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발생한 노원구보건소, ‘이틀간 폐쇄’…지역 내 선별진료소 구멍‧연쇄 붕괴 우려
정부, 지침 이행 권고 불구 보건소는 ‘현장 판단이 우선’ 반박

[의학신문·일간보사=안치영 기자] 정부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대응에 총력을 다하고 있지만, 일부 일선 지자체의 경우 허둥대며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전문가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25일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서울시 노원구의 경우 18시 30분 경부터 보건소 폐쇄를 단행했다. 노원구는 선별진료소까지 전부다 폐쇄했으며, 빨라야 27일 9시부터 선별진료소 업무를 시작할 방침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현재 노원구 내에서 선별진료소를 운영하고 있는 상계백병원의 경우 응급실과 외래 기능만 잠시 폐쇄, 선별진료소 기능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응급의료센터 또한 25일 밤새도록 환경 소독을 신속하게 실시, 약 12시간 만인 26일 아침부터 기능을 재개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선별진료소 폐쇄 사실에 대해 크게 우려하는 상황이다. 지역 내 몇 안되는 선별진료소 폐쇄는 곧 대응 능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재갑 한림의대 감염내과학교실 교수는 “응급실도 그렇고, 선별진료소도 마찬가지로 감염 원인을 차단하면서 최대한의 기능을 유지하는게 급선무”라고 설명했다.

대학병원에서 선별진료소 업무에 종사 중인 한 전문의는 “중국 우한의 경우에도 감염병보다는 의료기관이 하나 무너지면서 또다른 의료기관이 과부화걸려 무너지는, 시스템의 붕괴로 인한 피해가 컸다”면서 “국가기관이 앞장서서 막아주지 못할망정, 환자 나왔다고 냉큼 문 닫는게 말이 되냐”고 지적했다.

또 다른 선별진료소 관계자는 “노원구보건소의 경우를 그대로 대입하면, 대구시 산하 보건소는 문을 열지 말아야 한다”면서 “상황의 심각성과 책임을 모르는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선별진료소와 응급실 기능 유지를 위한 정부 지침도 존재한다. 정부는 선별진료소의 경우 기본적으로 보호장구를 착용하고 선별검사를 진행, 종사자 방역은 보호장구 교체만으로도 가능하게끔 유지하며, 환경소독만 빠르게 진행하면 기능 복구가 완료될 수 있도록 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 또한 이러한 점을 고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의료기관 실무(개인보호구, 응급실 소독 등) 안내’를 통해 보호장구를 착용한 종사자의 경우 격리 없이 업무를 진행하도록 명시했다.

또한 중앙방역대책본부가 발행한 선별진료소 운영 지침에도 환자 발생 후 환경 소독 실시에 대한 사항만 있을 뿐, 어디에도 ‘선별진료소를 폐쇄하라’는 문구는 없다.

이에 대해 노원구 측은 “현장 판단이 중요하다”면서 폐쇄 이유를 밝혔다.

노원구 보건소 관계자는 “전문가 조언이나 중앙 지침은 말 그대로 조언과 지침일 뿐”이라며 “현장 판단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보건소 측은 지역 내 타 선별진료소와의 협의 또한 ‘협의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현재 지역 내 선별진료소 중 상계백병원 선별진료소의 경우 몰려드는 의심환자로 인해 장비를 하나 더 구입, 운영하기 시작해 현재 하루 검체 처리 능력을 약 40건 정도에서 80건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물론 의료진의 업무 로딩 또한 과부화 상태다.

선별진료소 과부화 우려와 검사 지연으로 인한 지역사회 감염 확산 우려 등의 위험이 크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정부에서 지침을 전달했다는 의미는 지침대로 하면 국가가 책임을 지겠다는 의미이니 일선 보건소 등에서는 과도한 불안감에 의해 폐쇄 조치 등을 지양해달라”면서 “또한 방역대책본부에서 전달하는 지침에 대해 숙지해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