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도 ‘전통의학’ 질 관리-통제 권고

김강현
대한의사협회 KMA POLICY
법제·윤리분과위원회 위원

- 김강현 대한의사협회 KMA POLICY / 법제·윤리분과위원회 위원

[의학신문·일간보사] 2019년 12월 영국 맨체스터대학 생물통계센터 소속 생물통계학자 겸 코크란의 부인과학 및 생식그룹(Cochrane Gynaecology and Fertility Group) 통계 편집자인 잭 윌킨슨(Jack Wilkinson)박사가 보건복지부 한의약산업과의 연구용역으로 6억2000만원을 지원받아서 동국대 일산한방병원 외 2개 한방병원에서 2015년부터 2019년 5월까지 4년간 ‘한약(온경탕과 배란착상방) 투여 및 침구치료의 난임치료 효과규명을 위한 임상연구’에 대하여, 12월 4일 자신의 트위터에 ‘Medicine’지가 요청한 이 논문의 심사를 거부했다는 글을 올렸다.

한약 난임치료 논문심사 거부

그는 “이 논문은 터무니없다. 합리적인 연구 디자인으로 구성되지 않았다. 이 논문이 학술지 데스크에서 거부되지 않은 것을 믿을 수 없다. 결론은 어떤 식으로든 필요한 연구디자인을 따르지 않았다. 이것은 과학이 아니다. 이것은 임상 연구가 아니다. 이 논문을 검토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시간낭비일 뿐이다”라고 꼬집었다.

연구책임자인 동국대 한방부인과 김동일 교수는 원인불명 난임으로 진단받은 20세에서 44세 여성 90명을 대상으로 한방치료 후 7주기동안 13명의 임신이 되었고, 7명이 출산, 나머지 6명중 1명은 자궁외 임신, 5명은 유산을 하였는데, 이를 근거로 인공수정 임신율(13.9%)과 비교하여 한방난임 치료(14.4%)의 유효성이 유사하다며, 이를 근거로 “한방난임치료가 현대과학적 기준에서 검증되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최영식교수는 “사례를 모아놓은 집적보고에 불과한데, 과학적인 근거 중심으로 검증되었다고 발표한 것은 연구 설계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해당 논문에 대한 심사를 맡았던 잭 윌킨슨 박사는 “이것은 과학이 아니고, 임상연구도 아니다. 이 초록은 완전히 터무니없다”고 단언하였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이러한 학문적 수준에 대한 우려를 하고 있는지, 이른바 전통의학(traditional medicine)에 속하는 한의학, 중의학 또는 한방의학(일본의 명칭)에 대한 질 관리나 통제를 위하여, ‘WHO 전통의학 전략 2014–2023’이라는 것을 세계보건총회(WHA 62.13) 결의에 따라 개발하여서, 전통의학의 학문적 지식, 한의사(중의사) 및 한방시술을 규제, 연구 그리고 융합하여서, 적절한 의료 시스템에 통합하여 전통의학의 안전하고 효과적인 사용을 촉진하도록 회원국들을 지원하고 있다.

WHO는 이를 실행하기 위하여 △T&CM(traditional and complementary medicine; 전통 및 보완의학)을 이해하고 인식한 국가적 정책을 통하여 적극적으로 지식적 기반을 구축하기 △T&CM 교육과 훈련, 기술 개발 그리고 서비스를 통하여 지식, 처치 그리고 한의사(중의사)를 통제하여 T&CM의 품질보증, 안전, 적절한 사용 그리고 효율성을 강화하기 △의료 이용자가 자기 건강관리에 관하여 정보에 입각한 선택을 함으로써 T&CM서비스를 건강서비스 전달체계에 융합하여 보편적 건강보장과 건강서비스와 건강 증진을 개선에 그들의 잠재적 기여를 활용하여 자기 건강 돌봄을 고취하기 등 3가지 정책을 권고하고 있다.

이는 전통의학의 수준이 미흡하고 적절한 관리가 되어 있지 않아 이용자들에게 정보에 입각한 자료를 제공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러던 중 2019년 5월 WHO총회에서 전통의학의 장(chapter)이 신설된 ICD-11(국제질병분류) 개정이 승인되어 주류의학(main stream)의 범주에 넣었지만, 이는 WHO 사무총장도 분명히 “전통의학 치료의 어떠한 형태도 참고하거나 지지하지 않는다“라고 그 취지를 분명히 하였으나, 이 조치가 마치 WHO가 전통의학의 질을 인정한 듯 보인다는 범세계 의학계의 우려도 있음이 보도되고 있다.

