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가 짊어진 짐, 이제는 국민이 같이 고민하고 바꿔야

[의학신문·일간보사=안치영 기자] 일선 병원장들이 토로하는 주요 애로사항 중 하나는 ‘선택의 어려움’이다. 한정된 자원, 즉 공간과 돈과 인력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투입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끊임없이 해야 하는 것이 기관 책임자의 숙명이다. 이를 둘러싼 각각의 이해관계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도 병원장은 ‘리더십’이라는 이름 아래 해결해야 할 숙제다.

이러한 경향은 다른 분야보다 유독 의료계에서 좀 더 혹독하다. 단일보험형태의 국가의료시스템 속에서, 정부는 다른 국가보다 민간의료기관에게 의료의 공공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 범위는 급성기질환을 포함한 각종 질병, 응급, 재활, 예방, 경제성장, 때로는 돌봄까지 너무나도 넓은 영역에 대한 보장을 요구한다.

이러한 모든 요구를 일선 의료기관이 일일이 맞춰주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맞춰주려면 ‘규모를 키우는 시스템’으로 가야하고 이는 결국 빅5병원이라는 결과물을 낳았다. 이를 충족하지 못한 병원은 병원 내 구성원들과 ‘어떤 부분부터 먼저 집중하고 투자하고 자원을 배분해야 할 지’에 대해 의사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다. 이 의사결정과정 속에서 병원 내 구성원들은 각각의 입장에 따라 서로 협의하고 갈등을 빚게 된다.

이국종 교수와 아주대병원과의 갈등이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병원의 생리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병원 경영진의 ‘막말’로 인한 이국종 교수의 처지를 안타까워하고 분노하지만, 대부분의 의료계 관계자들은 ‘속사정을 좀 더 봐야 한다’는 입장이 주를 이룬다. 관계자들 또한 ‘병원 내 의사결정 구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잘 알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기자는 시스템, 즉 정부에게 물어보고자 한다. 의료시스템에 대한 나름의 고충과 사회적 요구가 있을 것이다. 정부 관계자들도 국민의 입장에서 사회적 요구를 수행하고 실현해야 한다는 사명감과 부담감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지금까지 너무 많은 것들을 의료계에게 요구해왔고, 의료계는 이 숙제를 혼자서 끙끙 앓으며 고민하고 괴로워했다. 단순히 돈만의 문제는 아니다. 생각보다 의료시스템에서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은 많지 않다.

이제, 우리의 눈은 사람이 아닌 제도를 바라봐야 한다. 인간 대 인간의 갈등이 대중의 흥밋거리로 이슈화되는 것이 아닌, 우리는 우리가 가진 의료시스템이 어떤 식으로 변화하고 인식이 바뀌어야 하는지 국민 모두가 책임감을 갖고 고민할 때다. 안타깝지만, 의료계는 더 이상의 슈퍼스타를 원하지 않는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