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난치연합회, 희귀질환 자동인정·검사비 지원 확대 필요성 제기
질환특성 고려한 제도 정착으로 치료제 급여 접근성·보장성 마련 절실

[의학신문·일간보사=김민지 기자] 오는 29일은 세계 희귀질환의 날이다. 2020년 세계희귀질환의 날 메인 테마는 ‘Rare is many, rare is strong, rare is proud!’다. 희귀질환이 더 이상 드물거나 우리와 먼 일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해 소외되는 사람이 없도록 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유럽 희귀질환기구에서는 희귀질환 인식 개선과 환우들을 응원하기 위해 매년 2월 29일이 4년에 한 번 돌아온다는 희귀성에 착안해 ‘세계 희귀질환의 날’을 제정했다.

질본, 희귀질환지원사업부터 등록통계사업까지 진행중

희귀질환은 일반적으로 환자 수가 매우 적어서 질환 관련 정보의 부족 등으로 진단이나 치료가 어려운 질환을 의미하며 국가마다 희귀질환을 정의하는 기준에는 조금씩의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희귀질환관리법 제2조에 따라 희귀질환을 ‘유병(有病)인구가 2만명 이하이거나 진단이 어려워 유병인구를 알 수 없는 질환으로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한 절차와 기준에 따라 정한 질환’으로 정의하고 있다. 희귀질환 중에서도 환자 수가 200명 이하인 질환을 ‘극희귀질환’이라고 칭한다. 국제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희귀질환은 전 세계적으로 약 5000~8000개의 질환이 보고되고 있으며 현재 복지부에서 지정·공고한 희귀질환은 1014개다.

질병관리본부는 현재 국가 차원의 희귀질환 통계 자료를 산출하기 위해 등록통계사업을 진행 중에 있다. 희귀질환 등록통계사업은 지난해 시작됐으며 이번해 말 발생현황에 대한 통계보고서가 발간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2016년 ‘희귀질환관리법’을 제정해 희귀질환자를 위한 정책지원 마련에 나섰다. 또한 정부는 2018년에는 희귀질환관리를 위한 종합관리계획이 수립돼 희귀질환 목록을 정비하는 등 미비했던 관리체계와 산정특례 적용을 확대하는 등 지원책을 마련했다. 이와 함께 질본 희귀질환과는 ▲희귀질환 지정·공고 ▲희귀질환자 의료비 지원사업 ▲희귀질환 진단지원사업 ▲미진단 희귀질환 연구 프로그램 ▲희귀질환 권역별 거점센터 운영지원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

희귀질환 자동인정·현실성 있는 유전자검사비 지원 필요성 제기

정부의 이런 노력에도 여전히 해결해야 할 숙제가 많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신현민 회장은 “현재 희귀질환 지정을 하는데 있어서 1년에 몇 차례 선정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희귀질환관리법의 정의에 부합하는 질환이라면 자동적으로 희귀질환으로 인정해야 한다”며 “희귀질환관리법에 의해 자동적으로 지정되고 나서 추가적으로 의료비를 지원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환자들이 원하는 부분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신 회장은 “희귀질환의 80%정도는 유전적인 요인으로 발병하지만 유전자 검사를 한번 하는데 약 180만원 정도가 소요된다”며 “높은 비용으로 인해 유전자 검사를 받지 못하는 환자들이 많아 가족들에게 질환의 대물림을 하는 경우가 생긴다”고 토로했다.

현재 정부에서 희귀질환 진단 사업을 통해 126개 극희귀질환에 대해 유전자 검사비 및 검체 운송비를 지원하고 있지만 여전히 가격 부담이 있다는 설명이다.

