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1N1 인플루엔자 유행 지속중…일선 병의원 발열 환자 진료에 난색
감염 전문의, 두질환 감별진단 한계… 타미플루 H1N1 인플루엔자 치료 시기 놓치면 효과 반감

[의학신문·일간보사=안치영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에 대한 불안감이 전국을 강타한 가운데 인플루엔자 유행마저 계속되고 있어 방역당국의 근심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31일 질병관리본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올해 1월 3주차(1월 18일 기준) 인플루엔자 주간 발생 현황 체크 결과 인플루엔자 의사환자분율은 외래환자 1000명당 42.4명으로 유행주의보 수준을 훨씬 상회한다.

인플루엔자 유행주의보는 과거 3년간 비유행기간 평균 인플루엔자의사환자 분율 등을 참조해 기준이 산출되지만, 통상적으로 외래환자 1000명당 약 7명을 넘어서면 유행기준을 초과한다.

1월 3주차 데이터는 국내에서 첫 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확인되기 이전의 데이터로, 인플루엔자 환자들이 진료를 위해 병원을 자유롭게 내원하던 시기의 데이터다.

특히 호흡기 검체 중 약 37.6%에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검출됐으며(1월 18일 기준) 이 가운데 대부분은 A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H1N1)였다. H1N1 인플루엔자는 오셀타미비르 계열 항바이러스제(타미플루)로 치료가 가능하다.

출처는 질병관리본부 '주간 건강과 질병' 제13권 제4호.

문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발열이 있는 인플루엔자 환자들, 즉 독감 환자들이 병의원을 찾지 않고, 일선 병의원 또한 환자 진료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일부 병의원에서는 발열이 있는 환자들에게 ‘의료기관 방문 전 1339에 연락하고 조치받아달라’며 권고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또한 호흡기 감염병으로 인플루엔자와 비슷한 증세를 보여 일선 의료진 입장에선 여행이력 등의 감염원 접촉 정보 없이 두 질환을 구분해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 감염내과 전문의는 “일일히 검체검사를 하지 않는 이상 두 질환을 감별하는데는 한계가 있다”면서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H1N1 인플루엔자에 대한 조기 치료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 생각보다 심각한 상황까지 나타날 수 있다. 2009년 멕시코에서 빠르게 확산됐던 H1N1 인플루엔자는 전세계적으로 1만8500명이 사망하는 비극을 낳았다. 작년 2월 인도에서도 H1N1 인플루엔자로 인해 최소 312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계 전문가들은 타미플루가 H1N1 인플루엔자에 효과가 있지만, 치료 시기를 놓치면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병의원에 가지 않고 해열제 복용 등 환자 본인의 ‘대증 요법’만으로 대응하다가 상태가 악화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신종 코로나 2차 감염 시작되면 ‘재앙 시작’

더욱 큰 문제는 중국에서 입국한 확진자를 통해 ‘2차 감염’이 이뤄지기 시작한 이후다. 그나마 일선 병의원이 선별진료를 위해 동원하고 있는 ‘DUR(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ITS(해외 여행력 정보제공 프로그램)’라는 무기가 무용지물이 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현재까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체계는 ‘입국자 관리’와 ‘확진자 동선 체크 후 능동 또는 밀접 감시를 통한 지역사회 전파 차단’으로 이뤄진다. 이 상황에서 2차 감염이 이뤄지면 선별진료소를 포함, 전 의료기관은 감염관리 능력을 갖추지 못하면 환자를 사실상 받지 못하고 유증상자에 대해 전부 검체검사를 시행해야 하는 ‘악몽 같은 시나리오’에 맞닥트리게 된다.

이미 30일 오후 세 번째 확진자로부터 감염된 것으로 알려진 여섯 번째 환자가 발생하면서 방역당국은 새로운 전선을 구축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그나마 방역당국은 인플루엔자 유행수준이 1월 2째주를 기점으로 점차 감소하기 시작한 것과 통상적으로 동시에 두 개 이상의 호흡기 질환 바이러스가 유행하는 경우가 흔치 않은 점, 마스크 착용의 생활화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위협으로 인해 개인 위생 수준이 급속도로 향상되고 있는 상황 등에 희망을 걸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 2015년 국내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가 벌어졌을 때 국민 대다수가 손씻기 등을 잘 실천해 눈병 등 유행성 질환이 감소한 사례가 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하필이면 독감 유행 시즌과 겹쳐 환자를 특정할 수 없는 애로사항이 있다”면서도 “국민 입장에선 최대한 건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면역 체계 등을 신경쓰는 수밖에 없고,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지역사회 확산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지 않겠냐”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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