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병원 보호 제도적 장치 필요하다!

‘의료 질-지정기준’ 밸런스 유지 필수적
‘가짜 전문병원 퇴출’ 법적 근거 마련도

정규형
대한전문병원협의회 회장
한길안과병원 이사장

- 정규형 대한전문병원협의회 회장 / 한길안과병원 이사장

[의학신문·일간보사] 전문병원제도는 ‘국내 의료전달체계 정상화’라는 대의명분을 내걸고 태어났다.

2005년 시범사업을 거쳐, 2009년부터 본격 도입됐다. ‘제3기 전문병원협의회’ 집행부가 2018년 3월 출범했으니, 벌써 15년째 순항 중이다. 지난 세월을 돌아본다. 그간 인센티브 시행이나 인지도 향상, ‘가짜 전문병원’ 대응 등 어려움도 많았다. 숫한 우여곡절을 어찌 글로 다 표현할 수 있을까.

일부 사항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급한 대로 제도개선을 중심으로 전문병원제도 활성화 방안을 살펴본다.

전문병원은 보건복지부장관이 특정 진료과목이나 특정질환 등에 대하여 난이도가 높은 의료행위를 하는 병원으로 지정한 의료기관을 의미한다. 지정분야에 대해서는 ‘상급병원 수준’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전문병원제도는 국가 차원에서 내놓은 대책이다. 그러다 보니 지정 조건이 매우 까다롭다. 전문병원이 되기 위해서는 우선 환자 구성비율과 진료량을 맞춰야 한다. 그와 함께 진료과목, 의료인력, 의료질, 의료기관 인증 등 7가지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환자들이 믿고 찾아갈 수 있도록 지정기준이 엄격한 만큼 만족도도 높다.

그러나 전문병원으로 지정받은 기관수는 1기 99개, 2기 111개, 3기 107개로 답보상태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전문병원이 많아지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다.

다만 그 방법론에서는 의료현장 목소리 반영은 물론 ‘전문병원협의회’와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크게 세 가지 사항을 살펴본다.

먼저 ‘의료 질과 지정기준’간 밸런스 유지가 필수적이다. 전문병원제도의 목적은 상급종합병원으로 갈 환자를 분산하는 것이다. 상급종합병원을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을 전문병원 지정기준으로 잡았기 때문에, 기준을 완화하면 전문병원의 평균적인 수준이 낮아질 수 있다. 이는 곧 전문병원을 믿고 찾는 환자의 신뢰 하락으로 이어져, 제도의 목적 달성을 저해할까 우려된다.

여러 모임에 참석하면 전문병원을 하고 싶지만 못한 병원장들에게서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는 ‘의료기관 인증’이 너무 어렵다는 것이다. 회원병원의 사례를 보더라도 인증기준 충족을 위해 수억 원이 투입되고, 인증 준비과정에서 간호사가 사표를 내기도 한다. 그러나 인적/물적 투자에 비해 보상이 작아 중소병원은 섣불리 인증받을 엄두를 못 낸다. 정책당국도 이 점을 인식한다면 적절한 보상체계 확립을 통해 ‘환자안전’과 ‘의료 질’이 담보된 의료기관 숫자를 늘려가야 한다.

다음은 가짜 전문병원을 근절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초기 보건복지부로부터 지정받지 않았음에도 ‘전문병원’이라고 광고하는 경우가 많았다.

복지부에서는 가이드라인(2012년 11월)과 유권해석(2013년 4월)을 내려, 비지정기관이 ‘전문병원’ 또는 ‘전문’이라는 용어를 쓰지 못하게 했다(노인전문병원 제외). 그런데도 불구하고 위 단어를 이용해 광고하는 의료기관이 여전히 존재하며, 대한전문병원협의회에서 지속해서 시정요청을 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의료법이나 복지부 가이드라인의 주체가 의료기관에 한정된다는 점을 이용하여 대형포털 상에 우회적으로 광고하면 제재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마케팅업체들은 바이럴(소비자인척 광고 성격의 게시물 게재), 자동검색어완성, 연관검색어 서비스 등을 이용하여 가짜 전문병원을 끊임없이 노출하고 있지만, 이를 처벌할 주체도 법적 근거도 없다. 전문병원의 확대도 중요하지만 이미 지정된 병원을 보호할 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다.

끝으로 전문병원제도의 대국민 홍보가 필요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제작하는 홍보 동영상 등을 전문병원에 나눠주어 홍보에 활용하도록 하고 있으나, 이는 내원 환자에 대한 홍보로 이미 전문병원을 알고 온 환자가 대다수기 때문에 그 효과가 작다. 그나마 시내버스와 CGV 광
고를 한시적으로 했으나, 예산 문제로 더 이상 지속하지 않고 있다. 이제는 홍보예산을 늘리고, 그 쓰임을 잘 살펴야 한다.

의료전달체계의 정상화는 병원만 잘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국민에게 자신의 상황에 적합한 병원을 찾아갈 수 있도록 정보를 주는 것 또한 국가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유동인구가 많은 지하철 역사, 전 연령대 이용자가 많은 유튜브 등에서 홍보가 필요하다. 의료전달체계에 대한 의식을 심어주는 것은 전문병원에 국한되지 않고, 중소병원 등 모든 종별의 의료기관을 위해 시행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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