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정신 바탕 체계적 선별진료소 운영, 철통방어 전화예약센터와 최적동선 음압병동까지
고경수 부원장 “제1저지선의 책임감 무장…교육 등 인식개선 최선, 종식까지 하나가 되자”

[의학신문·일간보사=오인규 기자] 실시간 환자 상태 확인, 역학조사 대응, 평일에서 주말까지 빗발치는 문의 전화 응대, 때우기 급한 식사.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가 국내에서 두 달 가까이 지속되며 이제는 일상이 되어버린 코로나19와 맞서, 지역주민을 위해 숨 가쁘게 돌아가는 대학병원 의료현장의 24시간을 조명해본다.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하고 1월 22일부터 신속하게 TF를 구성해 매일 같이 대책 회의를 하고, 원내 감염은 절대 없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주말도 없이 총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상계백병원 고경수 부원장(내분비내과)은 본지와 만난 자리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던 순간을 회상했다.

그는 “감염병 전문 국가의료기관도 풀로 돌아가고 있지만 지역별로 지켜야하는 안전의 몫은 반드시 별도로 있다”며 “상계백병원도 확진자가 방문했지만 즉시 침착한 대응이 이뤄졌고, 우리 병원이 제1저지선이라는 책임감 아래 최선의 대비를 통해 빈틈없이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08:00 안전의 최전선에서-선별진료소

TF 대책회의 모습, 병원 게이트키핑은 현재까지 철저하게 이뤄지고 있다.

대다수의 대학병원은 현재 출입자 발열 및 호흡기 증상 체크를 시작으로 선별진료소에 이르기까지 안전을 위해 모든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지역사회를 지키는 파수꾼 역할을 맡은 상계백병원도 선별진료소와 외래 베이스로 이뤄지는 국민안심병원 모두 오전·오후팀 스케줄을 세워 철저하게 운영 중이다.

병원의 총 5개의 출구 중 1층 주 출입구만 개방하고 있으며, 기존의 접근성을 위한 모든 안내판도 현재 가려놓은 상태로 지역사회 및 병원 내 감염을 막기 위한 노력을 알 수 있었다. 또한 병원을 방문하는 모든 환자와 보호자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과 발열 검사와 방명록 작성에도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모습에서 시민의식의 향상도 느꼈다.

조용균 원장(산부인과)은 “지난 2015년 메르스를 겪으면서 갖춰놓은 음압병실과 침상 간격 유지, 보호자 면회 제한 등 감염병을 막기 위한 그동안의 노력들이 이번 코로나19를 대응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이에 더해 의료진의 희생도 큰 몫을 해주고 있는데, 외래나 수술이 없으면 당직을 서는 교수들까지도 자진해서 나서는 상황이며 이는 정말 고마운 일”이라고 말했다.

12:00 안정 속 따뜻함이 흐르는 곳-진료실과 입원실

서로 도와주는 간호사들과 감동적인 음압병동 퇴원환자의 편지

환자 치료를 위해 절대적 안정이 필요한 진료실과 입원실은 차분한 모습이었다. 항상 마스크를 쓰고 있어 여러 번 이야기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평소 만나던 환자의 희로애락을 알 수가 없어 답답한 상황이지만, 가려진 입이 아닌 ‘마음의 창’인 눈을 통해 서로에게 감사한 마음을 주고받고 있었다.

소위 태움 문화가 남아있어 군기(?)가 세다고 하지만 감염 확산을 막고 환자를 케어하는 간호 현장에서는 그렇지 않다. 모두가 힘든 가운데 선배가 후배의 식사를 먼저 챙기고, 후배가 선배의 보호구 착용과 탈의를 돕는 모습에서 서로 배려하는 존중의 문화가 더욱 확산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더불어 코로나19 치료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완치 판정을 받은 후 퇴원한 환자가 남긴 편지는 담당 의료진은 물론 병원 관계자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큰 힘이 되어줬다는 후문이다.

