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의료정책연구소 박정훈·이정찬 연구원 ,‘의대 증원·증설 합리적 근거 실종’ 지적
근무시간-의사밀도-인구감소 대비 의사 증가율 등 고려 안된 OECD 통계 허점
[의학신문·일간보사=김현기 기자] 최근 장기화된 ‘코로나19’ 감염병 사태에서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주장에 무게추가 실리면서 국회의원 총선거와 맞물려 ‘공공의대 설립’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의료계 내부적으로 의사 수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의료인력을 적재적소에 배치하지 못하는 현 의료시스템에 대한 문제점을 꼬집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박정훈·이정찬 연구원(이하 연구원들)은 최근 이슈브리핑을 통해 “무조건적인 의대신설이나 증원은 가장 단편적이고 임기응변적인 의사인력 수급조절 정책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의사인력의 수급 논의는 의대 입학에서부터 졸업, 면허취득, 전문의 배출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관점에서 고민해야 하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최근 총선과 맞물려 의대 증원이나 증설의 공약이 무분별하게 쏟아지는 등 근거에 기반한 합리적인 논의가 실종된 상황이라는 게 이들 연구원의 지적이다.
이들 연구원에 따르면 항상 의대 증원에 대한 근거로 제시되는 OECD 국가 간 의사 수 비교의 경우 통계에 허점이 존재하는 상황이다.
2017년 기준 인구 1000명당 활동하는 의사 수는 OECD 회원국 평균인 3.4명에 비해 우리나라가 2.3명으로 부족한 듯 보이지만 △근무시간 △국토면적 대비 의사밀도 △인구감소와 의사 증가율에 대해 고려되지 않았다는 것.
구체적으로 2017년 기준 OECD 국가의 국토면적대비 의사밀도에서 우리나라는 10km2당 12.1명으로서, 네덜란드(14.8명)와 이스라엘(13.2명) 다음으로 3번째로 높으며, 인구 1000명당 활동 의사 수가 가장 많은 오스트리아(5.18명)의 경우 의사밀도가 5.44명으로 OECD 36개 나라 중 11위에 불과하다.
아울러 2017년 기준 우리나라의 최근 5년간 인구 1000명당 활동 의사 수의 연평균 증가율은 3.0%로 OECD 회원국 평균 2.5%보다 높은 수준이며, 최근 5년간 연평균 인구증가율이 0.49%임을 감안하면 2028년이면 OECD 평균치를 추월한다는 보고도 있는 실정이다.
이들 연구원은 “OECD 통계를 근거로만 우리나라의 의사인력이 부족하다고 주장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는데 산정 기준이 국가별로 상이하기 때문”이라며 “지금보다 더 정밀한 의사인력 추계가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즉 의사 수가 부족한 근거가 미비한데다 의대 증설로만 이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의사인력 관리를 위한 전문조직을 신설하고, 의료전달체계 확립과 더불어 기존 공공의료기관의 역량 강화가 선행돼야한다는 게 이들 연구원의 주장이다.
이들 연구원은 “시설의 양적 증대만이 능사가 아니다. 지역의대 신설이나 공공보건의료대학원 설립만으로 지역별 의료격차를 해소할 수 없다”며 “기존 취약지 소재의 공공보건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의료의 질이 담보될 수 있는 정책을 수립하고 의료인의 근무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이들 연구원은 “의사 1명 양성에는 최소 10년이 필요하기에 양성체계 전주기를 감안해 입학정원, 의사국시 합격률, 지역·전문과목별 인력수급 등 통합적·체계적인 정책 개입이 수반도야한다”며 “이를 관리할 수 있는 전담조직 설치 역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