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율

차의학전문대학원 교수 · 의사평론가

[의학신문·일간보사] 옛 속담에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했다. 즉 어떤 한 가지 일을 보고 전체를 미루어 안다는 뜻이다.

요즘 코로나 19 대유행 사태를 지켜보면서 정부는 뭐하나 제대로 하는 것이 없어 보인다. 아주 단순한 마스크 대책만을 봐도 그렇다.

대만 정부는 중국 당국이 우한을 봉쇄한 다음 날인 지난 1월 24일부터 의료용 마스크(N95)에 대한 1개월간 수출 금지 조치를 발동했다. 또한 낭비를 막기 위해서 지난 2월 6일부터는 건강보험카드를 가진 내국인만 마스크를 하루 제한량에 맞춰 구입하도록 하고 가격도 통제하면서 장기전에 대비했다.

반면 우리 정부는 코로나19가 우리나라에서는 중국의 우한과 같은 유행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는지 28일 중국측에 마스크 200만개 등 구호물품을 전달한다고 발표했다.

그 이후에 국내에서 코로나19가 대구 경북을 중심으로 엄청난 속도로 대규모 발생을 하면서 국민들이 자신과 가족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가장 기본적인 물품인 마스크를 구입하고자 했지만 이미 시장에서는 마스크 품귀현상이 발생했고 가격도 천정부지로 뛰어올라 버렸다.

2월 25일 당정청 코로나 대책회의에서는 마스크 수입처 다변화 및 생산량 중가, 마스크 사재기 색출, 무상 마스크 지원책 강구 등 마스크 관련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었고 이후 총리와 경제 부총리가 연 이틀 마스크 공급 관련 대책을 발표했지만 결과적으로 하나도 실천되지 못했다. 결국에는 총리도 사과하고 부총리도 사과를 하는 웃지 못 할 촌극이 벌어진 것이다.

공적 기관을 통한 마스크 공급을 위해서 생산업체와 공적판매처간에 기존 계약에 따른 위약금, 원가 상승 등 문제점이 해결되지 않은 것이 그 까닭이었다. 정부의 발표만 믿고 27일, 28일, 29일 국민들은 마트, 편의점, 약국, 우체국 등 이곳 저곳 발품을 팔았지만 결국은 마스크를 구하지 못하고 허탕만 친 것이다.

언론을 이를 ‘희망고문’으로 명명했다. 겉으로는 국민들에게 마스크 구입에 대한 희망을 주는 것 같지만 결국에는 외출도 못하고 추위에 오랜 시간 동안 줄서기 끝에 달랑 다섯 장만을 구입하는 고문 같은 일이 벌어진다는 뜻인 것이다. 물자가 부족한 사회주의 국가에서 생존을 위해서라면 상점 앞에 사람들이 긴 줄을 서 있으면 영문도 모른채 무조건 줄을 서야 한다는 생활 철칙이 있었다고 한다.

이 시점에서 소련 붕괴 당시의 그런 모습이 떠오른다. 지금은 2020년. 세계 경제 12위 경제 강국. 한국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마스크뿐 만 아니다. 코로나 확진 환자가 매일 수백명씩 발생하고 있는 대구, 경북의 병상 대책도 마찬가지다.

총리가 대구에 상주하고 있는다고 하지만 재난안전대책본부는 아무런 대책도 마련하고 있지 못한 것 같다. 서울시장과 경기도 도지사에게 병상 지원을 간청하는 대구시장의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움보다는 재난안전대책본부의 무능함에 허탈한 심정을 느낄 정도였다.

위기 단계가 심각단계이면 법령에 따라서 의료자원 동원을 책임지고 있는 복지부 장관이 확진환자 수 및 상태에 따라 필요한 병상을 산출하고 시도에 병상 마련 명령을 내리면 해결되는 일인데 왜 이런 일을 자치단체장이 해결하겠다고 난리법석을 떠는지 모르겠다.

대한민국 정부는 이미 1월 초부터 중국의 코로나19 환자 발생 상황을 처음부터 지켜보고 있었는데 아무도 중국의 대규모 환자 발생과 같은 유사한 일이 우리나라에서 일어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것 같다. 오히려 중국의 어려움이 우리의 어려움이기 때문에 가장 가까운 이웃인 중국측의 노력에 힘을 보태고자한다고 하였고 화답으로 어려울 때 친구가 진정한 친구이며 그런 친구는 서로를 살피는 것이라 하였다.

그러나 한국인 입국자 강제 격리조치가 이루어진 것에 대한 항의에 돌아온 답변은 “외교문제가 아니라 더 중요한 방역문제이며 중국으로선 중국 인민의 안전을 우선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만일 해외에서 오는 사람들을 특수집단으로 분류해 방치하다 역병이 재발하면 중국 인민이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 했다.

중국은 다른 나라가 국경 폐쇄나 제한 조치를 취했다고 상대방을 증오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가 있다”라는 속담이 자꾸만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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