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신문·일간보사=김영주 기자]지난해 한 국립대교수가 어떤 토론회에서 ‘되도 않는 연구개발 접고 수입 약 갖다 쓰라’고 한마디 했다가 제약업계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20년 전 쯤 이었다면 속으로 ‘맞아’하는 사람도 있었겠지만 현 시점으로 보면 ‘되도 않는 폄하질’이다. 자체 개발 신약 보유 기업들이 승승장구 하고 있는 반면, 그렇지 못한 기업들은 주주들의 눈총을 받아가며 어떻게든 만회해 보려고 안간힘을 쏟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내수는 한계에 도달했고, 신약 없는 글로벌 진출은 불가능하며, 글로벌 진출 없는 미래가 있을 수 없다.

김영주 부국장

그러나 신약개발이 쉬운가? 몇몇 신약개발 성공사례가 보도되고 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지에 대해선 여전히 의문부호가 붙는다. 대형 신약이 기대되고 있는 몇몇 기술수출 신약후보는 아직도 ‘유망주’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제자리걸음 중이다. ‘오늘, 내일...’ 기대는 하고 있지만 걱정이 앞선다. 설혹 성공작이 나온다 하더라도 소수의 ‘원맨쇼’라고 한다면 우리나라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서의 제약산업 실현은 여전히 장담이 어렵다.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혁신)’의 주창은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 신약개발에 대한 저변을 두텁게 해 우수신약이 자연스럽게 싹을 틔울 수 있는 환경(생태계)을 조성하는 것이 신약강국으로 가는 바른길이라는 공감대아래 주창됐다. 그리고 그 저변을 두텁게 하기 위한 전제조건은 신약개발 관련 산·학·연·관·병(産學硏官病) 모두가 역량을 모으고, 전반적 수준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사실 글로벌 시장에선 이미 대세를 형성한 지 오래이다. 아무리 규모가 큰 글로벌제약사라 하더라도 물질 탐색부터 상품화까지 한 회사에서 성공하는 예는 거의 없다. 외신보도에 의하면 지난 2018년 미국FDA 승인 신약은 총 59개였는데, 이 중 64%는 연간 매출 5억달러, R&D 2억달러 미만 지출 신흥 생명공학사로부터 나왔다. 글로벌 15대 제약사의 지난 5년간 R&D 지출이 32% 증가해 무려 1000억 달러를 상회했지만, 지난 10년간 신약개발 말기 파이프라인 활동비중은 20%에 불과하다는 보도도 있다. 소규모의 수많은 벤처나 생명공학 바이오텍, 연구소 등에서 개발된 다양한 신약후보가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최종 결실을 이루는 것이 최근의 트렌드 이다.

‘내 것은 하찮고 네 것은 귀한’ 자조적 풍조가 우리사회를 지배해 왔던 시대가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내 것이 최고’라는 의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세계의 어떤 곳에선 우리의 BTS(방탄소년단)가 우리가 그토록 열광했던 비틀즈처럼 추앙되고, 안방극장에 영화까지도 ‘한류’와 'K-POP'이 점령해 가고 있으며, 한국축구의 현재와 미래인 손흥민, 이강인은 콧대 높기로 소문난 유럽 축구팬의 현재와 미래로 자리 잡고 있다.

'K-Pharm'이라고 못할 리 없다. 신약개발이 그동안 돈과 시간의 싸움이었다면 이제는 개발 환경과 아이디어의 경쟁양상을 띠고 있다. 우수한 인력에, 국가적 지원, 국민적 성원과 관심이 같이하며 최고의 기회를 맞고 있는 이때 우리의 환경에 맞는,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노력해 간다면 'K-Pharm'의 세계화가 멀리 있지 않다는 생각이다.

마침 국내 신약개발의 주역으로 오픈 이노베이션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가장 앞장서 주창해온 한미약품 이관순 부회장이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이사장에 선임돼, ‘오픈 이노베이션’의 확장 및 진화에 전념하고 있는 원회목 회장과 호흡을 맞추게 됐다. 제약바이오업계의 2020년이 K-Pharm 세계화의 큰 진전을 이루는 한 해가 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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