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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특집] 재활의료기관제도 정착 방안회복기 재활병상 확대 고령화 대비해야

회복기 재활의료기관 인력·시설기준 완화돼야
근골격계 질환 대상군 일본처럼 확대 바람직

우봉식 
대한재활병원협회 회장
청주아이엠재활요양병원 원장

- 우봉식 대한재활병원협회 회장 / 청주아이엠재활요양병원 대표원장

[의학신문·일간보사] 회복기 재활치료란 ‘급성기 치료가 끝난 환자의 신체기능을 최대한 회복시켜 가정과 사회로 복귀시키는 치료’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회복기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이 크게 부족하여 급성기 병원을 2~3개월마다 떠돌아다니는 소위 “재활난민”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재활난민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6년 7월(양승조 의원)과 2017년 1월(남인순 의원)에 병원급 의료기관의 종별에 ‘재활병원’을 신설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발의되었으나 법안소위에서 법률안이 계류된 상태이다.

법안이 계류되자 회복기 재활의료기관의 필요성을 인식한 정부는 재활난민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2015년 제정된 ‘장애인 건강권 및 의료접근성 보장에 관한 법률’(장애인건강권법)에 근거하여 지난 2017년 10월부터 “재활의료기관 시범사업”을 시작하여 2년 넘게 운영해 오고 있다.

그동안의 성과를 바탕으로 내년부터 회복기 재활환자를 위한 재활의료기관 본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본 사업관련 내용을 들여다보면 당초 재활난민을 해결하겠다고 하는 취지와는 상당히 동떨어져 있어 많은 우려를 일으키고 있다.

재활의료는 기본적으로 지역기반(Community Based)의료이다. 장애로 인해 먼 곳에 있는 큰 병원으로 치료를 다닐 수 없기 때문에 집 가까운 곳에 재활치료를 잘 받을 수 있는 의료기관을 충분히 확보하여 입원 집중재활치료를 받은 후 외래 통원치료를 통해 하루 속히 사회복귀가 가능하도록 돕는 것이 재활의료기관 제도의 근본 취지다.

그런데 지금 정부가 지난 8월 30일자로 고시한 “재활의료기관 지정 및 운영 등에 관한 고시”의 내용을 살펴보면 재활전문병원이나 산재 재활병원 기준보다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어서 향후 이 기준을 계속 적용할 경우 지역기반 재활병상의 확보가 어렵게 되어있어서 오히려 재활난민 문제를 심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고시에 나타난 회복기 재활의료기관의 기준 중 인력기준은 재활의학과 전문의 1인당 환자 수 40명 이하(1대40), 물리치료사 1대9, 작업치료사 1대12, 간호사 1대6, 사회복지사 1인 이상이나 150병상 초과시 2인을 두도록 했다. 시설기준으로는 최소병상 수는 60병상 이상으로 하고, 병상 당 운동치료실 3.3㎡, 작업치료실 0.99㎡ 이상으로 합산하면 병상당 4.29㎡이상의 치료실 공간을 확보해야 되며, 운동치료장비 14종, 물리치료장비 8종, 작업치료장비 12종 이상의 장비를 갖춰야 된다.

회복기 재활치료의 대상 환자군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개발한 한국형 입원환자분류체계(KDRG) 분류 중 주로 중추신경계(뇌척수) 질환으로 한정된 재활연관 질병군 진료량 상위 30분위, 회복기 재활환자 비율 40% 이상, 의료기관 인증 필수 등 재활의료기관 지정기준에 충족해야 된다.

이러한 기준들은 지난 2017년 8월 25일 공고된 재활의료기관 시범사업 기준보다 오히려 강화되거나 큰 변화가 없는 내용들로 임상 현장에서 시범사업 기간 중 일부 기준들이 매우 비현실적이라는 지적들이 지속적으로 있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시범사업을 통해 개선된 것이 거의 없는 것이다.

인력기준의 경우 재활의학과 전문의 기준은 의료법 제3조의5(전문병원의 지정)에 근거하여 지정하는 재활의학과 전문병원의 기준(재활의학과 전문의 4명 중 타과 전문의로 1명 대체 가능)보다 높고 간호사 기준도 재활의료기관 시범사업의 기준(서울경인 이외 7대1)에 비해 오히려 강화되었다.

시설 기준과 관련하여 확보해야 되는 치료실 면적은 1병상 당 운동치료실 3.3㎡에 작업치료실 0.99㎡로 합산하면 1병상 당 4.29㎡ 이상을 구비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산재재활인증의료기관의 1병상 당 운동치료실 0.6평, 작업치료실 0.2평에 비해 약 2배 정도 높은 기준이다.

지난 2000년부터 회복기 재활제도를 도입 운영하고 있는 일본의 공간기준이 뇌혈관질환은 기관당 160㎡ 이상, 운동기 질환 기관당 100㎡ 이상만 갖추면 되는 것으로 되어 있어서 150병상을 기준으로 한다면 일본은 260㎡이상이면 충족되는 반면, 한국은 643.5㎡(150병상×4.29) 이상의 공간이 필요하여 일본에 비해서도 2.475배 더 큰 공간이 필요한 셈이다.

