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초 한센병 치료기관 부산나병원 설립일, 설립자 등 새겨

[의학신문·일간보사=이균성 기자] 우리나라 최초의 나병 전문치료 기관인 '부산나병원'의 설립을 기념하기 위해 세워진 비(碑)가 국가문화재에 이름을 올렸다.

부산시는 옛 부산나병원기념비(동구 정공단로 27, 일신기독병원 옆 맥켄지 공원 내 소재)가 지난 4일 국가문화재 제781호로 등록됐다고 8일 밝혔다.

이 비석은 1909년 우리나라에서 처음 세워진 '부산나병원'(부산 남구 감만동)에서 생활하던 환자들이 주도해 1930년 세워졌다. 이후 용호동, 기장군 등으로 옮겨졌다가 2016년 현재 위치에 자리를 잡았다.

높이 1.1m에 화강암 재질의 오벨리스크(전체적으로 높고 좁은 탑 모양으로 끝이 뾰족해지는 형태) 양식이며, 전면에는 '大英癩患者救療會紀念碑(대영나환자구료회기념비)', 나머지 3면에는 병원 설립일, 설립자, 비석 제작일 등이 새겨져 있다.

지역 문화계는 '부산나병원'이 한국 근대사에서 한센병 환자들을 위해 세워진 최초의 병원이라는 점에서 이 비가 한센인 치료 역사와 선교 역사를 되짚어 볼 수 있는 중요한 역사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부산나병원기념비의 이번 문화재 등록은 근대사에서 부산지역 병원과 특수영역 치료 등 의료 체계가 지니는 가치를 인정받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한편, 비석 소유자인 '한호기독교선교회'(일신기독병원)은 이번 문화재 등록을 계기로 지역 근대 기독교 관련 건축물과 연계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소록도국립나병원 등 관련시설과 함께 근현대 역사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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