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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정심 개편과 ‘의권’ 정립 목표

최주현
서울시의사회 홍보이사 겸 대변인

- 최주현 서울시의사회 홍보이사 겸 대변인

[의학신문·일간보사] 보건복지부가 보건의료정책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 작업에 착수했다. 지난 13일 발표에 따르면 복지부는 지난해 9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건정심 운영 효율화를 위한 거버넌스 개편 방안’이라는 제목의 연구용역을 발주하고 관련 입법 준비를 모색하고 있다. 연구 개요에는 건정심 및 관련 유관위원회의 연계성 강화 방안, 위원 구성의 대표성·중립성 강화 방안, 전문적 의사결정 지원을 위한 제도적 개선 방안 등이 포함됐다. 복지부 관계자는 “올해 최종 연구결과가 나오면 이를 바탕으로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을 마련해 국회에 상정할 예정”이라고 했다. 2020년 올해는 의약분업 투쟁 20주년을 맞는 해이기도 하다. 의약분업 이후 의료계가 정부 정책에 종속된 이유 중 하나로 ‘구체적 목표 부재’를 꼽는 것이 의료계의 중론이다.

의약분업 투쟁 시기에 가장 널리 퍼진 구호는 ‘의권(醫權) 수호’였다. 대한의사협회 정관 제2조에 협회는 ‘의권’의 옹호를 목적으로 한다고 되어있다.

그러나 의권이 무엇인지에 대한 정확한 기술은 찾아볼 수 없다. 의사들은 종종 ‘의권 수호’를 기치로 내걸지만 그것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찾기 어렵다. ‘의사들의 권리’를 말하는 것이라 어림짐작해볼 뿐이다. 의권이 의사들의 권리를 말하는 것이라면 그것을 모든 의사들이 공감할 수 있어야 할 것인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작금의 의료계 상황을 돌아보면 의사면허를 가진 사람이 10만명을 넘은지가 오래이며, 종사하는 기관 종별, 업무 형태, 진료 과목, 지역 등에 따라 의사들의 이해 관계가 다른 경우를 흔히 보게 된다. 보건정책의 국가최고심의의결기구라고 하는 건정심의 구성만 봐도 의과계는 의사협회와 병원협회로 각각 양분되어 있을 정도이다.

광복 후 1948년 1월 15일 보건후생부가 조선의학협회를 중앙의사회로 인가하였으며, 같은 해 9월 21일 조선의학협회를 대한의학협회로 개칭하여 오늘에 이른지 70여년에 이른다. 그 동안 대한민국은 급속한 발전을 이뤘으며 의료계도 양적으로 눈부신 성장을 거듭했으나, 외화내빈(外華內賓)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있다. 서구와 해외 각국의 경우, 의료의 발전에 있어서 저마다 사회적 역사적 경험을 축적하여 의사들 스스로가 전문직업성의 구축 및 자율적 의료제도 마련에 힘썼으나 아쉽게도 우리의 역사는 그렇지 못했다. 외형은 갖추었으나 근본이 부족하여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사회의 변화 발전에 조응하여 국민과 시민들과 함께하는 의료의 형태를 만들어가는 능력을 갖추지 못한 실정이다. 오히려 변화에 뒤쳐져 수동적으로 대처하거나 현실에 퇴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 않나 우려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의사들 스스로도 ‘각자도생’을 외치며 각자의 이익 추구에 몰두해 있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이러한 현실을 목도할 때, 한국 의료가 다시 근본으로 돌아가 깊이 성찰해야 할 시점이라 여겨진다.

한국적 의권이 여전히 구체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문직의 성장과 제도화라는 측면에서 여전히 미흡하다고 본다. 비교 역사적 관점에서는 전문직 자율성이 특정한 시점에 특정한 역사적 배경을 토대로 제도화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전문직이 다른 사회구조와 맺는 일정한 관계는 전문직이 자율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을 결정하며, 전문직의 독립적인 행동 범위를 제한한다. 이러한 인식은 전문직의 통제 형태가 특정한 사회 조건의 변화 안에서 다양한 규범과 형식, 또는 다양한 제도적 대안들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것임을 의미한다.

한국의 의사들은 의권이라는 개념을 통해 오래 전부터 제도화 요구에 나섰지만, 지금까지 서구 수준의 임상적 자율성을 획득하는 단계에는 여전히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의권’을 외치기에 앞서 과연 의권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컨센서스가 필요하다. 양적 팽창에 앞서 바람직한 한국 의료의 위상 정립을 위해서라도 의료의 철학을 바로 세우는 일이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할 의료계의 과제 중 하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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