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균
연세대 보건대학원 겸임교수
에이치앤컨설팅 부사장

[의학신문·일간보사] 코로나19 사태로 많은 시민들이 국내 의료계의 진단 및 치료역량을 재인식하게 된 계기가 되고 있다. 대다수 국민들도 전 세계가 겪고 있는 코로나 팬데믹 사태에도 그나마 우리가 일상적인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의료체계 덕분이라고 재인식하였다.

하지만 한국 의료체계는 전적으로 민간의존형 의료공급체계이다. 의료인력수, 입원병상수의 90%가 민간병원이 공급하고 있는 형태이다. 이 배경에는 1989년 도입한 전국민 의료보험제도로 급속하게 증가한 의료수요를 민간의료기관들이 담당하였기 때문이다. 이들 민간 의료기관들은 운영의 주수입은 환자진료수입이 95%을 차지하고 있으며, 비용의 절반은 인건비로 지출한다.

최근 1월부터 지속된 코로나사태로 민간의료기관은 존립자체가 위협받고 있다. 모든 종별 의료기관이 심각한 ‘환자감소현상’을 겪고 있다. 병원협회가 조사한 지난 3월 한 달간 98곳 병원을 대상으로 입원환자수 자료를 보면 전년 동기간에 비해서 26.4%의 감소를 겪었다. 병원의 외래 환자수는 더욱 크게 감소했다. 병원의 종별로는 상급종합병원 –26.1%, 종합병원 –23.3%, 병원급이 –46.7%로서 규모가 적은 병원일수록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 결과 이들 병원에서는 인력해고와 한시적인 임금삭감을 단행하고 있다.

문제점은 현재에도 코로나 사태는 진행형이다. 병원의 지속적인 환자수 감소로 인한 경영난이 지속되면 병원은 더 이상의 정상적인 기능을 수행할 수 없다. 최악의 경우는 올해 내내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 이에 대처할 수 있는 주요 인프라가 무너질 수도 있어 대비책이 필요하다.

그 결과 병원협회에서는 ‘요양급여비용 선지급’을 확대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선지급 정책집행을 두고 벌써부터 갈등이 나타나고 있다. 심평원에서는 자금관리적인 측면에서 은행에 ‘메디컬론’을 신청한 곳은 제외하여 요양급여 선지급을 신청하는 병원수는 예상보다 적다. 이같은 현상은 병원의 인건비가 높은 비용구조적 특징이 반영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병원에서는 지난 1~2월부터 환자수가 감소하여 수익감소로 이어졌고, 일부에서는 급여 미지불 사태와 직원들의 급여삭감이 이루어졌다. 자금사정이 좋지 않은 지방병원에서는 시중 은행에 요양급여를 담보로 ‘메디컬론’을 진행한 것이다. 그 결과 지금 정부가 일부병원만 요양급여 선지급을 선별적으로 지불하는 정책은 실효성과 한계점이 있다.

최근 대통령은 긴급경제대책회의를 열고 “지금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더 심각하다”고 언급했다. 정부는 긴급지원자금을 100조원으로 늘려 불안한 국내 경제를 안정시키고 기업자금을 대는 인공호흡기를 달았다. 이처럼 타 산업에서는 코로나 추경을 통해서 항공, 서비스업종 등 수익이 추락한 산업에 직접적이고 긴급한 자금대책이 수립, 시행되고 있다. 따라서 의료계에서도 현 사태에 걸 맞는 긴급한 자금대책이 필요하다.

감염전문가들은 금번 코로나19 사태 위기는 예상보다 장기전 양상과 올 가을에 한차례 더 파동도 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따라서 의료기관(민간, 공공포함)의 지속운영이 필수적이고, 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관리적, 미시적인 시각을 버리고 대담한 자금지원정책이 필요하다. 이는 국내 의료체계의 주축이 민간의료기관이고, 이 축이 무너지면 코로나 대응책이 무너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급한 불은 먼저 끈 후에 시민사회 단체들이 코로나사태로 겪으면서 요구하는 △공공의료기관 최소 30% 확충 △의사·간호사 등 보건의료인력 공공인프라 확충 등 정부가 수행해야 최소역할에 대해서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시기와 때가 있다. 그때를 놓 치면 사회가 겪을 고통이 적지 않다는 것을 사스와 메르스 사태에서 우리는 뼈저리게 경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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