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윤
연세의대 인문사회의학교실
의료법윤리학과 교수

[의학신문·일간보사] 코로나19로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사회에서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집회와 콘서트, 모임 등이 대부분 취소되었고, 학교는 개학을 2주 늦추고 2주는 비대면 방식의 교육을 해야 한다. 회의도 원격으로 하고, 지인들 간의 만남도 축소되고 전화와 화상으로 안부를 묻는 것으로 대체되고 있다. 일요일에 교회를 나가는 대신 집에서 인터넷으로 예배를 드리게 되었고, 결혼식과 장례식도 꼭 필요한 인원들만 참석하는 방식으로 하고 있다. 어떤 분들은 재택근무가 늘어나고, 가족이나 친밀한 사람과 같이 보내는 시간이 많아져서 좋다고도 하지만, 오히려 혼자 보내는 시간이 너무 많아져서 힘들다는 분들도 있다. 이러한 변화로 인해서 현재를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은 우리가 5년에서 10년 정도 후의 미래 사회를 상상하며 그렸던 삶을 이미 살고 있는 것으로 착각할 정도이다.

2000년 의료법이 개정되면서 원격의료가 법적으로 허용되었다. 하지만, 소수의 의사가 다수의 환자를 독점할 수 있다는 의료계의 우려로 환자가 의료인과 같이 있으면서 하는 의료인간의 원격의료만 허용되었고, 환자와 의사간의 직접적인 원격의료는 최근까지 허용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환자가 전화로 의사와 상담하고 처방을 받는, 환자와 의사간의 원격의료가 일시적으로 허용되고 있다. 이 사태가 지나고 나서도 환자들에게 의료기관이 감염에 매우 위험한 곳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은 계속 될 수 있고, 의료인들도 가급적 안정적이고 만성적인 환자는 직접 대면하지 않는 것을 선호하는 현상은 지속될 수도 있을 것 같다.

학교에서는 교수들이 학생들을 직접 대면하지 않고 비대면으로 교육하는 것을 최소 2주 동안은 싫든 좋든 하게 되었다. 코로나19사태 이전에도 이미 기술적인 문제는 거의 없었으나, 대부분 대면방식으로 교육하고 있었다. 자신의 교육내용을 다른 사람들이 보고 평가하게 되는 것이 싫기도 하고, 어떤 분야의 다른 좋은 교육 자료가 있으면, 그 교육내용과 비교되어 선택되지 않을 수도 있으므로 조심스럽기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한두 달 사이에 모든 것이 달라져서, 대다수의 교수들은 싫더라도 비대면 교육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의료계와 학계는 대표적인 보수집단으로, 코로나19 사태가 아니었다면 향후 10년 정도 내에서 서서히 일어나게 되었을 수 있는 변화를 한 두 달 사이에 겪고 있는 듯하다.

코로나19 사태가 중국 우한에서는 어느 정도 진정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아직 진행 중이고, 세계적으로도 이제부터 대유행이 더 커지거나 여러 나라도 확산되는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도 이번 코로나19는 우리나라 내에서는 치명률이 메르스 보다는 낮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향후 전염력도 높고 치명률도 높은 신종전염병이 우리 사회를 얼마든지 흔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때를 대비해서, 이번 기회에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변화를 완성해 놓는 다면, 세계 어느 나라 보다 미래를 잘 준비한 나라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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