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진료권 독립 실패로 지역 상급종병 지정 먹구름…삼성창원병원 등 서부권은 '반색'
김윤 교수의 세부 진료권 분리 연구 대비 수도권 상급종병 지정 영향 제한적

[의학신문·일간보사=이재원 기자] 상급종합병원 진료권역이 경남권역의 분리로 10개에서 11개 권역으로 증가된 가운데, 분리된 경남 권역 내에서 병원들 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일 4주기 상급종합병원 지정 및 평가 기준 개정안을 발표했다.

해당 개정안에 따르면, 진료권역의 경우 기존 3주기 10개 진료권역을 기반으로 하되, 경남권역을 경남서부권과 경남동부권으로 나눠 총 11개의 진료권역을 설정하도록 정했다.

나눠진 경남동부권에는 울산광역시가 부산광역시와 함께 거제, 김해, 밀양, 양산시 등 경상남도 동부지역으로 묶여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남서부권에는 경남동부권의 4개 시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이 설정됐다. 특히 창원시가 서부권에 포함됐다.

■ 진료권역 독립 실패한 울산, 지역 내 상급종병 지정 위기?

울산대병원

3주기 상급종병지정에서 경남·부산과 함께 경남권역으로 묶였던 울산은 경남서부가 독립해 나가기는 했으나 양산 등 경남 일부지역과 부산권이 함께 묶이면서 다시 진료권역 독립에 실패하고 말았다.

실제 3주기 상급종병 지정 평가 후 울산대병원을 비롯한 울산지역 병원들이 상급종병 지정에 실패하자 울산시 의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울산에 있는 울산대병원이 우수한 의료 인프라로 다른 지역 상급병원보다 고득점을 받고도 탈락했는데, 이는 상대적으로 경쟁이 치열한 부산 등 경남권에 울산이 함께 묶여 있기 때문이라는 목소리가 높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정융기 울산대병원장도 "울산대병원의 신뢰도가 떨어지면 환자들이 부산, 경남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수도권으로 간다. 상급종병 지정 기준 권역을 경남권으로 묶은 것은 지역 주민들의 의료소비와 동떨어져 있는 권역 설정"이라고 지적하며 울산권 분리를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4주기 진료권역 기준이 발표되자 3주기 당시 탈락의 고배를 마셨던 울산대병원 측은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울산대병원 관계자는 “정부에서 정한 권역이고 발표된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병원입장에서 왈가왈부 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반면 울산지역 의료계 관계자는 “3주기 기준으로 상급종합병원이 다수 분포한 부산·양산과 같은 권역으로 묶여있다보니 소요병상수 등을 고려할 때 울산 내 상급종병 지정이 험난해지지 않았나 싶다”고 밝혔다.

■ 진료권 독립에 상급종병 지정 희망 보인 경남서부권

삼성창원병원

반면 진료권역 독립에 성공한 경남서부권 내 종합병원 급 병원들은 반색하는 모양새다.

3주기 상급종합병원 지정과 관련해 경남권의 상급종합병원은 총 6개병원으로 경상대병원, 동아대병원, 부산백병원, 고신대복음병원, 부산대병원, 양산부산대병원이다. 경상대병원을 제외하면 4주기 기준 5개병원이 경남동부권에 몰려있는 상황.

이번 분리에 따라 경남서부에 최소 1개 혹은 그 이상의 상급종합병원 지정이 유력해지자 서부권 종합병원 이상급 병원들은 상급종병 지정에 있어서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최근 상급종합병원 지정에 도전장을 내민 삼성창원병원 관계자는 “3주기 기존 진료권역 분류보다는 상황이 좋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한다”면서 “110만의 인구에도 불구하고 창원시에는 상급종병이 없는데 보다 면밀히 준비해서 좋은 결과가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수도권 상급종병 지정에 미칠 영향은?

한편 이번 경남 진료권역 분리가 수도권 상급종합병원 지정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모아지

김윤 교수의 진료권역 분리(안)

고 있다.

실제 지난해 5월 복지부 연구의뢰로 실시된 서울대 김윤 교수의 상급종병지정 연구 결과가 발표되자 논란이 일었다.

해당 연구에는 상급종합병원 지정과 관련한 진료권역 기준을 19개 이상으로 세분화 하는 방안을 제시했는데, 권역 세분화에 따라 상대적으로 지방병원이 상급종병 지정에 유리하다는게 수도권 병원계 관계자들의 지적이었다.

즉, 수도권 병원 수준보다 떨어짐에도 권역 세분화로 인해 지방병원이 지정되는 등 형평성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

그러나 이번 진료권역 지정기준에 따르면 경남권 분리를 제외하고서는 3주기 진료권역 기준과 비교해 크게 변동되지는 않은 상태다. 다만 경남권 분리가 수도권 지정에 미칠 영향이 궁금해진 상황.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아직 판단하기는 이르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 관계자는 “11개 권역의 소요병상수는 11월쯤 되어야 도출된다”면서 “아직 각 권역별로 몇 개 병원이 지정될지 예측하기는 힘들다”고 밝혔다.

또 다른 의료계 관계자는 “실질 경남 권역 분리로는 우려했던 세분화 분류는 아니지 않느냐”면서 “우려했던 수도권과 지방병원 지정간의 형평성 문제도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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