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책임 두려워서'-현행 면책조항 '완전한 법적 자유' 보장 못해

[의학신문·일간보사=이정윤 기자] 지하철이나 비행기 등 병원 밖에서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의사들은 얼마나 나설까?

의사 신분을 밝히고 나서겠다는 의사가 절반에 그친다는 조사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선뜻 나서지 못하는 주된 이유는 법적 책임이 불거질까 두려워서다.

이런 사실은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가정의학과팀이 2019년 2∼5월 이 병원에서 근무하는 의사 10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나타났다.

재직 중인 의료기관 외에서 응급상황이 생겼을 때 참여 의향이 있는지를 물은 질문에서 50.5%(52명)가 ‘참여하지 않겠다’고 응답했다.

조사에 참여한 의사의 36.9%(38명)는 의료기관 외 응급 환자 발생을 경험했다. 이중 절반 가량(18명)은 실제로 응급 진료에 참여했다.

의사가 경험한 응급 환자 발생은 비행기가 22명(57.8%)으로 가장 많았고 대중교통(지하철ㆍ버스ㆍ기차 등) 23.6%, 공공시설과 자연 환경(관공서ㆍ역ㆍ쇼핑시설 등) 18.4% 순이었다.

응급 환자 발생을 경험했으나 진료에 참여하지 않은 의사는 20명(52.6%)이었다. 직접 나서지 않는 이유는 ‘의료 사고 등 법적 부담감’이 11명(55.0%)으로 가장 많았다.

‘응급 환자 진료에 자신이 없어서’(20.0%), ‘다른 의사가 있어서’ (20.0%), ‘응급진료를 시행할 장비가 없어서’(5.0%)가 뒤를 이었다.

앞으로 병원 밖 응급 상황에서 진료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50.5%(의사 103명 중 52명)였다. 응급 상황 참여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의사는 의료사고 등 법적 부담감(73.1%)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의사의 연령별로 응급상황 참여율에서 차이를 보였다. 40세 미만의 의사는 41.3%, 40대는 65.0%, 50세 이상 의사는 87.5%로, 나이가 많을수록 향후 의료기관 외 응급상황 참여율이 높았다.

연구팀은 “다수 의사가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을 잘 모르고 응급상황에 불참을 택하는 주된 이유는 법적 책임의 부담이었다”며 “의사에게 실제 법적 면책특권을 부여해 응급상황에 적극 나서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내에서도 ‘응급 의료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2011년부터 ‘선의의 응급 의료에 대해 면책’ 조항이 포함됐으나 중대한 과실이 동반될 수도 있는 응급상황에서 완전한 법적 자유를 뜻하진 않아 응급상황에서 의사가 선뜻 개입하기 어렵지 않나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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