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 연령 확대 승인으로 혈관부종 환자 빠른 대처 가능해져

[의학신문·일간보사=김상일 기자]유전성 혈관부종은 환자의 약 40%는 5세 이전에 첫 혈관부종 증상을 경험하며, 약 75%는 15세 이전에 증상이 나타난다. 그러나 대부분의 환자가 소아때는 유전성 혈관부종 증상을 경험하더라도 모르고 지내다가 사춘기나 성인이 되어서야 확진을 받는 경우가 많다.

소아는 성인만큼 의사 전달이 원활하지 않아 성인 환자보다 진단에 어려움이 있다. 유전성 혈관부종은 유전질환으로 부모 중 한 명이 환자라면 자녀 역시 환자일 확률이 50%가량 되므로 대개 가족력을 통해 유병 여부를 가늠하고 혈액검사로 확진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소아는 학업으로 인해 본격적인 단체생활이 시작되는 시기이다 보니 유전성 혈관부종의 대표적 증상인 급성발작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서울대학교병원 알레르기내과 강혜련 교수<사진>는 “유전성 혈관부종은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급성발작에 대한 두려움으로 단체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환자들이 많다”며 “특히 소아는 신체뿐만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미성숙한 시기이기 때문에 유전성 혈관부종 자녀를 둔 부모들의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한국다케다제약의 유전성 혈관부종 치료제 피라지르는 2019년 7월 31일 만 2세 이상으로 사용 연령이 확대 승인됐다. 이 같은 사용 연령 확대 승인으로 소아 유전성 혈관부종 환자들도 미리 처방받아 두었다가 급성발작 발생 시 보호자가 바로 투여할 수 있어 병원에 방문하는 것보다 빠른 대처가 가능해졌다.

Case. B씨 (여, 30대)

유전성 혈관부종 환자인 자녀를 둔 B씨는 아이에게 예고없이 발생하는 급성발작 때문에 늘 불안했다. 급성발작이 발생하면 언제든 병원 응급실에 빠르게 가야했기 때문에 여행 등 멀리 이동해야 하는 경우는 포기하기 일쑤였다. 또 급성발작으로 인해 몸과 마음의 상처를 받지 않을까 걱정했다. 하지만 B씨는 피라지르의 사용 연령 확대 승인으로 급성발작 상황에 대처할 수 있어 마음의 불안을 덜 수 있게 됐다.

강 교수는 “이번 확대 승인으로 만 2세 이상 환자부터 피라지르를 사용할 수 있게 됨에 따라 보호자가 어디서든 아이의 급성발작에 대처할 수 있게 됐고, 늘 마음 졸이던 환자 보호자들의 안도와 감사가 담긴 인사를 들을 때면 의료진으로서 보람을 느낀다”며 “아이의 활동 반경에 제약이 없어짐에 따라 경험의 폭도 넓어질 수 있게 돼 환자와 보호자의 기대감도 높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유전성 혈관부종은 알레르기, 맹장염, 위장 질환 등과 혼동되기 쉽기 때문에 의료진은 일반적인 치료에 차도가 없는 부종애 반복되는 복통이 동반될 경우 가족력이 없더라도 유전성 혈관부종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혈액검사를 진행해 정확하게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며 “때론 유전성 혈관부종으로 확진된 후에도 평소 증상이 자주 없어 응급상황에 대해 대처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오랜 동안 증상이 없었던 환자에서 갑작스런 후두부종 발작으로 사망한 사례들이 있기 때문에 방심은 금물”이라고 말했다.

강 교수는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제가 국내에도 도입이 되어 소아에서도 사용이 가능하게 되었으므로 앞으로 더 많은 영유아 혈관부종 환자들에서 유전성 혈관부종 가능성에 대해 적극적으로 검사를 받아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가능해졌다”며 “자녀를 둔 성인 유전성 혈관부종 환자는 자녀에게 특별한 증상이 없더라도 함께 병원을 방문해 의사와 상담하여 조기에 질환이 있는지 확인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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