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 기본도 못갖춘 엉터리" Vs "검증된 연구, 추가 연구로 입증 가능"
NECA, 한의약 난임치료 연구 관련 토론회…醫-韓 갈등만 심화 개최

[의학신문·일간보사=이재원 기자] 김동일 동국대 교수의 한의난임치료 연구결과를 둘러싸고 한의계와 의료계의 논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연구결과의 규명을 위한 토론회가 개최되었으나 의료계와 한의계의 좁혀지지 않는 입장차를 재확인한 자리가 되고 말았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하 NECA)이 주관하는 ‘한의약 난임치료 연구 관련 토론회’가 26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김동일 동국대학교 한방부인과 교수가 최근 ‘한의약 난임치료 연구 결과’를 공개함에 따라 그 연구결과의 유효성을 규명하고 관련된 쟁점을 토론하기 위해 개최됐다.

김동일 교수는 만 20세~44세 여성 중 난임전문 치료기관(의과)에서 ‘원인불명 난임’으로 진단 받은 여성 100명을 대상으로 4개월간 한약, 침, 뜸 치료, 한약복용 등을 실시해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 결과 100명 중 10명이 중도탈락한 것을 제외하고 90명 중 13명(14.4%)가 임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13명 임신자 중 1명은 자궁외 임신으로 인공유산, 5명은 자연유산이었다. 7명(53.8%)이 출산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동일 교수는 한방치료 임신율 14.4%가 인공수정 임신율(14.6%)에 비해 비열등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결과가 발표되자 의료계는 크게 반발했다. 바른의료연구소는 해당 연구는 대조군이 없는 비대조군, 비맹검 임상시험이었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또한 7개월 14.4%가 현대의학 치료 시 기대 임신율과 비교했을 때 매우 낮은 수치이며, 유산율이 2-3배 높은 수치라고 비판했다.

■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추가 보완 연구 강조한 한의계

한의계는 의료계의 지적에 반박하는 한편, 김동일 교수의 연구가 난임에 대한 한방 연구의 첫 단추였다고 의의를 밝히면서, 이에 대한 보완점을 추가적으로 연구해 나갈 것임을 밝혔다.

김동일 교수

먼저 김동일 교수는 의료계의 지적에 대해 반박하고 나섰다. 그는 “무작위 대조군 임상연구(RCT)가 아니었다는 지적이 있으나 연구비용과 국내 의료계 상황에 맞춰 전후비교로 임상연구를 설계했다”면서 “추가연구로 메타분석 진행을 통해 지난 3월 보완했다”고 밝혔다.

임신율이 낮으며, 한약의 안전성이 의심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이는 대상자의 난소예비력이나 적은 대상자 수에 기인한 것”이라면서 “한약의 안전성도 온경탕과 배란착상방은 한방병원에서 3년이상, 200례 이상 사용된 처방이며, 알려진 것과 달리 배란착상방에는 목단피 등 임신 사용 논란 한약재가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김 교수는 출산율 개선 확인 등 추가 연구를 위해 의과 협진연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조준영 꿈마을 한방병원 원장은 원인불명 난임에 대한 RCT 연구를 실시하는 데 한계가 있음을 밝히는 한편, 이번 한의난임치료 연구에만 엄격한 기준을 잡는 것은 아쉽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진무 경희대 한방부인과 교수도 “한방에서 난임에 관해 연구한 첫 발에 가까운 사례를 놓고 지나친 현미경을 들이대는 것은 욕심이 과한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연구 자체도 증거(Evidence)를 구하는데 어렵다보니 현대의학의 증거 중심 변증법보다는 약을 활용한 연구가 시행되야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이번 연구 외에도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며, 해부학적인 요소가 필요한 점에 대해서는 의료계와의 협진 연구도 추가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 ‘위험성 높은 엉터리 연구’ 비판한 의료계…한의계의 연구 기본 지식 부족도 지적

의료계는 김동일 교수의 연구가 '비교 기준 설정부터 잘못된 엉터리'라고 비판했다. 또한 한의 난임치료 연구의 높은 유산율 등의 위험성도 지적하고 나섰다.

최영식 교수

연세의대 최영식 교수는 “한방난임치료의 임신성공률(14.44%)이 체외수정 결과(29.6%)보다는 떨아지나 인공수정 결과(13.9%)보다 조금 높은 수준으로 의과치료 대비 비열등하다고 연구결과를 밝히고 있으나, 인공수정 등을 활용한 의과난임치료 임신율은 한 주기당 임신율이고 한방난임치료의 임신율은 7주기동안 관찰된 누적 임신율을 말하고 있다”며 각 연구가 서로 다른 기준이 적용되었음을 지적했다. 최 교수에 따르면, 한방난임치료의 임신성공률을 한 주기로 환산할 경우 2.06%에 불과하다.

또한 최 교수는 “한의약 난임치료가 현대의학적 기준에서 검증되었다고 주장하지만 대조군의 선정기준과 임상적 특성을 규정할 수 없어 적합한 대조군을 사용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한의 난임치료에 재정지원을 요구하는 김동일 교수의 주장에 대해 체외수정시술보다 높은 유산율을 문제삼으며 재정지원은 절대 불가능하다고 비판했다.

차의과 대학의 류상우 교수는 “7개월 기간동안 인공수정을 시도하면 누적임신률이 30%가 높아 한의난임치료 효과를 상회한다”면서 “경제적 측면에서도 값비싼 체외수정을 제외하고 인공수정만을 계산할 경우 한의난임치료보다 훨씬 적은 돈이 들어간다”고 강조했다.

토론 중간 한의계 한 패널이 RCT를 실시한 연구라고 발언하자 의료계는 기본지식도 모른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무열 중앙대 의대 교수는 “RCT가 어떤 것인지도 모르고 오는 분이 있다는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영식 교수도 김동일 교수의 연구가 기본조차 없는 연구라고 비판했다. 그는 “연구 시 메타분석을 활용할 경우 웹서치를 통해 확인 가능한 RCT를 파악한 후 그 질을 분석해 메타분석에 자료를 포함할지 말지를 결정한다”면서 “김 교수님은 찾은 자료를 다 넣었으며, 이는 메타분석의 기초도 모르는 분이 보고서를 썼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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