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장대응 정부 만 명 확진자-200여명 사망자에 사과해야…보다 강력한 입국금지 요구도

[의학신문·일간보사=김현기 기자] 정부가 ‘코로나19’ 감염병 사태와 관련 외국인의 입국제한을 보다 강화했지만 의료계가 “때늦은 대응”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앞서 내국인 ‘사회적 거리두기’를 권고하기에 앞서 외국인에 대한 강력한 입국제한부터 실시했어야 방역에 효과를 거뒀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정부는 오는 13일부터 한국인 입국을 금지한 국가와 지역 151곳 중 한국과 사증면제 협정을 체결했거나 무사증 입국을 허용한 90곳에 대해 사증면제 조치를 잠정적으로 정지한다.

구체적으로 '코로나19' 감염자가 대거 발생한 유럽 (34개국)을 포함해 △미주(23개국) △아시아·태평양(18개국) △중동(9개국) △아프리카(6개국) 등이 해당된다.

아울러 정부는 이미 발급된 90일 이내 단기사증의 효력도 모두 정지시켰다. 단기체류 목적의 단수·복수사증이 모두 해당되며, 같은 사증을 소지한 외국인이 한국을 방문하려면 공관에 사증을 다시 신청해야 한다.

이번 정부의 입국제한은 ‘코로나19’의 해외유입으로 지역사회 감염이 지속되고, 모든 입국자에 대한 의무적인 자가격리 수준이 방역당국의 역량을 넘어섰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의료계 내부적으로도 정부의 결정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다만 너무 뒤늦은 결정에 아쉬움을 내비치고 있다.

감염내과 한 교수는 “코로나19에 대한 검사와 치료 현장에서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들은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었다”며 “이제라도 정부가 입국제한을 강화해서 다행이나 좀 더 빠른 결정을 내려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이같이 의료계는 그동안 외국인 입국금지에 대한 목소리를 높여왔던 것이 사실이다. 내국인 치료에 의료진이 번아웃된 상황에서 외국인을 진료할 여력이 없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전국의사총연합(전의총)에서도 정부의 늑장대응을 지적하고, 보다 강력한 ‘입국금지’를 정부 측에 요구했다.

전의총은 “정부는 두 달 동안 외국인의 입국금지를 강화하자는 의료전문가들의 입장은 과잉대응이라고 무시했다”며 “이제와서 늑장대응하는 정부는 만 명이 넘는 확진자와 200명 이상 사망자의 희생에 대해 사과하고, 책임을 물어야한다”고 주장했다.

또 전의총은 “대규모 유행과 사망 가능성이 높은 감염병은 단 한 명이라도 유입을 차단해야한다고 판단한다”며 “더 강력한 외국인 전면 입국 금지를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의료계 일각에서는 입국제한을 ‘상호주의 원칙’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물론 외교적인 해석이 중요하나 각국의 감염병 대처에 따른 ‘과학적 원칙’으로 해야한다는 것.

실제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7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개방성의 근간은 유지하되,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제한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의료계 한 관계자는 “감염병 사태는 상호주의보다 보다 과학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본다”며 “각국의 감염병 통제력이나 대응 상황 등을 고려해 결정하는 것이 올바르다”라고 피력했다.

한편 현재 해외에서 국내로 유입된 ‘코로나19’ 확진자는 70명(4월 10일 기준), 임시 생활시설에서 격리 중인 외국인은 900여명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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