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진료현장 개선 없는 현실 지적…의료진 대응 실질적 대책 마련돼야
반의사 불벌 규정 폐지-의료기관안전기금 신설 등 법제화 선행돼야

[의학신문·일간보사=김현기 기자] “지난해 12월 31일 진료 중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희생된 故 임세원 교수 사망 이후에도 진료현장은 바뀐 것이 없다.”

대한의사협회(회장 최대집)는 31일 故 임세원 교수 사망 1주기를 맞아 고인을 애도하고, 아직도 변하지 않는 진료현장에 폭행 사태에 대해 토로했다.

의협에 따르면 안전한 진료환경을 구축을 위한 정부의 지원이 미비해 아직까지 병의원 자체적으로 어설픈 보호시설·장비를 마련하는 실정이다.

예를 들어 A병원은 진료실에 방패처럼 쓸 수 있는 액자를 비치, 원하는 의료진에게는 호신용 스프레이도 지급하고 있다.

또 다른 병원은 폭력이 발생할만한 공간에 액션캠을 설치하고, 녹화가 가능한 전자시계를 의료진이 착용한 사례도 있다.

의협은 “비상벨 설치, 보안인력 배치, 폭행처벌 강화 등을 골자로 한 의료법 개정안이 통과됐지만 여전히 의료진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며 “해당 개정안도 100병상 이상 병원급에만 해당되고, 사실상 마음먹고 덤비는 환자에 대해서는 별 도리가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의협이 지난 11월 의사 회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의사 10명 중 7명 이상이 최근 3년간 진료실에서 폭력 또는 폭언을 경험하였으나 대부분이 별도의 대피 공간이나 시설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진료 중이다.

이에 따라 진료실에서 폭력사건이 눈앞에 닥쳤을 때, 의료진이 피하고 대응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게 의협의 주장이다.

구체적으로 △반의사 불벌 규정 폐지, 의료인 보호권 신설 △의료기관안전기금 신설 △보안인력 및 보안장비 배치 비용 지원 등 안전한 진료환경 조성을 위한 필수요건의 법제화가 반드시 선행돼야 의료인 폭행의 고리를 끊을 수 있을 수 있다는 것.

아울러 의협은 현재 사실상 ‘무방비상태’에 있는 외래 진료 위주의 1차 의료기관에 대한 지원책도 필수적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의협은 “정부는 더 이상 이 문제를 방치하지 말고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며 “의료기관 내 안전문제는 단순히 의료진만의 안전이 아니라 진료를 받으러 온 환자의 안전은 물론 추후 의료진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환자들의 생명과 건강과도 연결되는 문제”라고 피력했다.

또 의협은 “정부는 의료계에 주는 시혜가 아니라 사회 안전망에 대한 보완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해 더이상 안전수가 등 실질적인 지원책을 망설여선 안 된다”며 “협회는 앞으로도 故 임세원 교수의 유지를 받들어 안전한 진료환경 구축에 힘쓰고 정신질환자들이 편견과 차별 없이 치료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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