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TLS 시스템’ 환자 밴드 형태 적용 효과…바이러스 서식 공간 최소화 ‘메디컬 키보드’ 도입

[의학신문·일간보사=오인규 기자] 코로나19가 발생한 지 100일이 지나고 확산세가 주춤해진 지금,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맞춘 변화가 곳곳에서 시작되고 있다.

특히 병원들은 최전선에서 코로나19 환자를 돌보고 있는 만큼, 예기치 않은 집단 감염을 두 번 다시 겪지 않기 위한 변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제는 특정 시기가 아니라 평시적으로 철저한 감염관리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국내 대다수의 병원은 원내 감염 차단을 위해 내원객을 대상으로 발열 검사와 문진을 철저히 하고 있다. 그러나 무증상 감염자가 방문한다면 이런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현재 병원들은 원내 감염자가 발생할 경우 감염자의 진술과 원내 CCTV에 의존해 원내 이동경로와 접촉자를 확인하는데, 속도가 확산 여부를 가르는 감염병 관리에서 감염자 진술의 정확성이 떨어진다면 골든타임을 놓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존재한다.

원내 감염 확진자 경로 추적, 디지털 솔루션이 해결

위치 확인용으로 입원 환자에게 제공되는 용인세브란스병원의 BLE 밴드

‘디지털 혁신 병원’을 내세우며 지난 3월 개원한 용인세브란스병원은 원내 감염 확산 차단도 디지털 솔루션으로 해결했다. 의료기기 등 고가의 병원 자산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기 위한 RTLS(Real Time Location System)를 국내 최초로 환자에게 적용해 기존 방식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차단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용인세브란스병원의 입원 환자들은 BLE(Bluetooth Low Energy) 밴드를 받는데, 이 밴드를 손목에 차고 있으면 환자의 위치가 RTLS에 실시간으로 기록된다. 특정 기간을 입력하면 해당 기간의 동선을 한눈에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환자가 접촉한 의료진의 정보, 정확한 시간까지 파악할 수 있다.

병원은 RTLS로 환자의 진술 없이도 환자 동선을 빠르고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어 접촉자 격리, 원내 소독 등 감염병 확산 차단에 필요한 절차를 골든타임 내에 처리할 수 있게 됐다.

긴박한 수술실 의료진 손위생 지켜주는 AI 기술 등장

국내 연구진이 긴박한 수술실 환경에서도 의료진 손위생이 잘 지켜질 수 있도록, 의료진 손위생 동작을 자동으로 모니터링하고 추후 반복적인 피드백을 제공하는 인공지능(AI)도 등장했다.

서울아산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김성훈·조준영 교수와 의료영상지능실현연구실 김남국 교수팀은 수술실 카메라를 이용한 알코올 젤 기반의 의료진 손위생 동작을 감지하는 AI를 개발했다.

AI가 검출하는 손위생 동작은 물 대신 알코올 젤 성분의 손 세정제를 손에 비비고 수건으로 말리지 않는 것을 말한다. 수술실에서 환자를 계속 처치하고 장비를 조작하는 마취과 의사와 수련의, 간호사 등 의료진 전반에게 요구되는 손위생 수칙이다. 수술 집도의 등이 수술실로 들어오기 전에 수행하는 손위생과는 구분된다.

이번 기술은 수술실 카메라로 의료진 손위생을 24시간 전수 모니터링할 수 있어 유인 모니터링 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했다. AI 소프트웨어 화면에는 의료진 모습이 광학형상으로 표현되고, 피드백도 의료진 개인이 아닌 수술실 단위로 전달된다. 의료진 개인정보가 안전하게 보호된다는 장점이 있다.

김남국 교수는 “AI가 병원 내 동영상 데이터를 인식할 수 있으면 감염관리뿐만 아니라 환자 낙상 및 호흡상태 모니터링과 노약자 동선 분석 등 의료진이 해야 하는 다양한 비디오 모니터링을 자동화 할 수 있어, 부담이 줄어들고 의료 질이 향상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간과 쉬운 부분도 철저한 소독, ‘메디컬 키보드’ 도입

세브란스병원 전 수술실에 도입된 메디컬 키보드

한편 청결이 일상화되고 개인위생이 철저히 요구되는 병원이더라도 의료 장비에 묻은 바이러스를 놓친다면 확산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특히 불특정 다수의 손이 자주 거치는 병원 내 키보드는 감염 관리가 철저해야 하지만, 간과하기 쉽고 소독이 어려운 단점이 있다.

게다가 일반 키보드는 키캡과 키캡 사이의 틈이 있어 효과적인 청소와 소독이 어렵고, 아무리 소독제를 붓는다고 해도 먼지나 바이러스가 묻은 액체들은 외부로 빼낼 수 없어 바이러스 증식을 초래하기도 한다.

최근 세브란스병원은 감염 예방 강화 차원에서 독일 액티브키(Activekey) 메디컬 키보드와 마우스를 전 수술실에 도입했다. 메디컬 키보드는 바이러스가 서식할 만한 공간을 최소화한 키보드로,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하지만 선진국의 의료기관에서는 이미 활용되고 있는 장비다.

메디컬 키보드는 일반적인 키보드와 다른 디자인으로 제작됐으며, 세척 후 빨리 마르는 특징을 가진 실리콘 멤브레인 막을 씌워 키보드에 세척제를 뿌리거나 닦아내는 위생처리가 가능해졌다. 또한 일반 키보드로는 할 수 없는 스팀 살균이나 담금 세척도 가능해 철저한 소독이 필요한 요즘, 병원 감염관리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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