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등급제- 의료 질 평가 등 지방병원에게는 큰 굴레"…호남 제주권역 병원장 간담회서 지방병원장들 복지부에 호소

[의학신문·일간보사=차원준 기자] “정부는 지역의료 강화 대책 마련보다는 의료정책을 세울 때 중앙의료정책과 지방의료정책을 각각 따로 세운다는 각오로 의료정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지방 의료의 붕괴를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전남대병원에서 열린 복지부와 호남제주 병원장 간담회 모습

이는 9일 전남대병원에서 열린 광주 전라 제주권역 ‘의료현장 소통을 위한 권역별 병원장 간담회’에서 지역 중소병원은 물론 종합병원 심지어 대학병원마저도 이구동성으로 지역의료의 붕괴를 예상하면서 내놓은 발언이다.

특히 이날 7단계로 나눈 간호등급제로 인해 간호인력을 구하지도 못하는 지방병원의 피해가 눈사태처럼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간호등급제를 폐지하거나 중앙에서만 적용하고, 지방에서는 3단계로 나누거나 수가차이가 없는 제도로 새로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다.

의료의 질 평가 역시 지방병원에는 독이되는 제도로 중앙이나 상급병원에나 적용하고 지방 종합병원이나 중소병원은 다른 평가기준을 마련해야 하는 역시 중앙과 지방 분리 의료의 질 평가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지방병원들의 심각한 의료인력난 목소리에 노홍인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일반인의 입장에서 보면 지방병원에서 의사는 봉급을 엄청나게 올려주지만 간호사는 봉급을 크게 높게 주지 않는 이유를 궁금해 한다”는 역설적인 질문을 했다.

이에대해 “지방병원에서 의사는 없으면 당장 병원이 문 닫으니 2배 봉급을 주고 데려올 수 밖에 없고, 만약에 말이되지 않지만 지방병원에서 간호사 봉급을 2배로 올려주면 다른 병원에서 오겠지만 간호사가 빠져나간 병원은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바로 이제 3배로 올려줘야 할 것이다”고 해석했다.

또다른 지방병원에서도 더욱 시골병원에서는 “지방 도시지역에서 간호사를 데려오기 위해선 숙소마련과 생활비용 도움은 물론 봉급도 높여주지만 수가는 똑같고 오히려 심사에서는 도시지역보다 더 엄격하게 평가를 하고 있다”고 볼멘 소리를 했다.

이처럼 의료인력난에 대해 지방병원들이 절규에 가까운 정부의 정책 전환 요구와 함께 지역 대학병원들도 같은 어려움을 호소해 왔다.

전남대병원과 조선대병원은 “정부의 의료정책은 지방환자들이 서울의 빅5로 몰리지 않게 지역 중심병원이 안정화되도록해야 한다”며 “최근의 지역 대학병원의 전공의 부족사태는 결국 지역환자들의 빅5로 쏠림현상을 가속화시키고야 말 것이다”고 전공의 대책마련을 요구했다.

예로 재활의학과의 경우 잘못된 수가 정책으로 모든 재활의학과 의사들이 요양병원으로 빠져나간 상태에서 지역 대학병원마저 전공의를 못 구하는 현상은 결코 공정하지도 정상적이지도 않다는 주장을 펼쳤다.

응급의료와 관련해 중앙과 지방의 정책을 정말 각각 세워야 한다는 의견이 나와 정책의 탄력성이 요구되었는데 소아 환자를 수술해야하는데 의사가 부족한데도 소아중환자실 근무의사가 볼 수 없고 권역센터의 의사들이 놀고있는 데도 일반 환자를 볼 수 없는 의료규제는 중앙에만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

지방병원의 애로 해결에 “지역의료의 강화대책을 세우려면 현장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책수립시 지방병원에서 중앙병원으로 가는 하상방 정책이 필요하고, 하상방 정책을 시행하더라도 정책수립에 참여하는 위원이 지방병원의 현장을 모르는 위원들로만 구성되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주문이 있었다.

이밖에 “지역단위 공공보건의료에 대해 복지부가 실제 현장을 정확히 파악해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간호인력 외국에서 데려오자”, “중앙과 지방 의료가 공평해야한다”, “의료전달체제를 예전처럼 1차, 2차, 3차로 하자” 등이 논의됐다.

마지막으로 노홍인 실장은 “3개월에 한번씩 현장 목소리를 청취할 수 없지만 주요정책 수립되거나 정책 발표전에 꼭 의견을 듣는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대한병원협회와 보건복지부 공동 주관으로 열린 이번 간담회에는 위해 광주전남병원회(회장 이삼용 전남대병원장)를 비롯해 전북병원회(회장 이병관 대자인병원장)·제주병원회(회장 김성수 제주한라병원장) 회원병원장 및 보건복지부 관계자 등 50여명이 참석해 2시간이 넘게 열띤 토론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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