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착용 필수, 거리두기 속 언택트 서비스 각광…막대한 경제 피해와 코로나 블루 등장

[의학신문·일간보사=오인규 기자] # 85년생 직장인 A씨는 금요일인 오늘 공적 마스크를 사기 위해 3000원과 신분증을 챙기면서 하루를 시작했다. 식당에서 어쩔 수 없이 마스크를 벗어야 한다는 점이 걸려 배달 음식으로 간단히 점심을 해결한 그는 퇴근 무렵 옆자리 직원의 가족 중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에 온라인 회의를 포함한 재택근무를 명받았다.

# 지인들과 예정됐던 약속들이 대부분 취소된 가운데 헬스장도 임시 휴관해 집에서 간단히 운동할 수 있는 요가 매트를 구매했지만, 그의 최근 취미는 400번 이상 저어서 만든 달고나 커피를 마시면서 보는 넷플릭스다. 하루를 마무리하며 해외 각국에서 쏟아지고 있는 확진자 수와 국산 진단 키트 지원 요청을 한다는 각국 정상들의 멘트를 담은 뉴스를 보면서 우리나라의 높은 의료수준에 대한 생각도 하곤 한다.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1만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장기화 된 사태에 일상도 큰 변화가 생겼다. 세계로 퍼져가는 팬데믹 상황을 지켜보며 연일 확진자와 사망자 숫자 같은 주요 정보에 촉각을 세우며 의료계 활약과 높은 시민의식에 박수를 보내고, 새로운 관심사와 바이러스에 대처하는 삶의 모습도 바뀌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여전히 두려움과 맞서고 있다는 점이다.

■ “아시아는 옳았지만” 마스크의 빛과 그림자

먼저 마스크 착용과 손 소독을 사회적 습관으로 만들었다. 이미 미세먼지 또는 황사가 기승을 부리는 때 마스크를 찾는 이들은 많았지만, 코로나19 사태처럼 수요가 폭증하진 않았다.

미국·유럽을 비롯한 서구권은 그간 마스크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움직임이 컸다. 다수의 국가 지도자들과 전문가들은 심지어 마스크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손을 씻거나 사회적 거리두기에 집중하라고 권고해 왔다. 특히 북미에서 ‘마스크는 아시아인들과 관련된 것’이라는 인종차별적 인식도 등장하며 거부감이 커졌다.

하지만 상황이 바뀌고 있다. 해외 언론은 “아시아는 위기 초기부터 많은 지역에 걸쳐 마스크를 쓰도록 했고, 낮은 감염률과 빠른 확산 억제로 이것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입을 모으는 모습이다.

그림자도 보인다. 마스크 열풍이 불면서 시장에는 품귀 현상이 발생했고, 정부는 매점매석 금지를 고시하고 단속에 나섰다. 마스크 관련 사기 행위가 기승을 부리는가 하면, 폭리를 붙여 판매하는 업자들도 나타났다. 정부가 약국을 공적마스크 중심 유통망으로 지정한 이후 마스크 5부제 등을 만들어 안정화되고 있지만 국민들의 불만과 현장의 고충도 여전한 상황이다.

■ “이불 밖은 위험해” 사회적 거리두기 활성화

또한 외출 자제, 모임 금지 등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이 활성화되면서, 다양한 업체들의 기술의 발전 등을 활용해 사람 간 직접적인 접촉을 피하는 언택트 서비스가 각광을 받고 있다. 각종 배달 어플과 웨비나(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진행되는 세미나)도 널리 활용되고 있다.

언택트 서비스를 의료 분야에서 활용할 경우 진료 접수나 대기를 위해 병원에 머무는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다. 모바일 병원 접수 및 예약 서비스는 병원에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진료 접수나 예약 및 진료 순서 확인이 가능한 서비스를 활용하면, 본인의 진료 순서까지 병원 대기실에서 다른 환자들과 함께 대기할 필요가 없어 2차 감염의 위험을 줄여준다.

메디컬 에스테틱 전문기업 하이로닉은 신제품 ‘피코하이’의 국내 출시를 기념한 온라인 세미나를 지난 1일 개최해 주목받았다. 당초 기대했던 사전 신청 및 시청자보다 예상을 훨씬 웃도는 인원이 참여하며 성공적으로 종료됐다는 평가다.

회사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비대면 방식의 영업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영상 자료 공유를 통해 의료진들과 소통하고,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 사회·경제 전반 악영향 도미노, ‘코로나 블루’까지

한편 글로벌 금융 위기 수준에 사회와 경제 전반의 막대한 피해가 도미노처럼 이어지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전국 2200여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2분기 제조업체 경기전망지수'를 조사한 결과, 지난 1분기보다 18포인트 하락한 57로 집계했다고 밝혔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분기 '55'에 근접한 수치로 낙폭 역시 이때(-24p) 이후 최대치다

경영비용 부담으로 실업 상태가 된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일상만이 아니라 삶까지 바꾼 셈이다. 이에 재난기본수당을 비롯해 실질적인 지원책을 검토해 보아야 한다는 의견들도 등장하고 있다. 위기를 상생으로 극복하자는 취지 속에서 자발적으로 임대료 동결·인하에 동참하는 ‘착한 건물주’ 바람이 의료계에도 불고 있다.

건양대병원은 원내 입점 업체를 대상으로 4∼6월 3개월 동안 임대료를 30% 낮춰 받기로 했다고 2일 밝혔다. 코로나 19 대응을 위한 병문안 전면 제한과 출입구 통제 등으로 내원객이 감소한 상황을 고려한 조치다. 최원준 원장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힘든 시간을 보내는 만큼 고통을 함께 나누기 위해 내린 결정이며 서로 힘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설명했다.

각종 활동과 경제가 위축되며 코로나19와 우울감(blue)의 합성어로 전염병 전파에 따른 스트레스와 우울감을 일으키는 것을 뜻하는 ‘코로나 블루’도 확산되고 있다. 과도한 스트레스는 불안, 불면, 기침하는 사람을 피하거나 주위 사람들이 병을 옮길지 모른다는 염려, 감염 시 비난받을까 하는 걱정, 실제 격리되며 겪는 우울함, 답답함 등 다양한 신체증상도 유발하고 있다.

석정호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좁은 실내공간에서 하는 운동보다는 넓은 공원 산책을 하거나 혼자 할 수 있는 야외 운동을 하면서 기분을 전환하는 것이 좋다”며 “음악, 미술, 독서, 영화감상, 좋은 사람들과의 통화나 소통 등 자신의 취향에 맞춰 좋은 기분을 이끌어낼 수 있는 활동을 통해 기분을 즐겁게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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