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코로나19 전담병원 간호사들 "이제는 심적·정신적 지치는 상황"…전문인력 등 정부 차원 다양한 지원책 절실

[의학신문·일간보사=진주영 기자] “후배 간호사들에게 힘내자고 말하는 것 자체가 사치라는 생각이 들어요” “울면서 퇴근하지 않은 간호사는 단 한명도 없었어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의료진의 정신적 안정감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일간보사·의학신문은 국내 가장 많은 확진 환자가 나와 관심이 집중된 대구 지역 코로나19 지역거점병원의 의료진을 만나 생생한 목소리를 들어봤다.

간호사, 환자 간호‧간병에 심적으로 지쳐간다.

대구 지역에서 코로나19가 집단 발생하기 시작한 지 두 달이 지난 지금, 대부분의 의료진은 육체적 피로감보다 정신적인 피로감이 점차 가중되고 있는 점을 호소했다.

특히 인력 부족 등으로 의료진이 기저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에 대한 치료와 간병을 병행하면서 발생하는 스트레스 가중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좌측부터)대구동산병원 배민정 간호사, 이행미 간호사. 얼굴에 밴드를 붙이고 교대근무 할 준비를 하고 있다.

대구 중구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에 만난 20년차 이행미 간호사는 병원 내 분위기에 대해 “코로나19 사태 처음보다 환자가 줄어들고 있는 상태라, 시스템이나 인력난 등 비교적 나아진 상태”라고 운을 뗐다.

이 간호사는 “특히 중환자실에서 환자들은 밀폐된 공간에서 장기간 치료받는 그 자체로 힘들어 한다”며 “한 치매 중증 환자가 목욕탕에 가게 해달라는 등 무리한 요구를 해 심적 케어가 어려운 부분이 가장 힘들다”고 강조했다.

요양병원에서 이송된 환자 병동을 맡고 있는 대구의료원 간호사 또한 비슷한 처지였다.

대구의료원 허선우 간호사. 코로나19 확진 환자를 돌보던 당시를 떠올리자 마자 붉어진 눈시울.

올해 20년차로 근무 중인 대구의료원 허선우 간호사는 “한사랑요양병원에서 수십 명의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대거 발생해 대구의료원으로 이송됐던 지난 3월 19일, 그 날을 생생히 기억한다”며 “코로나19 초기 전쟁에 이은 또다른 전쟁의 시작이었다”고 입을 뗐다.

이송된 34병상 환자들은 전부 체위를 변경할 수 없고 모든 수발을 들어야 하는 와상 환자였다는 것이다.

허선우 간호사는 “대부분 환자들이 기저질환으로 치매를 앓고 있었기 때문에, 감염 예방을 위한 마스크 착용이나 식사 여부 파악 등 기본적인 관리조차 어려웠다”고 말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환자와 의료진 등 모두가 지쳐가는 가운데 간호사들은 환자들의 심리적 붕괴에 따라 이중고를 겪고 있는 상황.

허 간호사는 “환자들이 초반에는 감염 증상을 호소했지만 몇 주가 지나고 나니 치매증상들이 나타나 대변을 여기저기 묻혀 감염 위험이 우려되는 상황이 생기는 등 업무가 과중되고 있다”며 “코로나19 초기에는 고된 노동 강도로 힘들었다면, 이제는 심적이나 정신적 고충이 더욱 크다”고 호소했다.

인력도 부족하지만, 제도도 부족하다. 현장에서는 사람도 부족하지만, 일반적 인력이 아닌 훈련된 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좌측부터) 대구의료원 우성진 간호사, 김경옥 간호부장, 배재화 간호사, 이수영 간호사, 허선우 간호사. 다같이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대구의료원 김경옥 간호부장은 “간호 강도는 수치로 따질 수가 없기 때문에 여러 가지 간호 정책 등에서 환자 중증도를 고려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코로나19를 계기로 가장 개선됐으면 하는 부분이다”고 꼬집었다.

이러한 현장에서 과도한 업무에 비해 대응 인력이 부족해, 여전히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 김경옥 간호부장의 설명이다.

보건당국은 대한간호협회를 통해 간호사들을 파견했지만 현장에서 이들을 활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경옥 간호부장은 “감염 지식이 부족한 채로 급하게 투입되고 급박한 상황에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기 어렵다”며 “인력에 부족하지만 원내 의료진 감염이 일어나면 더 힘들어지기 때문에 현재 외부 요양보호사 인력을 받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결국 제도권에서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지적이다.현재와 같은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감염 전담간호사가 필요하며 체계적인 인력 배분이 이뤄져야 한다고 간호사들은 입을 모았다.

김경옥 간호부장은 “지방에서는 간호사 3등급 맞추기도 어렵다. 대학병원도 어려운데 2차병원은 오죽할까”라며 “현실적으로 전쟁이 나기 전부터 인력을 준비하는 것처럼 4~5년마다 오는 감염병 대응 전문 인력을 갖춰야 할 것”이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그는 “작년부터 간호사 수급이 어려워진 상황이며, 이는 같은 의료원이라도 급여 차이 등이 제각각인 것에도 원인이 있다”이라며 “보훈병원처럼 공공기관에서 인력을 뽑아 수급하는 형태로 인력을 확보한다면, 인력난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대한간호협회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를 교훈 삼아 감염관리 관련 전문간호사 양성, 간호인력 수급 등 법 재개정이 필요한 시점이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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