中·日도 ‘의학’ 과목 강의 늘려

이처럼 WHO의 전통의학에 대한 질 관리와 통제를 위한 이런 정책에 따라서 중국 대만 일본 등에서는 전통의학만을 가르치는 대학은 의학 과목을 강의를 늘리고 있다. 이처럼 전통의학의 질 향상과 적절한 통제를 하기 위하여, 중국은 1999년에 만든 집업의사(執業醫師)라는 제도하에 임상류(의사), 중의류(중의사, 민족의사, 중서의결합), 구강류(치과의사) 그리고 공공위생류(예방의학과 의사)를 두고, 교육을 하고 있는데. 중의약대에서 중의사 학과를 전공했던 학생이 중의사는 되지 않고 다른 직업을 갖거나, 중서결합학과를 전공한 학생 대부분이 서의사(의사)를 선택하고 있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는 경제적 측면뿐만 아니라, 졸업 후 중의학의 교육이 계통적으로 되지 못하고, 고정된 지도 중의사에게 영향을 받는 것이 크며, 중의학 병원의 교육의 질에 대한 우려에도 기인된다고 본다.

대만은 전통의학에 대해 질적 통제를 시도하는 WHO의 권고에 따라, 3단계의 전통의학 및 중의사의 임상훈련시스템에 대한 계획을 수립하여 진행하였다.

일본 ‘한방전문의제도’ 벤치마킹 필요

△1단계: 2002년부터 2008년 동안 전통의학의 임상교육시스템 구축을 추진 △2단계: 2009년에는 책임있는 전통의학 중의사의 훈련 프로그램을 추진을 하면서 2014년까지 이 프로그램을 실행 △3단계: 전통의학 전공의 실습에 관한 실행가능성 연구에서 전통의학 전문의 실습시스템의 확립으로 확대를 시행하고 있다.

그리하여 정규 중의학 대학을 졸업하지 않고도, 특종고시중의사고시등 검정시험으로 중의사가 되는 과정을 2011년에는 비로소 완전히 폐지하였으며, 대만의 위생복리부(보건복지부 해당)은 2017년 12월 25일에 진시중(陳時中) 장관이 아래와 같은 고시를 내렸다.

▲서의사 면허를 가지고 있는 중의사가, 중의사로서 개설한자는 임상검사, 단순 방사선검사와 심전도검사를 처방하고 판독할 수 있다.(주: 대만은 복수면허자라 하더라도 어느 하나의 면허로만 진료하여야 함) ▲중의학과 복수전공 또는 단수전공(학사후 중의학과 포함)과정을 졸업한 학력을 가졌으나, 단지 중의사 면허만을 가진 자는 중의사 양성교육 중에 의학 관련 임상실습을 이미 포함된 점을 고려하여, 질병증상에 기초하여 확진이 필요하거나 진단 보조에, 진료와 관련 있는 다음의 검사(△일반 혈액·생화학검사 △일반 소변, 분변검사 △단순 방사선검사 △정지상태 심전도검사)를 할 수 있고, 아울러 초보 판독을 진행할 수 있으나, 오로지 정식 보고는 마땅히 관련 전문의가 하여야 한다. ▲특고합격의 중의사는 위의 검사를 처방할 수 없다.

이처럼 적법한 의학교육을 필하고 면허시험에 합격한 대만 중의사도 이처럼 간단한 검사만을 처방하고 그것도 초보판독만을 하도록 되어있다.

일본은 서남전쟁(1852년)과 무진전쟁(1868-69년)을 겪으면서 수많은 전상자 진료를 경험하며, 서양의학의 우수성을 알게 되었다. 그리하여 당시 메이지 일왕이 1874년 총 76개조로 구성된 그 목적이 위생행정의 확립에 있는 ‘의제(医制)’를 공포하여, 서양의학을 배우고 의사면허를 취득하지 않으면 의사가 될 수 없도록 하여, 한방의학을 시험과목에서 제외시키고 한방의제도를 폐지하였다. 이후 1895년에 다시 제국의회에 “한의 존속원(漢医存続願)”을 제출되었으나 부결되어 완전히 한방의 제도가 폐지되었다.

당시 일본의 한방계는 한방약으로 진료하는 한방의와 침과 뜸으로 진료하는 침구의로 나름대로의 분업상태이었는데, 서양의학에는 없다는 이유로 침구의는 이 한방의 제도 폐지에서 존속하게 되었고. 그 결과 일제치하 때 의생으로 잠정적 부활된 한방의와 침구사제도의 시초가 여기에 있다.

