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정임 교수 연구팀 "피부암 악성 진단 및 치료 방법 제시, 134개 피부질환 분류 가능"

[의학신문·일간보사=진주영 기자] 국내 연구진이 134개 피부질환을 분류하는 인공지능을 최초로 개발해 눈길을 끌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피부과 나정임 교수 연구팀은 최근 합성곱 신경망(CNN)이라는 특화된 알고리즘을 활용해 22만장에 달하는 아시아인 및 서양인의 피부병변 사진을 학습시켜, 134개에 달하는 피부질환을 진단할 수 있는 인공지능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134개 피부질환에는 흔하게 발생하는 피부병의 대부분이 포함돼있다. 100개가 넘는 피부질환을 진단할 수 있는 AI가 발표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국내 AI 기술 경쟁력이 선두 그룹에 뒤쳐져 있는 상황에서 피부질환 연구 분야에 있어서만큼은 세계적 수준을 보유하고 있음을 증명한 것이다.

피부질환의 병변은 겉으로 보기에도 매우 다양한 양상을 보이는데, 기존의 진단 AI는 제한된 질환 몇 가지에만 사용할 수 있었다. 피부종양의 악성 여부 파악 등 단순 분류에만 그쳐 실제 상황에 적용하기 어려웠다.

반면 개발된 딥러닝 기반 인공지능 모델은 피부과 전문의에는 못미치지만 레지던트와 동등한 수준으로 피부암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항생제 처방 같은 일차적 치료 방법을 제시한다.

특히 피부암 진단 성능을 테스트하기 위해 피부과 레지던트 26명과 전문의 21명이 3501개의 사진 데이터를 진단한 결과, 단독으로 진단했을 때의 민감도는 77.4%였으나 AI의 도움을 받아 판독했을 때는 86.8%로 유의미하게 높아졌다.

또한 비의료인 23명을 대상으로 피부암을 감별하게 해본 결과, 처음에는 민감도가 47.6%에 불과했지만 AI의 도움을 받았을 때는 87.5%로 크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의료인과 의료진의 피부암 진단 특이도 역시 AI의 도움을 받았을 때 약 1% 증가했다.

기존 연구가 AI와 의사의 진단 능력을 단순 비교한 것에 그친 것과 달리, 이번 연구는 AI가 의사의 진단능력을 향상 시키고 비의료인이 AI의 도움을 받을 경우 피부암을 2배 가량 더 잘 찾아낼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해 의미가 크다.

이와 더불어 의사·AI·AI의 도움을 받은 의사 중 AI의 보조를 받은 의사가 가장 진단 능력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의료진이 AI의 조력을 받는 것이 피부질환을 진단하는 데 있어 가장 효율적이라는 것.

나정임 교수는 “AI의 정확성은 사진의 초점, 구도 등에 따라 영향을 받기는 하지만 이러한 문제는 인간의 지성이 보완할 수 있는 것으로, 의료진은 AI의 도움을 받아 피부질환을 보다 정확하고 빠르게 진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나정임 교수는 “향후 의료계에서 AI와 의사는 서로를 대체하는 것이 아닌 상호 보완적인 역할을 할 것이며 의사의 진단능력을 향상시켜주는 조력자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나 교수는 “앞으로 후속 연구를 통해 이러한 알고리즘이 상용화된다면 일반인들이 특별한 장비 없이도 스마트폰이나 PC를 이용해 실시간으로 피부암을 검진할 수 있기 때문에, 환자가 피부과에 조기에 내원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피부연구학회지 JID(Journal of Investigative Dermatology) 최신호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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