부 지자체장이 보여준 부정적인 모습은 전염병 대처에서 나라전체의 지휘통솔 체계가 필요함을 보여주었다. 다행히도 신임 군의관과 공중보건의 임용이 이번 사태 기간과 잘 맞아 떨어졌다. 그리고 전국에서 달려온 자원봉사 의사로 인적 자원의 조달이 가능하였었다. 달리 표현한다면 과거 나라의 위기에서 보여준 의병과 같은 민간 자원봉사 인력과 군인과 같은 특수한 신분의 의사를 나라의 요구에 따라 매우 효율적인 인적자원 활용을 한 셈이다.

코로나바이러스19의 대처에서 미국이 보여주는 모습은 흥미롭다. 흔하게 대통령 뒤에 미국 해군의 복장을 한 사람과 미국의 질본 관련인사가 보인다. 혹자는 해군제독이 왜 자리를 함께 하는지 궁금해 하는데 사실 군인은 아니다. 억지로 우리말로 번역을 하자면 미국의 국가의사인 의무총감(Surgeon General)이 배석한 것인데, 국방부의 소속이 아닌 보건부 소속의 준군사적 조직의 단체장이다.

우리나라 문화에서 법무부 소속인 검찰총장을 연상하면 이해가 쉽다. 모든 검찰조직을 이끄는 사람이 바로 검찰총장인데, 미국의 의무총감(Surgeon General)은 미합중국 공중보건복무단(U.S. Public Health Service Commissioned Corps)의 총수로 미국 국민에게 질병과 상해를 경감시키고 가장 과학적인 정보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 다른 말로 한다면 전염병이나 홍수, 화재, 해일 등과 같은 각종 재난에 대비하여 6500명의 장교단으로 질병과 재해로부터 미국을 보호가 임무인 국가공중보건지원단을 지휘하고 있는 것이다. 필요하다면 새로운 감염병이 출현 한 지역이나 나라에 요원을 파견하여 미국의 국가적 지원의 일부가 되기도 하고, 새로운 질병에 대한 정보와 대처 경험도 확보한다. 미국에서 제복을 착용하는 8개 직역 중의 하나이며, 준군사단체로 해군의 계급과 복장을 채택하고 있어 간혹 군인으로 오해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최근의 효율적인 산불진화에서 보았듯이 비상사태의 대처에서 지역이나 다른 정치적 이유로 국가적자원에 대한 통합적 활용이 제한되어서는 안 된다. 평소에 지역별 혹은 기관별로 종사하던 인력도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미리 계획되고 훈련된 절차에 따라 즉시 나라단위의 통합된 지원단을 구성하고 즉각 투입이 가능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조직이 전염병 대처에도 필요해 보인다. 군인 아닌 민간 의료인이 해군 군복을 착용하고 전염병에 대처하는 모습은 여러 가지 상징적인 의미를 보여준다. 사회가 정부를 신뢰할 수 있는 원천이기도 하다. 단, 평소에 비상사태에 대한 꾸준한 훈련과 준비태세가 보장이 되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군의관이나 공중보건의로 약 39개월의 기간을 징집하고 있다. 이웃 대만의 경우 1년의 복무기간에서 이제 4개월로 축소되었다. 중국은 군의관 징집이 없다. 군에 근무하는 의사는 모두 직업군인이다. 공중보건의에 배치되는 의사초년병들은 환자진료이외에 보건소의 기능에 대한 복무도 요구받고 있다. 그러나 이들에게 제공되는 공중보건에 대한 직무교육은 아무것도 없다. 이런 것을 보면 세계 최고 방역국가인지 한심하기도 하다. 정부가 이들 인력을 징집이라는 통제의 시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좋은 경험과 좋은 근무 환경 그리고 좋은 머리를 이용하여 실제 취약지역 보건의 성과(Outcome) 증진을 위하여 활용하지 못한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힘들어 보인다. 한 지역에서 2년 이상 복무도 실제로 짧은 시간도 아니다.

여전히 아무런 교육도 시키지 않고 공중보건의로 배치되어 복무해야 하는 답답함을 공중보건의가 스스로 해결하기를 바라는 것은 너무나 무계획적인 인적자원의 낭비로 보인다. 복무 중에서 공중보건에 대한 매우 실제적인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필요하면 아무 때나 아무 곳으로 보낸다는 원초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공중보건의가 나라의 공중보건을 위하여 해야 할 요구분석에 기초한 직무설정도 하고 여기에 합당한 좋은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

실체가 불분명한 공공의료라는 이름의 강화보다는 공중보건의라도 잘 활용하는 정책이 우선이다. 우리나라 공중보건의사 전체 인원은 작은 규모도 아니다.

미국의 인구와 경제력을 감안할 때 미국이 보유한 6500명의 공중보건 장교 상비군의 숫자와 비등한 규모의 상비군을 이미 보유하였음에도 정치적 혹은 국가 행정적 역량의 미비로 인력 활용과 관리가 부실한 것이다.

군의관 제도도 너무나 오랜 세월 변화없이 지속하고 있다. 공중보건의나 군의관이 병원이 아닌 야전에 근무하는 것도 잘 생각해 볼 문제이다. 미군은 전투대대급도 군의관 대신 준위계급의 응급구조사가 근무한다. 이제 의료가 팀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어 한 사람의 군의관이 대대급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너무나도 제한적이고 낭비적으로 보인다.

코로나바이러스19 이후 정부는 이제 강제 징집된 의사인력의 효율적인 활용방안을 잘 생각해 보아야 할 때가 되었다. 39개월도 너무 길어 보이고, 사병복부 기간이 축소되는 것을 감안한다면 불공정한 사례로 보인다. 미국의 공중보건복무지원단과 같이 나라 전체를 단위로 통합된 공중보건 전문인력 자원의 관리도 이미 존재한 공중보건의 제도를 바탕으로 잘 만들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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