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보사 30주년 창간특집]

전우택
한국의학·교육학회 부회장, 연세의대 정신과 교수

[의학신문·일간보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COVID19)로 인하여 우리나라와 전 세계가 큰 어려움과 혼란 속에 들어갔다. 이번 현상은 우리에게 두 가지를 확인시켜 준다. 첫째,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들어간다면서 인간은 최첨단 과학기술들로 새로운 유토피아를 이룰 수 있을 것처럼 생각하였지만, 인간은 여전히 가장 작은 생명체인 바이러스조차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바이러스보다 더 작고 연약한 존재”라는 사실에 대한 겸허한 재확인이다. 둘째, 인간의 생명과 건강을 지켜내는 의학의 역할이 정말로 중요하기에, 의사를 양성해 키워내는 의학교육이 제대로 작동될 수 있도록 더욱 치열하게 노력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 의학교육이 세계적인 수준으로 발전하고 그에 따라 우리나라 의학이 정말로 세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하여 다음 세 가지를 제언한다.

첫째, 의학교육의 내용을 더 효율적으로 핵심화하고 통합하여야 한다. 의학지식의 폭발적 증가로 인하여 의과대학에서 가르쳐야 할 것 같은 지식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한정된 시간이 문제다. 그러므로 의학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보다 “무엇을 가르치지 않을 것인가?”를 정확히 선택하는 것이다. 즉 교육내용을 핵심화 시키는 것이다. 그것이 의학교육을 책임 맡은 교수들의 실력이다. 그리고 그 교육을 더 효율적으로 만들어 가기 위하여 전통적으로 기초의학, 임상의학, 인문사회의학의 교육을 각각 나누어서 시행하던 것을 과감하게 유기적으로 통합하여야 한다. 이것을 통하여 학생들은 더 효율적으로 교육을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과거의 지식을 습득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지식을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을 교육받을 수 있는 학생 연구 및 개발 시간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둘째, 학습방법의 혁신이 이루어져야 한다. 한 학년 전체 학생들을 모두 같은 시간에 같은 교실에 모아놓고, 앞에 나선 교수가 동일한 지식의 내용을 일방적으로 강의하는 형식의 교육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식 습득을 위한 자료는 인터넷으로 얼마든지 접근이 가능하며, 우수한 학생들은 혼자 또는 소규모 집단으로 그 지식 습득을 할 수 있다.

의과대학의 교육은 그런 지식습득을 시키는 것으로부터 “습득된 지식에 대한 비판적 성찰 및 새로운 아이디어의 창출”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바뀌어야 한다. 학생들은 습득한 지식을 토대로, 교수들과의 토론 속에서 자신들의 지식을 통합하고, 문제의식을 가지며, 새로운 연구에 들어설 수 있게 하는 것이 의학교육의 본질이 되어야 한다.

셋째, 의학교육의 학제 유연화가 필요하다. 예과 2년, 기초의학 교육 1년, 임상의학 강의 1년, 임상실습 2년이라는 식의 고정된 틀이 유연하게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내용의 핵심화와 통합이 이루어진다면, 지식 및 술기 습득을 위하여 필요로 되는 교육 기간은 더 효율적으로 축소될 수 있다. 이미 미국 하버드의대 등은 그 교육 기간을 매우 단축시켰다. 그러면서 새로 확보할 수 있는 기간들을 학생 자신의 선택에 따라 연구 또는 보건의료 관련 국제 및 국내 사회활동에 투입할 수 있게 할 수 있다. 이를 통하여 지식과 술기 능력은 생생히 현장에 적용될 수 있게 되고, 또 미래의 새로운 의료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근본적인 문제의식과 능력을 갖추게 된다.

여기에 더하여, 우수한 인재들이 의학공부에 들어갈 수 있는 통로도 다변화 시킬 필요가 있다. 즉 지금은 고등학교 졸업생들이 의예과에 들어옴으로써 의학을 공부할 수 있게 되는 것이 주를 이룬다. 그러나 본과에 진입할 수 있는 기회를 다양한 전공분야를 가진 학사 자격증이나 석·박사 자격증을 가진 사람들에 까지 확대시켜, 각 의과대학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이 다양한 학문들과 의학을 연결시켜, 우리나라 의학을 더 다양하고 국제적 경쟁력을 가진 의학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강력한 도구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과거에 시행하였다가 정책적 혼선으로 인하여 포기하였던 의학전문대학원 제도와는 다른 형태의 시도이다. 미래를 위하여 우리가 이제부터 검토해야 할 중요한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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