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이미지 훼손 심각, 보상 길은 없어” 밤낮 없는 질병 종식 노력 불구 사기 저하

[의학신문·일간보사=오인규 기자] “XX번 환자가 불륜을 숨기려고 검사받지 않았다” “마스크 무료로 드립니다. 지금 **병원으로 오세요” “신천지 코로나 확진자가 OO의료원을 탈출했다” “△△병원 가지 마세요, 신종바이러스 의심자 2명 입원” “□□요양병원에 의심자 있는데 병원에서 방치하고 신고를 막고 있다”

코로나19가 빚은 IT 강국의 짙은 그림자다. 악성 가짜뉴스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확산되며 무분별하게 퍼지고 있다. 이는 밤낮 없이 질병 종식을 위해 노력하는 의료기관의 사기를 크게 꺾고 있는 모습이다.

먼저 대전성모병원은 지난달 온라인상에서 코로나19 관련 가짜뉴스가 대전 시민을 대상으로 대량으로 광범위하게 유포되고 있다며 대전지방경찰청에 수사를 요청했다.

대전성모병원은 감염병 예방과 환자 안전을 위해 면회객을 전면 통제하고, 선별진료소를 설치했다. 모든 외래·방문객을 대상으로 발열과 해외 여행력 점검, 마스크 착용과 손 소독 등을 시행하고 있다.

대전성모병원 관계자는 “작성자와 유포자에 대해 강력 대응할 것”이라며 “병원을 찾는 환자와 시민들에게 사회적 불안과 혼란을 조성하는 불법행위에 대해 수사를 의뢰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대전을지대병원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해 응급실이 폐쇄됐다는 가짜뉴스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퍼지며 피해를 입었다. 앞서 병원은 △선별진료소 운영 △병원출입구 일원화 △열화상 감지 카메라 설치 및 발열 확인 △전 방문객 문진표 필수 작성 및 1:1 문진 등을 통해 일련의 사태에 대비해왔다.

병원 측은 사실 무근이라고 일축하며 “응급실을 포함 현재 정상운영 중이며, 지금 이 순간에도 의료진이 최선을 다해 확산방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 공포가 만연한 대구와 경북에서는 미확인·허위 정보 폭탄이 무차별적으로 난무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31번 확진자가 이송·격리된 병원에서 퇴원을 요구하며 난동을 부렸고 제압하려던 간호사의 마스크를 벗기고 몸싸움을 했으며, 확진자 가족과 신천지 신도들이 병원으로 몰려와 업무를 방해하고 있다는 내용이 SNS에서 확대 재생산되며 충격을 가져왔다.

하지만 방역 당국과 31번 확진자가 격리 치료를 받고 있는 대구의료원 측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도 공식 브리핑에서 “확인 결과 사실무근임을 확인했다. 근거가 없는 가짜뉴스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힌바 있다.

가짜 신상털이 등 심각, 공식 발표와 준수사항 기민 대응 필요

이를 바라보며 서울 한 대학병원장은 “신상털이와 동선체크 등 잘못된 정보가 떠돌며 또 다른 피해를 발생시키고 있는데 실제 ‘슈퍼 전파자’로 지목을 받았던 환자들이 우울증에 시달리며 불안한 상태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며 “비난여론이 커질 경우 확진에 대한 부담이 커지며 검사를 꺼리는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한 “질병이 아닌 악의적 뉴스와의 싸움은 메르스 때 보다 극심한 느낌인데, 브랜드 이미지가 훼손되는 심각한 피해를 받은 의료기관이 보상받는 길은 현실적으로 없다”며 “병원의 존폐를 위협하는 수준까지 되는 낙인 효과도 문제지만, 당장 쏟아지는 문의전화에서 ‘아니다’라는 대답만 하루에 수십 번 하는 의료진들에 지쳐가는 마음을 부디 헤아려 달라”고 강조했다.

한편 의료진들은 출처 및 근거 없는 정보(소문) 보다 정확한 정보와 과학적인 지식에 근거해 차분하고 안정되게 현 사태를 이해하고 주시하는 것이 필요하며, 믿을만한 소식은 기본적으로 공공기관 혹은 공식적인 발표를 통해 얻는 것이 좋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전을지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윤지애 교수는 “각자 역할을 충실히 해내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며, 나 혼자가 아닌 모두가 겪고 있는 두려움이라는 것을 알고 함께 헤쳐 나가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감염 공포로 인해 고립되고 움츠러들 수 있지만, 이럴 때 일수록 공식 발표와 원칙 및 준수사항들을 기민하게 받아들이고 따를 수 있는 개방성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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