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행사, 주요 전시회 연기 및 취소…연수교육도 전년비 96.8% 감소
코로나19에 병원 찾는 환자 발길도 ‘뚝’…의료기관 경영난 심화

[의학신문·일간보사=이재원·진주영 기자] 올해 초 시작된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된 가운데, 보건의료계도 각종 행사와 정책 추진이 취소·연기되는 등 올해 상반기 주요 일정 진행이 멈춘 양상을 보였다.

◆ 국내외 의료계 학회·행사 등 ‘올스톱’…의료기기 최대 전시회 키메스도 취소

먼저 국내외 의학계 예정됐던 봄철 학술대회, 심포지엄·워크숍 등 학술활동 일정에 대폭 차질이 생겼다.

코로나19로 상황이 악화되면서 국내 주요 학회들은 학술대회 일정을 잠정 연기했으며, 해외 주요 학회들도 취소·연기한다고 공지했다.

KMA교육센터 연수교육일정에 따르면 지난 2019년 3·4월 행사는 각 546건·454건이었지만 올해 3·4월 행사는 각 18건·14건에 그치며, 전년 대비 96.8% 감소폭을 보였다.

코로나19 장기화 상황에서 일선 의료단체는 잇따른 학술대회 취소·연기에 따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일부 단체에서는 ‘온라인’ 학술대회를 대안으로 여는 모양새다.

전시회 중에는 국내 최대 규모의 국제의료기기 병원설비전시회(KIMES 2020, 키메스)가 전면 취소됐다.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 예정이었던 키메스는 지난 2월 말 대구 신천지 신도를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급격해지자 결국 취소가 결정됐다.

키메스는 지난해 36개국에서 의료관련 업체 1403개사가 참가했으며, 첨단의료기기·병원설비 등 전시를 비롯해 의료기기와 관련된 다양한 세미나를 선보인 바 있다.

키메스 주최자인 한국이앤엑스는 "비록 KIMES 2020은 취소되었지만, 오는 10월 23~25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KIMES 부산 2020' 행사를 통해 의료기기 산업 발전을 위한 새로운 장을 만들어 보겠다"며 업계의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를 기대했다.

◆ 밀리고 밀리는 건정심…적정성평가는 올해 10월로 일괄연기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에 따라 대면회의가 열리지 않으면서 보건의료제도를 결정하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도 연기가 이어졌다.

지난해 12월을 마지막으로 개최된 건정심은 4월까지 개최되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4월 초로 예정된 입원전담전문의 본 사업의 수가 개선안 등 시행방안도 미정인 상태다. 또한 의료전달체계 개선과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실시 여부 등 중요 정책들도 결정되지 않았다.

다만 해외 유입을 제외한 국내 확진자가 한 자리수를 기록하는 등 감소세를 보임에 따라, 5월 중 건정심 개최를 가늠할 수 있을 전망이다.

올해 상반기와 7월 중 실시 예정이었던 요양급여 적정성 평가는 의료기관의 코로나 대응 전념을 위해 일괄 10월로 연기됐다.

심평원에 따르면, ▲2차 요양병원 적정성평가 ▲9차 급성기뇌졸중 적정성평가 ▲2차 신생아중환자실 적정성평가 ▲7차 혈액투석 적정성평가 ▲8차 관상동맥우회술 적정성평가도 평가 기간 시작이 일괄 10월로 연기됐다. 대상 기간(개월)은 기존 평가 기간과 동일하다.

이미 올해 4월에서 7월로 한 차례 연기되었던 제9차 수술의 예방적 항생제 평가도 10월로 한번 더 연기됐다. 다만 평가 시작 기간이 중첩됨에 따라 이를 준비하는 병원계가 부담을 느끼는 중이다.

◆ 코로나19에 병원 찾는 환자 발길 ‘뚝’…중소병원 타격 심각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환자들의 발걸음도 얼어붙었다.

지난 3월 중순 병원협회가 전국 병원 98곳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입원환자 수 변화추세를 파악한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 발생 초기인 1월과 2월은 전년 같은달 대비 각각 평균 –3.68%, -3.49% 감소에 머물던 것이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한 3월 들어 평균 –26.44%로 급격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 규모가 작을수록 환자감소 폭이 컸다. 전년 같은 기간 대비 상급종합병원의 환자 감소율은 –16.68%인 반면 종합병원과 병원급은 각각 –27.05%, -34.15%로 병원급의 환자 감소율이 상급종합병원과는 2배 정도 차이가 났다.

외래환자 감소폭은 더욱 극명했다. 3월만 보면 지난해 같은 달 대비 상급종합병원 –26.09%, 종합병원 –23.31%, 병원급 –46.68% 환자수가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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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수 감소는 매출 감소로 이어졌다. 코로나19에 가장 직격탄을 맞은 대구 A대학병원의 경우 2~3월에 환자수가 예년대비 1/3로 급감했으며, 월별 수익이 70억 손실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익에 타격을 입은 대학병원들은 비상경영체제로 돌입하거나 무급휴가 등을 실시하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중소병원들은 더 말할 것도 없는 상황이다.

이 같은 병원계의 어려움 해결을 위해 급여비 선지급 및 코로나19 피해 의료기관 손실보상금 지급 등 다양한 지원책이 정부로부터 구상·시행됐으나 실효성을 지적받고 있다.

급여비 선지급의 경우 대다수의 병원이 금융권에서 융자를 받은 메디칼론 이용기관임에도 지급 기준에서 메디칼론 이용기관이 누락되어 있는 상태다.

이에 병원계는 메디칼론 이용기관에 대한 선지급을 주장하고 있으나 복지부 등 정부의 용단은 내려지지 않은 상태다. 피해 의료기관 손실보상금의 경우 대다수 의료기관의 지원금이 30억 이하에 그침에 따라 의료기관들의 실망감만 낳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생각보다 적은 금액에 당황했다”면서 “정상운영을 가정할 경우에 얻었을 기회비용 등은 감안하지 않은 점이 실망스럽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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