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물품·병상 모두 부족해도 ‘버텨야 한다’…이어지는 도움의 손길에 커지는 희망들

[의학신문·일간보사=안치영 기자] “병원 다 비워줬어요. 완전 거점병원 만들어서 우리가 희생하겠다 했습니다. 우리 병원을 통해 좀 나아졌으면 하는 바람 뿐입니다. 대구는 한참 뒤에나 오세요.”

대구동산병원이 지역거점병원으로 지정된 지난 21일, 기자와 통화한 조치흠 계명대 동산병원장의 답변이었다. 당시에 언급한 희생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인해 대구광역시는 전쟁 중이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먼저 지역거점병원으로 손들고 나선 대구동산병원은 현재 밀려들어오는 코로나19 확진환자를 치료하느라 여념이 없다.

전국 확진환자 수의 절반 이상이 대구에서 발생했다. 26일 16시 기준 대구 확진환자 수는 710명으로 전국 1261명의 약 56%에 달한다. 대구 지역 내 확진환자를 위한 병상과 물품, 인력 모두 부족하지만 대구동산병원은 최선을 다해 막아내고 있는 상황이다.

‘보호 장구 착용으로 인해 숨이 막혀 행동이 굼떠지지만, 내가 뚫리면 다 뚫린다’던 이름조차 확인 못한 의료진. 탈진해 쓰러지거나 피로에 지쳐 허덕이는 종사자들이지만 환자 치료를 위해 말 그대로 사투를 벌이는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 간호사와 폐기물 처리 인원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게다가 환경부의 개정 지침으로 인해 폐기물 처리 규정이 강화돼 일은 더 많아지고, 지원은 아직 요원하다.

물품 부족 또한 노력만으로 이겨내기 힘든 문제다. 당장 방호복과 비접촉 체온계가 부족하다. 언론을 통해 부족하다는 사실을 널리 알려봤지만, 아직까지 돌아오는 대답이 없다. ‘언젠간 (물품이) 도착하겠지’라고 생각하며 다시 격리병동으로 향하는 의료진들이다.

다행히도 전국에서 도와주겠다는 손길이 대구동산병원을 찾기 시작했다. 某 매체에 따르면 의무사령부와 보훈병원, 근로복지공단, 국군병원, 영남대병원, 대구파티마병원 등지에서 의료인 지원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의사회 등지에서도 긴급 물품 지원이 이뤄져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지역거점병원을 총괄하는 조치흠 계명대 동산병원장의 마지막 한 마디에 기자 또한 사태 극복의 희망을 기원한다.

“120년전 의료봉사로 시작된 동산병원은 지금까지 지역민들과 함께 희로애락하며 성장 발전해 왔는데, 이제 지역에 위기가 닥쳤으니 이를 봉사의 정신으로 함께 극복하도록 하겠습니다.”

대구 동산병원 앞에 세워진 구급차들. 확진환자를 이송했기 때문에 모두 소독 과정을 거쳐야 한다.
지역거점병원 비상대책본부의 모습.
비상대책본부를 이끌고 있는 조치흠 계명대 동산병원장(사진 우측 두번째)의 모습.
계명대 동산병원에 구축된 선별진료소의 모습.
방호복을 입은채 앉아있는 관계자의 모습. 방호복을 입은채 휴식은 오히려 체력 소모가 더 심하지만, 감염 우려로 인해 벗을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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