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연구 참여에 편의나 혜택 제공 없어야…대학입시 반영여부·방법론 신중 평가 강조

[의학신문·일간보사=김현기 기자] 대한의학회(회장 장성구)가 청소년들의 의학연구 참여도 연구·출판윤리의 일반적인 원칙과 동일하게 적용할 것을 권고하고 나섰다.

즉 아무리 청소년이라 하더라도 의학연구 참여에 있어 그 어떠한 편의나 혜택을 제공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의학회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의학회는 각 대학에서 고등학생들의 연구 참여 경력이나 업적을 대학입시에 반영할지 여부와 그 방법론에 대해 신중하게 평가·판단해야한다는 입장이다.

의학회는 지난 21일 서울 중구 중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청소년 의학연구 출판 참여 관련 윤리 준수 권고문’을 제시했다.

왼쪽부터 대한의학회 배상철 부회장, 장성구 회장, 은백린 학술진흥이사

장성구 회장에 따르면 선진국에서는 청소년들의 연구실 경험을 대학입시에 참고 정도하기 때문에 부정저자 문제가 사회적으로 비화되는 일이 없는 실정이다.

이는 청소년들의 연구 참여 경험과 보조는 어디까지나 경험이지 이들에게 큰 연구성과를 기대하거나 저자로서 명성을 부여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논문 저자라는 사실이 대학입시에 우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끊임없이 부정저자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는 게 장 회장의 지적이다.

장 회장은 “국내 교수들의 자녀에 대한 저자 부정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돼 국민으로부터 신뢰가 상실되고 있다”며 “이는 배운자의 갑질로 변질돼 의사와 국민간 불신과 갈등은 물론 상대적 박탈감을 유발하는 일이 생겨났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이번 권고문을 통해 미래 우리나라 생명과학을 이끌어 갈 청소년들이 국제 표준 윤리지침을 습득해 앞으로 활발하게 의학연구에 참여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받기 바란다”고 기대했다.

◆앞서 의학회는 지난 8월 조국 전 장관 자녀의 제1저자 의학논문이 부적절하다고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히고, 10월 ‘테스크포스팀(위원장 배상철·부회장)’을 구성한 뒤 3개월 만에 결과물을 내놨다.

배상철 위원장에 따르면 이번 권고문은 사실상 국내외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연구·출판 윤리 관련 지침을 상기시키고, 이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청소년들에게 적용될 수 있는 내용이 담겼다.

구체적으로 모든 의학연구 참여자는 연구윤리 관련 규정과 해당 기관에서 요구하는 제반 규정을 철저히 준수하고, 책임 있는 연구수행과 그 진실성을 철저히 지키도록 하고 있다.

아울러 모든 의학연구 참여자는 연구수행 과정 및 성과를 상세히 기록한 ‘연구노트’를 작성하고, 소속 연구기관의 연구노트 관리 지침을 준수하도록 했다. ‘연구노트’는 연구자가 연구수행의 시작부터 연구개발결과물의 보고·발표 또는 지식재산권의 확보 등에 이르기까지 연구과정 및 연구성과를 기록한 자료를 말한다.

특히 의학회는 글로벌 표준인 국제의학학술지편집인위원회(ICMJE)에서 제시한 논문 저자 규정상 △연구기획, 자료수집, 분석 등에 상당한 기여 △논문초고 작성 또는 비판적 수정 △최종 원고 내용 전체 동의 △전체 연구내용 공동책임 동의 등 네 가지 기준을 모두 충족하도록 권고했다.

배 교수는 “만약 기준이 맞지 않는 연구 참여자는 기여자로 기록해야한다”며 “저자의 소속과 연구수행기관이 다른 경우 연구수행기관을 우선 표기하고, 소속은 별도로 표기해야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배 교수는 대학 등 연구수행기관에서 청소년이 연구에 참여하는 절차를 마련하고, 준수해야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TFT 위원으로 참여한 은백린 학술진흥이사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지만 문제가 드러났기 때문에 개선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본다”며 “이번에 마련된 권고문을 통해 의학연구·출판이 투명해질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외국의 경우 연구자가 교육을 받지 않으면 실험실에는 들어갈 수도 없다”며 “국내 대학들도 연구·출판에 있어 많은 고민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앞으로 연구자에 대한 교육과 더불어 연구전자노트 등 도입으로 한단계 발전될 수 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의학회는 모든 연구자가 권고사항을 준수할 수 있도록 학술단체와 연구기관이 홍보와 교육을 적극 전개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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