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력 체크와‧비대면진료, 일상화되는 중…감염병전문병원‧의료물자 비축으로 위기 대응체계 ‘양지로’

[의학신문·일간보사=안치영 기자]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는 음지에 있던 시스템은 양지로 끌어올리거나, 새로운 시스템이 만들어지는 ‘방아쇠’로 작용했다. 의료기관의 여행력 체크와 비대면진료, 감염병전문병원 구축과 의료물자 비축 확대 등 평상시에는 소홀히 했던, 또는 위험 요소가 많아 꺼려졌던 제도들이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

가장 먼저 부각된 제도는 ‘여행력 사전 체크’ 분야였다. 해외 유입 형태의 확진자가 대부분이던 코로나19 초창기, 일선 의료기관 등에서 사용 중이던 DUR(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ITS(여행력 정보제공)가 활용 영역을 넓힐 수 있는 계기를 맞았다.

DUR을 사용하는 의료기관은 의약품 처방단계에서 팝업창이 뜨면서 여행이력을 알려주게 된다. ITS는 의약품 처방단계뿐만 아니라 내원 단계에서도 의료기관 방문환자의 감염병 관련 여행이력정보를 사전에 확인하도록 도와줄 수 있다.

초기 일부 의료기관에서 여행이력이 노출되지 않는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지만, 시스템 보완과 정부의 적극 홍보에 힘입어 현재는 진료 절차 중 하나로 일상화됐다.

이와 관련, 국회에서는 DUR과 ITS를 의료기관 내 사용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감염병 대응에 따른 의료자원 부족 사태를 막기 위해 관련 법안도 개선됐다.

정부는 ‘재난관리자원의 분류 및 시스템 이용에 관한 규정’ 일부 개정고시안 개정을 추진, 보건용·의료용 마스크가 정부에서 지정하는 ‘재난관리자원’에 포함시켰다.

또한 재난관리자원의 정의에 재난의 수습활동 및 응급조치에 필요한 시설을 포함시키고 의료방역에 필요한 보건용 마스크, 의료인용 마스크, 보안경, 외피용 살균소독제 및 적외선 카메라 등을 재난관리자원에 추가했다.

아울러 정부는 긴급생활안정지원에 필요한 이동주택과 감염병환자 등의 격리시설 및 이재민 임시주거시설 등이 재난관리자원에 추가했다.

정부는 감염병 대응을 위한 의료시스템 개편에도 박차를 가했다. 전화처방·원격모니터링 등 의료계가 반대했던 제도들이 ‘한시적’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채로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원격의료를 적극 반대하고 있는 대한의사협회조차 코로나19 초창기와는 달리 ‘위기 시에만 작동하는 기전’으로 평가하며 한시적 사용을 묵인하고 있는 상태다.

비대면진료는 향후 의료계 내에서 코로나19가 가져오는 ‘뉴노멀’ 시대의 키워드로 자리메김할 전망이다. 비대면진료는 의료사고‧오진 등에 대한 책임 소지 등 갈등 요소가 어느 수준 이상 봉합된다면 생각보다 빠르게 일상 속으로 안착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국립중앙의료원

정부는 그간 지지부진했던 감염병전담병원 구축에도 발벗고 나섰다. 지난달 18일 통과된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안에는 영남권과 중부권에 최소 36병상 이상의 권역별 감염병전문병원 2개소를 추가하는 예산이 반영됐다.

이번 추경에는 우선 설계비 45억원만 반영됐고 향후 건축비 등 지원도 이뤄질 전망이다. 병원당 총 설립비용은 400억원 수준이다. 감염병 전문병원에는 음압 수술실을 비롯해 중증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고도화된 시설이 설치된다.

정부는 이미 감염병전문병원 설립과 관련, 지난 2017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받은 바 있지만 예산 등을 이유로 설치가 늦어졌다.

현재까지 감염병전문병원은 중앙감염병전문병원인 국립중앙의료원과 호남권역 감염병전문병원인 조선대병원만이 지정돼있고, 이마저도 지정만 돼있을 뿐 아직 공사를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중앙감염병전문병원인 국립중앙의료원의 경우 이전 문제가 아직 완전히 해결되지 못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이와 관련, 정부 측에서는 최대한 빠르게 이전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방침이다. 영남권 감염병전문병원 또한 이미 지원을 고려 중인 병원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많은 전문가들이 코로나19 이후 의료계를 포함, 사회적으로 커다란 변화가 다가올 것이라고 전망한다. 코로나19를 대응하기 위해 급조되고, 지속적으로 보완됐던 제도들이 이제는 ‘새로운 표준’으로 거듭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이에 의료계 또한 이러한 변화에 대처하고 적응하기 위한 과제를 해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