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병협과 논의 후 방안 마련 추진…의료계, '원내 감염 우려 인해 선뜻 환자 받기 어려워'

[의학신문·일간보사=안치영 기자] 정부가 대구경북지역 환자 진료 거부 확산을 막기 위한 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그럼에도 불구, 일선 의료기관의 불안감을 해소시키지 않는 한 정부의 대책은 미봉책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현장의 판단이다.

김강립 총괄조정관(사진 왼쪽)이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된 브리핑에서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차관)은 9일 브리핑을 통해 “대구경북 환자들에 대한 진료거부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오늘부터 논의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강립 총괄조정관은 “대구시 환자들에 대해서 적절한 치료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또한 기존에 치료받았던 경우조차도 새롭게 서울지역에서 진료를 받으려는 경우 대형병원들을 중심으로 (환자를) 받지 않으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점을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서울백병원의 경우 한 환자가 대구에서 왔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고 진단을 받으면서 병원이 지난 8일 일부 폐쇄되는 상황에 직면했다.

이에 대해 김강립 총괄조정관은 “의료인에 대한 진술의 과정에서도 재난 시에는 정확한 사실을 말해야 하며, 정확한 사실을 말하지 않는 경우에는 과태료를 1000만 원 이하까지 부과할 수 있는 처벌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감염병관리지역으로 관리하고 있는 지역의 환자들의 경우에 적절하게 진료를 받기 어렵고 병원감염을 우려해서 의료기관에서 제대로 환자를 받지 않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측면도 같이 고민해야 된다는 것이 김강립 총괄조정관의 설명이다.

그는 “우선 대한병원협회하고 이 부분을 우선적으로 논의를 하겠다”면서 “기존의 치료를 받던 환자들이 최대한 불편없이 받을 수 있는 방안, 그러나 동시에 안전하게 의료기관도 보호가 돼야 되는 이런 원칙이 어떻게 조화롭게 균형을 맞출 수 있을지에 대한 방안을 오늘 논의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의료계, ‘상황은 알지만 원내 감염 두려움에…’ 난감

이러한 상황은 병협 또한 인지하고 있다. 이미 병협은 지난 2월 28일을 포함, 총 두 차례에 걸쳐 회원들에게 ‘특정 지역 진료거부 사례 방지 협조요청’을 담은 공문을 발송해 안내한 바 있다.

대한병원협회가 지난 2월 28일 발송한 공문 내용 중 일부.

공문 내용은 진료 거부가 일어나지 않도록 협조해 달라는 내용을 담고 있으나, 어떤 식으로 환자 내원을 안내하고 진료 프로세스를 밟아야 하는지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사실상 감염병관리지역 환자가 내원했을 경우 아무리 선별검사와 동선 분리 등을 시행한다 하더라도 완벽할 수는 없다는 것이 정부와 의료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호흡기 질환을 따로 분리해 운영하는 방식인 ‘국민안심병원’ 또한 코로나19 무증상자를 포함, 100% 안전하다고 말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 관계자는 “물론 국민안심병원 관계자들을 포함, 모두가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국민안심병원이 실질적으로 코로나19 감염 위협을 100% 막아주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진료 프로세스를 가동시킬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한 것으로 이해해줘야 한다”면서 국민안심병원이 만능이 아님을 설명했다.

한 종합병원장 또한 “환자가 작정하고 속이고 들어오면 병원 입장에서는 막을 도리가 없다”면서 “웑내 감염이 발생되면 아무리 정부에서 보상을 해준다 하더라도 책임문제부터 시작해 많은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일각에서는 차라리 진료 거부에 따른 페널티를 받는 것이 원내 감염으로 인한 문제 발생보다 낫다는 인식도 갖고 있다. 한 종합병원 전문의는 “감염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다가오며, 방어진료가 최선인 상황”이라며 “형사처벌 및 자격 정지 조치에 대해 다른 환자들을 위협할 수 있는 감염 가능성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항변한다면 법리적으로도 어느 정도 조정이 있지 않을까 한다”고 조심스럽게 설명했다.

결국 정부가 어느 정도 수준의 (감염병관리지역) 환자 수용 지침을 만드는가에 따라 향후 의료계의 대응 방향이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한 상급종합병원 진료과장은 “자꾸 개인적으로 대구경북 지역에서 환자 받아달라는 연락이 많이 오고 있다”면서 “정부가 기준을 마련해야 어떤 식으로든 대처하지 않겠냐”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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