따라서 오늘날 일본에서도 한방전문의는 침과 뜸을 다루지 않고 별도 과정의 교육과 국가면허시험을 통해 침사와 구사가 각각 배출되고 있다.

1989년부터 일본한방의학회(단 일본전문의학회에는 속하지 못함)가 결성되어 각과 전문의를 획득한 의사가, 3년간의 한방전문의 수련과정을 필하고서 한방전문의 자격을 획득하고 있다. 그리하여 2017년 현재 2148명의 한방전문의가 배출되어 있다. 또한 2001년 3월에 문부과학성이 ‘21세기 의학 치학 교육의 개선방법(학부교육 재구축)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의학교육 Model Core curriculum 도입하였으나, 실상은 6년간의 의대 총강의 약 4000 koma(45분)의 강의 시간 동안, 불과 8koma의 한방 강의가 있는 정도로 미미하고, 의사 면허시험에도 출제가 되지 않기에 학생들의 관심이 저조하며, 대체로 졸업생의 약 1퍼센트만이 3년간의 한방전문의 수련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같이 중국 대만 모두 중의학대학에서는 의학교육을 최대 50%까지 하고 있으나, 의과대학에서는 중의학 또는 한방의학을 전혀 하지 않거나 하더라도 거의 하지 않으며, 특히 3개국 모두 의사면허 시험에는 출제조차 하지 않음을 미루어 보아 중의학, 한방의학의 학문적 가치 여부는 이미 판명되었다고 주장한다.

일본은 1967년에 처음으로 한방제제가 보험약가에 수록된 것을 계기로, 임상에 한약제가 급속히 보급되었으나, 과학적 근거가 미약한 한방약에 공적 자금을 투여하는 것에 대한 우려로 후생성과 재무성 등이 2009년 11월에 일본 행정쇄신회의 사업공개 예산 심의에서 한약의 보험 혜택 제외의 움직임 등이 있었는데도, 오히려 우리나라 보건복지부는 한방첩약을 보험화를 하려고 하고 있으니 타국의 동향에 관심을 기울였으면 한다.

한편 일본의 경우도 병원의 진료과로 한방과가 개설되어 있으나, 외래진료의 경우에만 건강보험이 적용되는데, 이는 대만도 마찬가지로 외래만 보험이 되고 입원은 보험이 되지 않게 되어 있다.

2001년부터 2014년까지 중의학병원은 44개소에서 11개소로 격감하였으나, 중의과를 개설한 서의학병원은 59개소에서 98개소로 증가하였는데, 이는 중의학 단독진료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한다. 그리고 일본의 경우도 환자가 한방과로는 입원을 하지 않음을 알 수 있는데 이는 우리와 너무나 다른 보험적용으로, 공적 자금인 사회보험의 효과성·효율성 그리고 경제성 측면에서 깊이 재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중국의 경우도 중의과 진료와 서의과 진료에 대한 보험 수가가 광대한 대륙의 각 행정구역에 따라 각각 달리 되어 있으며, 대체로 중의진료의 경우는 수가가 서의학 진료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저렴하기도 하며, 환자본인 부담률이 더 높은 경향을 보이고 있어, 이 역시 중의 진료선택 시에는 보험자의 지불액이 더 낮음을 보아 그 효과적 측면에서는 의심받고 있음을 추정할 수 있다.

이처럼 의료가 의학으로 일원화된 일본이기에 이처럼 의학적이고 과학적이며 합리적인 한방약에 대한 적절한 검토와 검증도 할 수 있는 사회적·국가적·학문적 토양이 형성되었다고 보여지며, 아울러 혹시 전통의학의 지식 중에서 가치가 있다면 의학적 연구를 통하여 발전시키는 긍정적인 기대도 가능하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우리의 경우도 의학과 전통의학의 갈등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중국, 대만보다는 일본의 의료일원화 형태가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의학 중심의 의료일원화 만이 이번 한방난임논문에 대한 국제적 비난과 국민 건강에 대한 위해 논란이 또 다시 발생할 우려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현대 의학교육을 적법한 커리큘럼에 따라 이수하고 국가면허시험을 통과하여, 소정의 기간동안 수련을 받아 각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후 의사 본인이 원하는 경우 한방교육을 받아서, 한방전문의가 되는 일본의 한방전문의 취득 제도는 WHO도 권고하는 T&CM의 품질보증, 안전, 적절한 사용 그리고 효율성이 담보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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