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신문·일간보사=안치영 기자]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 보건복지부 공무원들과 나누는 주된 관심사 중 하나는 ‘복지부 공무원의 과중한 업무’였다. 복지부 출입기자로서 복지부를 정책 비판과 감시의 시각으로 바라보지만, 그 곳에도 사람이 있었고 애환이 있었다. 복지부 실장 한 명이 27개 사업과를 관장하는, 그래서 보고와 회의에 끌려들어가 문득 뒤돌아보면 아무것도 없었다는 누군가의 설명도 기억난다.

코로나19 국내 유입 확진자가 발생했던 1월, ‘이러다 내일부터 노란 조끼 입는 것 아니냐’는 복지부 직원들의 수근거림은 곧 현실이 됐다. 중앙사고수습본부가 설치된 지 100일째 되는 지난 5일까지 복지부 직원 10명 가운데 8명은 중수본에서 근무를 하고 있거나 중수본에 근무했다가 일정 기간이 지나 복귀했다. 지금도 복지부 본부 조직의 35% 수준인 약 300여 명이 중수본에서 근무 중이다.

공무원이 코로나19로 인해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직업은 아니지만, 이들도 나름의 애환이 많았다. 평상시에도 과중한 업무량을 감당 못해 허덕이던 직원들은 중수본 업무를 별도로 수행하면서 ‘번아웃’에 빠졌다. 근무 중 쓰러져 아직 병원에 입원 중인 직원도 있고, 전출을 희망하는 직원들도 부지기수였다. 그 와중에 인사과는 직원들의 마음을 돌리려 안간힘을 다했다.

일선 직원들의 고생을 윗사람들이라고 몰랐을까.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은 지난 5일, 즉 중수본 설치 100일째 되는 날 중대본 브리핑을 통해 “상당히 상황이 심각했을 당시에 매일 밤 또 심지어는 며칠씩 집에 못 들어가고 고생했던 직원들에게 깊은 감사를 이 자리를 빌어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김강립 차관이 밝힌 그들, 특별검역절차를 위해서 인천검역소에 투입됐거나 생활치료센터의 정말 급박한 설치를 위해서 통보 받고 그날 밤 달려가서 업무를 맡았던 그런 직원들, 대구와 경북에 파견돼 있던 직원들이나 정신병원의 특별한 상황을 수습하고 조치하기 위해서 파견됐던 많은 직원들. 이들 외에도 복지부 직원들은 모두 어려움 속 불구 묵묵히 자신의 임무를 수행했다.

대부분이 코로나19 이후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복지부 또한 코로나19 이후 많은 변화을 맞게 될지 모른다. 인력 충원과 조직 확대 등의 얘기가 나올 수 있지만, 지금은 그저 ‘감사하다’는 말을 먼저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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