15:00 선제적 시설 구축으로 빚은 유비무환-전화예약센터

철저한 준비와 관리로 이뤄지는 전화예약센터, 작지만 큰 힘이 됐던 후원 도시락

서울 구로구 지역 확진자 다수 발생으로 안전의 사각지대로 요주의 시선을 받고 있는 콜센터. LG U+ 등 통신사는 통신과 유선방송이 국가와 국민, 공공기관, 각종 경제 주체 및 가족 단위 소통의 근간이며, 장애 및 품질 문제를 야기해서는 안 된다는 책임을 통감하고 문제로 지적됐던 밀집된 업무환경을 개선하는 조치를 비롯해 체계화된 업무 프로세스를 도입하고 있다.

상계백병원은 2018년 7월 별관 지하층에 있던 콜센터를 지상 6층으로 이전하여 업무 공간을 확보하고 직원들이 편하게 근무할 수 있는 시설을 구축했다. 이어 직원 간 충분한 간격을 유지하여 편안한 업무환경을 제공함은 물론 타 근무공간과 다르게 180 cm 높이의 파티션 제작을 통해 감염병 확산 등 만약이라도 있을 위험 상황을 미연에 방지했다.

고경수 부원장은 “올바른 작업 환경을 만들려는 선제적인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판단이 주효했다”며 “결국 평소에 준비가 철저하면 후에 근심이 없다는 ‘유비무환’이라는 일념 아래 앞으로도 노력을 꾸준히 이어나가겠다”고 설명했다.

17:00 하루 최대 100건까지, 묵묵함 속 빛이 나는-검사 파트

“제가 코로나19 확진인가요?” 현재 상계백병원은 검사 파트 2명이 근무하며, 오전에 도착한 검체는 오후에 확인이 가능하고 오후에 도착한 검체는 다음날 오전까지 보내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어 현재 하루 100명까지 검사가 가능하다. 핵산을 추출하는 과정에서 손이 많이 가게 되므로 PCR 기계를 추가로 구입하면서 지금의 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다.

조용균 원장은 “초기에 비해 검사가 밀려드는 상태는 아니지만 증상의 유무와 별개로 결과를 바로 알려달라는 무조건적인 요청에 대해서도 항상 ‘안심’이 먼저라는 생각으로 주말이라도 검체를 돌려 가능한 빨리 결과를 보내고 있다”며 “최대한 이른 검체 확인을 통해 지역사회 감염과 병원 감염을 막는 데 일조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더불어 감염관리실과 호흡기내과·감염내과 교수들이 24시간 모니터링하며 X-Ray 등을 띄워서 발열 증상이 있는 환자는 바로 확인할 수 있게 했다. 비록 거창한 방호복을 입고 선별진료 전면에 나서는 화려함은 없더라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다방면으로 노력하는 일상 속에서 우리는 감염병 종식이라는 목표를 향해 매일 한 발짝 다가서고 있다.

24:00 동선 최적화로 이루어낸 철통 방어-음압병동

미소를 잃지 않은 음압병동 근무 간호사, 최적화된 동선이 돋보이는 상계백병원 음압병동

밤이 깊은 시간에도 안전을 위한 노력은 계속된다. 총 4곳의 음압병상을 중심으로 병동 봉쇄를 최소화하면서도, 최적화된 동선을 적절하게 구성해 낸 부분은 모범이 되고 있다. 현재 25명 내외의 폐렴 환자들이 고통 받지 않는 환경에서 안전하게 치료받을 수 있도록 향후에는 감염에 특화된 병동을 구축하겠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었다.

인터뷰를 마치며 고경수 부원장은 “이번 코로나19를 겪으며 교육의 필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며 “레벨D 방호 세트 착용을 비롯해서 게이트키핑 근무자와 병원을 오가는 인력에 대한 개인위생과 안전에 대한 인식 고취가 왜 중요한지 다시 한 번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했다.

또한 “외래와 입원 모두 3분의 1이 줄어들며 경영에 있어서 모든 지표의 하락은 감수해야 하지만, 병원 교직원에게 누군가를 위해 땀 흘리는 보람과 환자를 돌보는 숭고한 정신이 함께하고 있어 위로가 된다”며 “앞으로도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는 일이고 이제는 정말 체력전인데 방심하지 않고 질병의 종식까지 모두 힘을 모아 하나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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