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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특집] 의료인 진료실 안전대책 총괄상처투성이 진료실에 안전대책 처방하라!

반의사불벌죄 폐지-의원급 안전진료 인프라 구축 시급
‘의사-환자 신뢰 문화’가 안전한 진료환경 조성 첫걸음

방상혁 
대한의사협회 상근부회장

- 방상혁 대한의사협회 상근부회장

[의학신문·일간보사] ‘진료실’하면 무엇부터 생각나는가? 의사, 간호사, 의료기사와 같은 의료종사자들이나 의료장비, 의약품 등 진료에 필요한 기자재‧소모품 등이 떠오르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폭행, 폭언, 난동, 심지어 흉기까지 연상된다. ‘진료실에서 환자를 보던…’으로 시작하는 뉴스가 나오면 순간 심장이 멎을 것만 같다.

의사가 종일 살다시피 하는 공간이 어쩌다 불안과 공포의 현장이 되었을까. 환자와 마음 열고 소통하며 치료하는 장소를 의사가 두려워하게 되었다.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는지 정리해보고 대책을 제시하고자 한다.

반복되는 의료인 폭력사태

의료인에 대한 폭력문제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최근만 해도 고 임세원 교수의 피살 사건부터 대학병원 정형외과 교수가 외래에서 피습당해 손가락 아절단을 당한 사건까지 모두 진료 중이던 의사가 환자에 의해 피해를 당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의료인 폭행 문제의 해결을 공식적으로 정부와 국회에 요구했고, 많은 의료인들은 정부의 개선책을 기대했다. 하지만 그 이후로 무엇이 바뀌었는가? 의료기관에서 진료에 최선을 다하던 의사가 여전히 피해를 입고 있고, 개선책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 의료인이 안전하게 진료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대한 정부의 인식 부족 또는 위기의식 부족 때문이다.

최근 대한의사협회가 의료기관 내 폭력문제와 관련하여 전 회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진료실에서 환자·보호자 등으로 부터 폭언 또는 폭력을 당한 회원은 전체 응답자 2034명 중 1455명으로 72%에 달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동안 응급실 등에서 일어나는 폭력이 언론을 통해 자주 보도되었으나 실제로는 일반 외래진료 중에도 이러한 일들이 빈번하게 일어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근거다.

또한 진료실에서 경험한 폭언 또는 폭력으로 인한 피해 역시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체적인 피해, 즉 부상에 이른 비율이 10%에 달하였고, 이 가운데에는 봉합이나 수술, 단기간의 입원, 심지어는 중증외상이나 골절로 인하여 생명을 위협받은 경우도 있다고 조사됐다. 이러한 설문조사 결과에 의하면, 의사들은 일반적인 진료실에서도 상당히 높은 비율로 폭언과 폭력을 경험하고 있다는 것이 너무나 확연하게 드러났다. 진료실 폭력문제를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폭력 환자 진료해야 하나?

문제는 환자가 어떤 흉악한 자일지라도 의사는 피할 수 없다는 점이다. 최소한의 진료 안전 확보를 위한 진료거부권이 없다. 1951년 9월 25일 제정된 국민의료법 제22조에서 ‘의료업자는 진찰 또는 치료의 요구가 있을 때에는 정당한 이유 없이 거절하지 못한다’고 규정했고, 환자진료가 우선이라는 기본 취지를 현재의 의료법 제15조제1항에서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 개설자는 진료나 조산 요청을 받으면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지 못한다’고 명시해, 환자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려는 취지를 잇고 있다.

그러나 의사가 진료거부권이 없다는 ‘아킬레스건’을 이용해 환자가 진료실에서의 과도한 업무방해, 폭력 등을 행사한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보건복지부가 진료거부의 정당한 사유와 관련해 8가지 유권해석을 내리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유권해석일 뿐, 의료법에는 해당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대한의사협회는 진료거부권을 보장해줘야 한다는 입장이나, 환자단체에서는 환자의 생명을 앞에 두고 진료하지 않을 권리를 달라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의사가 진료를 거부하는 것이 직접적으로 환자의 생명에 위해를 끼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진료실 ‧ 응급실 폭력 등 환자의 부적절한 요구와 행동을 합리적으로 제지함으로써, 정말 의료진의 도움이 필요한 환자의 진료에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할 수 있는 것이다. 환자단체는 현재와 같은 주장이 혹 근시안적 사고에 해당되지 않는지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의료인 보호는 알아서 해라?

