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진
대한약사회 정책이사

[의학신문·일간보사] 코로나19 감염증이 창궐하는 위기상황에서 정부가 담당해야할 중요한 역할은 감염성질환 확산 예방 및 확진자 치료인 동시에 지나친 공포와 두려움을 관리하는 것이다. 지나친 불안 조장이나 가짜 뉴스로 인한 사실 왜곡은 마스크, 손소독제 등 방역물품에 대한 폭발적인 가수요를 포함하여 많은 사회적 혼란과 갈등을 야기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가수요를 최대한 억제하고 국민들에게 방역물품이 기존의 유통망을 통해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공급될 수 있다는 시그널을 국민에게 전달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매점매석으로 시장에 필수 자원 공급이 어려운 때에 홈쇼핑과 같은 온라인 창구를 열기보다 기존 유통망을 통한 안정 공급에 우선적으로 힘쓰는 것이 필요하다.

그 이유는 약국, 동네 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망은 지역과 밀착하여 위치, 관계를 형성하고 있어 필요로 하는 국민들에게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양만큼 골고루 재화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주민과의 오랜 유대관계를 바탕으로 영업하며 그렇게 형성된 신뢰가 지속경영에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얄팍한 상술로 폭리를 취하지 않는 것도 한탕주의 사재기 업자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그런데 오프라인 유통망을 통한 방역물품 공급이 꽉 막힌 상태에서 이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은 민간 시장에만 맡겨놓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정부 일부 부처가 나서서 마스크를 매집, 공영홈쇼핑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이러한 행태는 방역물품 공급 부족, 가격 급증 등에 따른 국민불만 고조에 대한 대응이라는 명분과는 반대로 오히려 시장을 왜곡시키고 가수요를 부추기는 방식이다.

최근 한 홈쇼핑에서는 4천명이 순식간에 몰려 준비된 40만장의 마스크가 방송시작 단 6분만에 매진되고 서버가 마비되는 기염(?)을 토해냈다는 후문이다. 100매씩 노마진으로 판매했기 때문에 가수요가 몰리는 것은 당연지사다.

결과적으로 많은 국민들을 홈쇼핑 방송시간을 기다리게 해 TV 앞에 모아놓고 복권 추첨하듯 요행을 조장한 것에 가깝다. 구매를 기대했던 대다수의 국민들을 실망시키고 오히려 마스크를 구하기가 어렵다는 인식만 확산시켰다.

정부의 홈쇼핑 마스크 판매소식을 미리 알지 못한 국민, 홈쇼핑을 이용하기 어려운 국민들이 느끼는 소외감, 박탈감은 또 어떠한가?

그뿐만 아니라 단골고객들에게 공급하기 위해 도매유통업자로부터 비싼 가격에라도 마스크를 구매해 최소한의 마진으로 정상적으로 유통하기 위해 노력해 온 대다수의 약국 등 지역기반 오프라인 판매업소를 하루아침에 폭리를 취해 온 도둑놈으로 전락시켜 신뢰의 토대마저 무너뜨리는 부작용을 초래한 것에 대해 정책실패를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나 현재 더 큰 규모의 마스크, 손소독제 홈쇼핑 판매가 예고돼 있다. 정부는 더 이상 단편적인 시각으로 사회혼란을 가중시키지 말고 비축물자 확보와 비상대응 현장 및 취약계층 대상공급과 더불어 기존의 건강한 유통망을 통한 공급 확대에 적극 나서야 한다.

오프라인 유통망이 기능을 잃으면 방역물자에 대한 국민 접근성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 정책의 즉각 선회가 필요하다.

우리나라와 달리 대만 정부는 방역물품의 수급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약국으로 유통을 일원화하고 필요한 국민들에게 공평하게 공급될 수 있도록 국민건강보험제도를 활용하여 판매 수량을 관리하고 있다고 한다. 이번 기회에 이러한 다양한 사례를 폭넓게 검토하는 것을 포함하여 국가위기상황에서 방역물품뿐만 아니라 의약품 등 필수물자의 확보 및 안정 공급 방안 전반에 대해 신속하게 점검하고 위기관리 대책을 보완해주기를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요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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