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ST 바르토슈 그쥐보프스키 교수팀, 암세포만 사멸시키는 결정화 원리 규명

[의학신문·일간보사=이균성 기자] 일반 항암치료의 경우 암세포는 물론 정상세포도 함께 공격하는 부작용이 나타나지만 '나노입자의 결정화'라는 현상을 이용해 암세포만 골라 죽이는 방법이 나와 주목되고 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자연과학부 바르토슈 그쥐보프스키 특훈교수(IBS 첨단연성물질연구단 그룹리더)팀이 표면에 전하를 띠는 리간드(Ligand)가 부착된 금속 나노입자를 이용, 암세포만을 선택적으로 파괴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고 14일 밝혔다.

이 나노입자는 정상세포와 암세포 속에 모두 있는 '리소좀(Lysosome)' 내부로 침투하는데, 암세포에서만 커져서 리소좀을 망가뜨리고 세포를 죽인다. 같은 물질을 투입해도 암세포는 죽고 정상세포는 사는 것이다.

정상세포와 암세포에서 세포 내 섭취작용을 통해 흡수된 금속 나노입자의 거동비교. 정상세포와 달리 암세포에서는 금속 나노입자 지속적으로 뭉쳐져 성장하는 현상이 나타나 세포가 죽게 된다. 13종류의 암세포(우측 하단 막대 그래프)에 실험을 진행했으며, 암세포의 종류에 관계없이 금속나노입자 덩어리가 세포 사멸을 유도한다.

리소좀은 세포 내에서 '재활용 쓰레기통' 역할을 하는 주머니 형태의 기관이다. 세포에서 못 쓰게 된 다른 기관을 분해해 다시 단백질을 만들거나, 바이러스 같은 외부 물질을 파괴하는 활동도 모두 이곳에서 일어난다.

이 리소좀 주머니 벽이 파괴되면 안에 있던 '쓰레기'들이 새어나오면서 세포가 파괴된다. 이 현상을 암세포에서만 나타나게 하는 항암제 연구가 시도됐으나, 아직은 정상적인 세포에도 영향을 주는 문제가 있었다.

바르토슈 그쥐보프스키 교수팀은 암세포 주변이 산성(Acidic)이라는 점에 착안, 이런 환경에서 결정화 현상이 달라지는 나노입자를 설계함으로써 기존 문제를 해결했다. 암세포에서만 결정이 커지는 나노입자가 있다면 암세포 속 리소좀으로 흡수된 뒤 리소좀을 파괴하고 세포 사멸까지 이끌 수 있다고 판단한 것.

연구팀은 금(Ag) 나노입자 표면에 양전하와 음전하를 각각 띠는 꼬리 모양 물질(리간드))3)을 특정 비율로 붙였다. 이 물질은 산성에서 결정이 점점 더 커지는 특성을 가지는데, 정상세포와 암세포에 주입하자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사멸됐다.

공동교신저자인 크리스티아나 칸델-그쥐보프스카 IBS 연구위원은 "암세포는 산성을 띠므로 나노입자가 잘 뭉치는 데다, 암세포는 그 기능이 비정상적이라 큰 결정으로 자란 나노입자를 배출하기 힘들어 결국 사멸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암세포 선택성을 극대화하려면 리소좀으로 나노입자들이 잘 운반돼야 하는데, 나노입자 표면의 양이온과 음이온 비가 8대 2일 때 덩어리 크기가 적당해 잘 운반됐고, 사멸 효과도 높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기초과학연구원(IBS)에서 지원했으며, 세계적인 과학 학술지 네이처(Nature Nanotechnology) 3월16일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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