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신문·일간보사=진주영 기자] 코로나19 확산이 전 세계적으로 급증하는 가운데, 과거 공포에 떨게 한 바이러스 사태들이 재조명되고 있다.

2002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를 시작으로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MARS),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까지 ‘코로나바이러스’ 등장으로 21C 인류는 위협받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박쥐 등 야생동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바이러스 군으로, 사스는 사향 고양이와 메르스는 단봉 낙타와 관련이 있다. 또한 여러 동물에게서 이종 간 감염이 확인됐다.

코로나19의 감염 매개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야생 박쥐 바이러스에서 유래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와 관련 감염원을 놓고 코로나19가 야생동물이 아닌 ‘우한의 한 실험실’에서 유출됐다는 소문이 퍼져 논란이 일었다. 최근 실험실 유출 가능성에 대한 논문이 과학자들을 위한 네트워킹 사이트에 게재됐지만 빠르게 삭제된 것.

코로나바이러스와 더불어 21세기 최초 인플루엔자 대유행이었던 ‘신종플루’는 돼지에서 기원한 '인플루엔자바이러스 A형 H1N1 변종'에 의한 전염병이다. 당시 세계보건기구(WHO)는 최초로 전염병 경보수준을 최고 단계인 판데믹을 선언한 바 있다.

신종플루는 국내 발생 1개월 되는 시점에 지역사회에 42명의 환자가 유입됐다. 이 중 22명은 집단감염사례이며, 나머지 20명은 해외 유입감염자였다. 코로나19와 비교했을 때 당시 신종플루가 더 빠르게 확산됐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코로나19가 중국에서 유입되는 수가 많아 신종플루보다 감염이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신종플루는 최초 확진자 발생 이후 6개월 뒤 감염병 위기 단계가 ‘심각’으로 격상된 바 있지만, 코로나19는 심각 단계까지 한 달이 채 안 걸렸다.

또한 신종플루 전파력은 앞선 4가지 바이러스 중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WHO가 공개한 재생산지수(RO)를 보면, 사스가 2~5, 메르스가 0.4~0.9, 신종플루가 1~3, 코로나19가 1.4~2.5로 제시되고 있다. RO가 높을수록 전파력이 강하다.

반면 코로나19에 관한 연구가 진행되면서, 코로나19 재생산지수는 WHO의 추정치보다 높으며 사스와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일부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치사율의 경우는 신종플루가 1%로 가장 낮으며, 사스가 10%, 메르스가 20~40%다. 코로나19는 신종 인플루엔자보다 높고 메르스보다 낮을 것으로 추측된다. 현재 질병관리본부는 코로나19 치사율을 약 4~5%로 추정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신종플루와 달리 코로나19와 사스, 메르스는 백신·치료제가 없다.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사스, 메르스 사태 당시 치료제 개발이 진행됐지만 아직까지 진척되지 않는 상황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코로나바이러스는 기존 약제가 없고 변종을 잘 만들어 백신·치료제 개발에 나서기 더 어렵다"며 "아직 개발된 것이 없다고 치료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며 보존적 치료 등 약을 병행해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임상에서는 코로나19 중증환자에게 항HIV 치료제나 말라리아 치료제를 쓰고 있다. 항HIV 치료제인 '칼레트라'는 사스가 유행했을 당시도 치료 효과를 보였다. 말라리아 치료제인 '클로로퀸‘도 폐렴에 효과가 뛰어나다고 검증됐다.

이에 일부 전문가들은 기존에 쓰이던 약물 중 코로나19 치료제가 나올 것을 기대하고 있다.

명지병원 진단검사의학과 임재균 교수는 “코로나19 중증환자에 칼라트라를 투여한 다음 날부터 바이러스 검출량이 감소해 폐렴 증세가 호전됨을 관찰했다”며 “코로나19 폐렴의 고위험군에 있는 경우 초기부터 칼레트라를 투여할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 25일 일본 항바이러스 신약인 ‘아비간’을 활용 방안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아비간은 신종 인플루엔자 치료제로 개발된 약물로, 이번 국내 도입을 놓고 전문가들 사이에서 찬반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사스·메르스·신종플루 종료까지 9·7·14개월, 코로나19 종료는?

과거 우리나라는 국제 사회로부터 ‘사스 예방 모범국’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사스는 중국에서 5300여명이 감염됐으며 349명이 숨졌지만, 우리나라는 사망자 없이 감염자만 3명 발생했기 때문이다. 사스는 첫 발병 후 9개월 동안 유행했다.

이후 ‘사스의 악몽’이라고 불리며 등장한 2015 메르스는 국내 186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으며 이 가운데 38명이 숨졌다. 초기 대응이 제대로 되지 않아 첫 확진 환자가 여러 의료시설을 이동해 2차·3차 감염이 확산됐지만, 메르스 대란은 약 7개월여 만에 공식 종료됐다.

하지만 3년 만인 2018년에 다시 국내 메르스 확진환자가 발생해 정부·의료계 등이 발칵 뒤집혔지만 다행히 38일 만에 상황이 종료됐다.

특히 신종플루의 국내 확진환자 수는 75만명, 사망자 수는 263명로 어마어마한 숫자에 달했지만, 백신·치료제 공급 및 예방 접종이 원활해져 확진환자와 사망자는 감소했다. 신종플루는 감염자 수가 70만명에 달한 만큼 14개월 만에 종료됐다.

코로나19 종식 기점에 대해서 의료계는 '전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3일 기준 코로나19 확진환자는 5000명을 넘어섰고 사망자는 총 31명에 달한다.

의료계 관계자는 "백신·치료제나 예방수단이 없는 것과 더불어 이미 중국 입국 제한에 대한 기회를 놓쳤으며, 무증상 감염 등 정체불명 사례가 등장하고 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코로나19 사태 종료까지 감염 예방을 위해 대응 체계를 지속적으로 강화해야 하며 그때까지 정부·의료계·국민 등 모두가 힘을 합쳐 총력을 가해야 한다"며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쓰고 손 위생을 잘 하는 등 개인 위생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WHO에 따르면 바이러스 확진 환자가 음성 판정을 받은 날부터 최대 잠복기 14일의 두 배가 지날 때까지 추가 환자가 나오지 않으면 상황을 종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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