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파킨슨병 치료제 연구개발 ‘박차’···사회적 측면 초점 정부 지원 필요

[의학신문·일간보사=진주영 기자] 4월 11일은 세계 파킨슨병의 날이다. 파킨슨병은 치매·뇌졸증과 함께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퇴행성 뇌질환으로, 환자 수는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대표적으로 헐리우드 배우 마이클 J. 폭스, 영화배우 로빈 윌리암스, 교황 요한바오로 2세, 무하마드 알리 등도 이 병을 앓았다.

영국의 제임슨 파킨슨이 파킨슨병을 최초로 학계에 보고한 지 200여 년이 넘어서고 있지만, 아직까지 질환의 극복방법은 모호한 실정이다. 이에 파킨슨병의 치료 및 치료제 현황, 지원정책 등을 살펴보고자 한다.

파킨슨병은 노화와 더불어 도파민을 분비하는 뇌 신경세포가 파괴되면서 발생하는 병이다. 도파민이 분비되지 않으면 몸이 떨리고, 뻣뻣해지고, 움직임이 느려지며 자세가 불안정해지는 운동장애가 생기게 된다.

파킨슨병은 운동장애가 가장 주요한 증상이고, 통증·우울증·불안·수면장애 등 운동과 관련 없는 증상들도 동반돼 환자의 삶의 질이 떨어지게 된다.

이러한 파킨슨병은 완치가 어려워 치료제를 통해 병의 진행을 늦추고 유지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지만, 약물치료로 조절되지 않는 증상이 많고 장기간 약물을 사용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아져 '보완대체 치료'가 주목 받고 있다.

5년 이상 장기적으로 도파민 보충요법을 받은 환자들을 조사한 연구에 따르면, 70% 이상의 환자들이 약효 감소나 운동동요·이상운동증 등으로 약물을 통한 증상 조절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에 따라 파킨슨병의 떨림이나 경직, 보행장애 같은 운동기능의 개선과 통증 조절 등에 한의학 치료가 효과를 입증해 인기 치료요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강동경희대한방병원 박성욱 교수팀은 임상연구를 통해 파킨슨병 환자에게 약물치료와 한방치료의 병행으로 운동기능, 균형유지능력, 우울증 정도와 삶의 질이 개선되며, 치료 종료 후에도 그 효과가 장기간 지속되는 것을 증명했다.

또한 파킨슨병의 표준치료제인 도파민과 한방치료의 병행을 통해 약물치료의 효과를 높여 복용량을 줄이고, 도파민 복용으로 인한 이상운동증 등의 합병증을 줄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들이 발표되고 있다.

한방내과 박성욱 교수는 “환자 개개인 상태에 맞춰 주요 증상이나 병의 진행상태, 환자의 일상생활과 삶의 질을 동시에 고려하면서 파킨슨병을 치료하고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며 한의학적 치료가 그러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치료할 수 없는 파킨슨병···국내 치료제 개발 ‘박차’

파킨슨병은 치료할 수 없는 병으로 간주된다. 파킨슨병 치료제는 증상을 완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지만, 근본적인 치료제는 없는 것이다.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국내 각 제약·바이오사들은 파킨슨병 치료제를 위해 활발한 연구개발에 나서고 있다.

1960년대 개발된 파킨슨병 치료제인 ‘레보도파’는 현재까지도 강력판 파킨슨병 증상 개선 약제 중 하나로 알려져있다. 레보도파의 개발과 도입을 통해 다양한 약제들이 개발돼왔다.

특히 올해 초 부광약품은 자사 파킨슨병 치료제 JM-010의 임상시험을 시행했으며, 레보도파를 장기 복용할 경우 나타나는 이상 운동증 치료제로 개발 중이다.

또한 동구바이오제약의 관계사 디앤디파마텍은 자회사 미국 뉴랄리가 지난 3월 5일 파킨슨병 치료제 후보물질의 임상2상을 개시했다고 밝혔다.

디앤디파마텍 관계자는 “지난해 140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 유치를 성공적으로 완료했다”면서 “올해 코스닥 상장 시 1조 5000억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평가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지난 1일 에이비엘바이오가 글로벌 뇌질환 학회에서 파킨슨병 이중항체 치료제인 ABL301을 발표해 다수 제약사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에이비엘바이오 관계자는 “기존 퇴행성뇌질환 치료제는 혈액뇌관문에 막혀 뇌안으로 전달되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으나, ABL301은 BBB 투과율을 기존 단독항체 치료제 대비 높여 동물실험에서 충분한 효능을 보였다는 평을 듣고 있다“고 말했다.

파킨슨병 치료제 연구개발이 활발한 가운데, 임상시험에 실패한 소식도 전해온다.

파킨슨병치료제 아질렉트의 보유사인 룬드벡은 지난 27일 파킨슨병 치료를 위한 AMBLED 임상2상 시험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파킨슨병 ‘사회적 측면’ 지원 필요

국내 급속한 고령화에 따라 파킨슨병 환자 추세는 꾸준히 늘고 있지만, 파킨슨병에 대한 연구, 정책 등 정부 지원은 미흡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특히 대한파킨슨병 및 이상운동질환 학회 관계자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발병률 연구가 제한돼있어 질환의 현황·위험요인 등에 대한 정확한 파악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는 치료법 개발과 정책 수립에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설명.

더불어 파킨슨병은 진료비용 총액의 10%에 해당하는 금액만 본인이 부담하도록 지원하지만, 파킨슨병에 동반되는 다양한 합병증, 간병비 등은 보장항목에 포함돼있지 않다.

파킨슨병 환자들을 위한 정부 지원은 주로 의료적 측면에만 맞춰져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한파킨슨병 학회 관계자는 “파킨슨 환자들을 위한 사회적 측면의 지원 서비스의 제공이 고려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파킨슨병에 대한 관심이 의료적 측면과 사회적 측면을 모두 고려한 방향으로 지속돼야 하며, 기초 연구를 통해 환자의 삶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정책적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