희귀질환치료제 급여 접근성·보장성 높이는 방안 촉구

아울러 희귀질환치료제 보장성 확대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실제로 지난 6년간 위험분담제(RSA)를 통과한 희귀질환 치료제는 14개 중 3개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희귀질환의 경우 환자 수가 적어 근거 생산이 어려우며 경제성 논리로 접근하기에 모호한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희귀질환 치료제는 질환특성을 고려해 ICER값을 탄력적으로 적용함으로써 급여 접근성과 보장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경제성평가면제제도’ 역시 통과 기준이 까다로워 혜택을 받지 못하는 희귀질환 약제들도 상당수다. 경평면제 기준은 ‘임상적 필요도’와 ‘근거생산의 어려움’ 항목에 모두에 해당해야 한다. 희귀의약품은 ‘대상 환자가 소수’라는 점이 전제돼 있지만 해당 요건을 중복적으로 요구하고 있어 질환 특성을 고려하지 못한 획일적인 기준이라는 목소리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상황. 이에 희귀의약품의 경우 추가 기준 없이 그 자체로 경제성평가 면제 대상이 되도록 제도를 폭넓게 적용하는 것이 제도의 취지에 부합한다는 주장이다.

제약사, 희귀질환치료제 보험급여 위해 고군분투

이런 환경에서도 제약사들은 환자들의 치료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발병 후 평균 7.3년 이내로 사망하는 대표적인 극희귀질환인 ATTR-PN 환자들은 간이식이 유일한 치료법이었지만 5년전 화이자의 ‘빈다켈’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ATTR-PN치료제로 허가를 받아 국내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됐다.

전신이 마비되는 희귀근육병 ‘척수성 근위축증(SMA)’은 치료제가 전무했지만 2016년 12월 스핀라자가 개발됐다. 스핀라자는 전세계 56개국에서 급여화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지난해 4월부터 영구적 인공호흡기를 사용하지 않는 만 3세 이하의 5q SMA 환자를 대상으로 보험급여를 적용하고 있다.

사노피의 파브라자임은 장기에 축적된 GL-3 및 Lyso-GL-3를 분해 및 제거하는 파브리병 효소대체요법(ERT) 치료제다. 복지부는 작년 12월 '파브리병의 특징적인 임상 증상' 조항에 신장 및 심장, 신경, 통증 등에 해당하는 항목별 투여 대상과 치료 평가방법 관련 세부 급여 인정기준을 마련한 바 있다.

희귀질환 인식 개선 위한 다양한 캠페인 진행

제약사들은 희귀질환 인식 개선을 위한 다양한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다.

착한걸음 6분걷기 행사 모습

사노피 글로벌 본사 차원에서는 매년 2월 한 달 동안 ‘Pledge4Rare’ 캠페인을 전개한다. ‘Pledge4Rare’ 캠페인은 사노피 임직원들과 전세계 희귀질환 관련 커뮤니티가 함께 모여 희귀질환의 인식을 제고하고자 마련됐다. 올해 개최되는 캠페인은 2월 한 달 동안 1마일(약 1.6km) 이상을 걷거나 달려 전체 목표 거리인 10000마일(약 16093km)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를 달성할 경우 희귀질환 관련 주요 환자 단체에 사노피의 기부금이 전달될 예정이다.

또한 사노피는 ‘착한걸음 6분 걷기’ 행사를 후원하고 있다. ‘착한걸음 6분 걷기’ 행사는 희귀질환을 비롯한 만성질환 환자들의 보행능력을 테스트하고 질환의 개선 정도를 파악하는 ‘6분 걷기 검사’에서 착안됐으며 희귀질환 환자들의 고통을 공감 및 응원하고자 하는 취지를 담고 있다. 행사는 2월 마지막 날 또는 국내에서 제정된 희귀질환 극복의 날인 5월 23일을 기념해 개최된다.

화이자는 2017년부터 ‘희귀질환 7000-얼룩말 캠페인’을 실시해 7000여개의 희귀질환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는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얼룩말 캠페인은 “말발굽 소리를 들었을 때, 그 소리가 ‘말’이 아니라 ‘얼룩말’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항상 생각해야 한다”는 말에서 착안해 시작됐다.

이와 함께 화이자는 이번해 세계 희귀질환의 날을 맞아 ‘희귀질환 7000-얼룩말 캠페인’의 일환으로 다양한 기관과 함께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교통비 지원 사업을 진행한다. 선발된 저소득 환자 200명에게는 제출된 교통비 영수증을 토대로 1인당 최대 50만원의 교통비가 제공될 계획이다. 또한 화이자 희귀질환사업부는 자가주사교육 간호사 프로그램을 운영해 정맥주사를 자가투여해야 하는 혈우병 환자의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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