회복기 재활대상 환자군의 경우도 일본의 경우 뇌척수질환 뿐만 아니라, 골절을 포함한 다양한 근골격계 질환을 대상군으로 포함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뇌척수질환 환자 중심에 극히 일부 근골격계 질환만을 포함하고 있는데, 이는 고령화와 함께 크게 증가하는 골절환자의 회복기 재활치료에 적절히 대비하지 못하는 근시안적 기준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OECD 평균에 비해 급성기 병상이건 요양병상이건 훨씬 많은 숫자의 병상을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장애를 가진 환자들이 회복기 재활치료를 받을 병상은 크게 부족하다.

OECD 보건통계(OECD at a Glance 2019, 2015년 기준)에 따르면 OECD 32개국의 인구 1000명당 총 병상 수는 평균 4.9병상이며, 이 가운데 급성기 병상 3.8병상(77%), 재활병상 0.5병상(9%), 요양병상 0.6병상(12%), 기타병상 0.1병상(2%)으로 나타나고 있다. 주요 선진국 중 독일은 25%, 프랑스는 26%, 호주는 17%가 재활병상이다.

반면 같은 자료에서 우리나라는 총 병상 수 평균 11.5병상 가운데 급성기 병상 7.3병상(64%), 재활병상 0병상(0%), 요양병상 4.2병상(37%), 기타병상 0병상(0%)로 나타나고 있어서 우리나라는 재활병상 통계 자체가 아예 없다.

병상 자원을 ‘고도급성기-급성기-회복기-만성기’로 구분하여 기능에 따른 의료전달체계를 운영하고 있는 일본은 인구 고령화로 인해 75세 이상 인구가 5명 중 1명(2000만명)이 되는 2025년을 대비한 ‘2025년 모델’을 설정하고 오는 2025년 까지 회복기병상을 전체 병상의 약 24%에 해당하는 26만 병상으로 확대하기로 하고, 주로 급성기 병상을 회복기 병상으로 전환하고 있다.

임상에서 환자를 보다보면 치료실에서는 잘 수행하는 동작을 병실이나 자기 집에서는 잘 못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활의료가 활성화된 선진국들은 실생활 속의 재활치료를 강조하여 치료실 내의 치료뿐만 아니라 병실이나 생활공간, 심지어 외부 공간에서 버스타기, 장보기와 같은 실생활 활동 관련 치료를 폭넓게 인정해 주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여전히 치료실 면적과 장비가 뭘 갖추고 있는지 여부나 살피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 회복기 재활의료기관 본사업 기준은 의료기관 질평가의 3대 요소인 구조ㆍ과정ㆍ결과 중 구조 지표에만 주로 집중하고 있는데, 이는 회복기 재활치료를 통해 실질적인 환자의 기능회복과 사회복귀와 같은 과정 및 결과 지표에 비해 평가가 손쉬운 시설 면적이나 인력 같은 구조 지표에 집착하고 있는 셈인데 운동장이 크고 선수가 많이 뛴다고 축구 잘하는 건 아니지 않나?

이 뿐이 아니다. 회복기 재활의료기관의 문제는 현재 지정의 근거가 의료법이 아닌 장애인건강권법인 관계로 재활의료 기관으로 지정받은 기관의 명칭에 ‘재활’을 명시할 수도 없고, 재활의료기관 지정 대상이 (급성기)병원만 해당되어 유관 진료과목 중 정형외과, 신경외과, 비뇨의학과 같은 외과계 과목을 둘 경우 의료법 시행규칙에 따라 수술실을 갖춰야 되고, 재활간호간병통합서비스 수가는 여전히 회복기 재활치료기간 중 체감제가 미적용되고 있으며, 재활의료기관 인증에 있어서도 급성기 인증에 적용되는 감염관리 인력을 필수로 두되 감염관리수가는 지급하지 않는 역차별을 받는 등 불이익을 받고 있다.

환자가 거주하는 집 가까운 곳에서 기능회복을 통해 일상생활로 조기에 복귀하고 사회통합에 기여하는 것이 바로 회복기 재활의 목표다. 뿐만 아니라 인구 고령화로 급증하는 노인의료비 문제를 대비한 의료전달체계의 핵심적 요소가 회복기 병상의 확대이다.

‘첫 단추를 잘 꿰라’는 우리나라 속담이 있다. 정책의 방향이 잘못 설정되면 그 결과가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갈 수 있다. 정부가 지금의 회복기 재활정책 전반에 대해 제대로 방향을 설정하여 회복기 병상 확대와 지역기반 재활치료의 정책으로 대 전환을 할 것을 강력하게 권고하는 바이다.

의학신문  medicalnews@bo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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