우리나라 의료기관은 안전한 진료를 위한 인프라가 부족하다. 이는 규모가 작은 동네의원일수록 더욱 그렇다. 2019년 4월 4일 보건복지부는 ‘안전한 진료환경조성 방안’을 발표했다. 발표 내용에는 환자 진료에 집중할 수 있는 안전한 환경을 만들겠다며 비상벨, 비상문, 보안인력 배치와 같은 시설지원 강화와 이와 같은 시설 설치 ‧ 배치 시 발생 비용을 고려하여 건강보험 수가 지원을 추진하겠다는 재정 지원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이는 일정규모 이상의 병원급 의료기관과 일부 정신과 의원에 해당하는 것으로, 정작 만성질환관리 등 국민건강의 최일선에서 환자진료에 매진하고 있는 의원급 의료기관은 배제되어 있는 실정이다. 물론 정부가 소요재정 등 소위 ‘가성비’를 고려했더라도, 정신과를 제외한 타 진료과 의원은 상대적 역차별을 당한 것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아니면 주취자 등 ‘불편한’ 환자들이 타 진료과 의원급 의료기관에는 올 가능성이 적으니, 힘들더라도 견뎌내라는 의미인가.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부분임에 분명하다.

그렇다면 현재의 안전관리에 소홀한 진료환경을 개선하고, 환자와 의사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보다 안전한 진료환경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 정부와 국회는 어떤 일을 추진해 나가야 할까?

폭력 처벌수위 확실하게 해야

첫째, 반의사불벌죄 규정의 삭제가 시급하다. 현행 의료법 및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의 경우 응급실 등 의료기관 내 폭력행위자에 대한 강화된 처벌규정을 두고 있으나, 반의사불벌죄 규정에 따른 당사자간 합의 종용, 가벼운 벌금형 선고 등으로 인해 강력한 처벌을 통한 폭력행위의 감소라는 실효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의사가 진료실 등에서 폭언이나 폭력을 당하였을 때, 경찰이나 사법 관계자의 설득 또는 권유로 인하여 의사 본인이 고소·고발을 취하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실제 처벌할 만한 내용임에도 환자진료에 매진해야 하는 의료업의 특수성 및 통상 사건처리에 시간과 노력이 많이 소요되는 부담 등을 감안한 조치일 것이다. 즉, 반의사불벌죄 조항으로 인해 의료기관 내 폭력에 있어서 피해 당사자가 처벌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므로, 이는 반의사불벌죄 조항 삭제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이다.

폭행사범 진료거부권 필요하다

둘째, 진료거부권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의 국회 발의 및 조속한 통과가 필요하다. 올해 초 자유한국당 김명연 의원은 의료법에 진료거부가 가능한 정당한 사유를 구체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 의료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그런데 환자 단체의 반대로 법안심사소위에서 논의되지 못하고, 결국 보류되었다. 정당한 진료거부권의 보장은, 우려와는 달리 의사와 환자 간 상호 신뢰와 배려하는 문화를 이끄는 초석이 될 것이다.

보호장치 재정지원 이뤄져야

셋째, 의원급 의료기관에서의 폭행 등 긴급상황에 대해 신속히 대응하여 환자와 관련 종사자의 진료안전을 확보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안전 진료를 위한 의원급 의료기관의 인프라 구축 등 재정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즉, 의료기관내에 경찰관서와 연계된 긴급출동시스템을 구축하고, 환자와 의료진 안전을 위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지원이 절실하다. 병원급뿐만 아니라 의원급까지 재정지원이 이루어져야, 궁극적으로 환자들도 편안하게 ‘안전한’ 의원급 의료기관으로 진료를 받으러 올 수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반의사불벌죄 폐지, 의사의 진료거부권 보장, 의원급 의료기관에 대한 안전진료 인프라구축은 사실 안전한 진료환경 조성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조건에 불과하다.

이와 함께 의사와 환자 상호 간 신뢰의 문화가 사회 전반으로 퍼져 나간다면, 그때야 비로소 ‘안전한 진료환경’이 마련되는 것이다.

정부와 국회는 ‘안전한 진료환경 마련’이 의사만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환자들, 보호자들, 나아가 모든 국민을 위한 것이라는 점을 반드시 인지해야 한다. 물론, 의사단체도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위해 노력해 나갈 것이다. 새해 들어 안전진료 대책 마련을 위한 정부와 국회의 의미 있는 행보를 기대해본다.

의학신문  medicalnews@bo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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