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자 추가부터 시작…‘좀 더 상세한 역학 데이터 얻어야 대응력 높아져’

[의학신문·일간보사=안치영 기자] 정부가 흡연자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고위험군으로 분류하면서 코로나19 위험 지표를 늘려나가기 시작했다. 정부와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위험 지표들은 코로나19 역학적 데이터를 얻기 위해서라도 점차 늘려나가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7일 중앙방역대책본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정부는 흡연자를 코로나19 고위험군으로 분류한 이후, 좀 더 많은 지표들을 역학조사지침 등에 포함시키기 위한 방안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 포함된 흡연자의 고위험군 포함은 WHO와 영국 등의 데이터가 인용돼 지표에 포함됐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에 따르면 중국 데이터에서 흡연자가 비흡연자에 비해서 코로나19 중증 이상으로 발생할 확률이 14배가 높다고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흡연자의 경우에는 얼굴·호흡기 계통에 손이 자주 접촉된다는 위험성도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흡연자의 경우는 만성질환자와 달리 젊은 연령층도 다수 포함돼있기 때문에 일괄 중증으로 간주하긴 어렵다. 이에 대해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생활치료센터 등 시설에서 치료 중인 젊은 흡연자의 경우 간혹 폐렴으로 진행되는 경우 이를 좀 더 빨리 감지하기 위해 지표에 넣고 (흡연자를) 좀 더 유심히 체크하길 위한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아직까지 역학조사지침에 포함돼있지 않는 ‘흡연 여부 질의’ 또한 조만간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아직 역학조사지침에는 흡연이 포함돼있질 않지만, 조만간 이를 개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흡연 지표 추가에 담긴 의미…‘좀 더 세밀한 역학 데이터 얻는 단계’

흡연 지표가 추가된 것에는 단순히 질문이 하나 더 늘어난 것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기존에는 급증하는 확진자 대응과 환자 치료에 정신이 없었지만, 일일 확진자가 100명 이내로 줄어들고 지역별 폭증 사례도 적어지면서 ‘이제는 좀 더 정교하게 환자를 보고 근거를 만드는 수준’으로 돌입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가장 달라진 점은 이젠 의료진에게 '물어볼 심적 여유'가 생겼다는 점이다. 사태가 급박하게 흘러가던 초창기와는 달리, 이제는 확진자를 대응할 수 있는 경험과 시간이 좀 더 늘어났다.

방역본부 관계자는 “(각각의 지표들을) 체크 안하고 환자를 치료하면 한계가 있다”면서 “환자에게 많은 것을 질문해야 역학적 데이터를 얻는데 기존에는 치료에 정신없었다면, 지금은 어느 정도 물어볼 수 있는 여건이 됐다는 분위기가 있다”고 설명했다.

역학 전문가들은 데이터가 모이게 되면 특정 환자군 중 어느 환자군이 더 위험하고 증례의 패턴이 가늠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어느 정도 패턴을 잡아가면 치사율과 감염율을 낮추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방역본부 관계자는 “최근에 중국에서 연구 결과가 나오기 시작하는데, 이는 중국 또한 어느 정도 환자 대응과 연구를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여건이 된다는 의미”라며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등으로 의료진에 어느 정도 숨통을 틔워주면 환자 지표를 늘리고 데이터를 고도화해 다시 코로나19 대응력을 강화하는 선순환 구조로 이어지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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