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인력 부족 문제 심화 속 대두…사용자 친화 인터페이스-기능 설계가 핵심

[의학신문·일간보사=오인규 기자] 경제와 문화, 역사 궤적 등의 친밀성으로 다수의 비교 정치학자들에게 한국과 ‘지구상의 가장 유사한 나라’로 지목받고 있는 대만.

대만도 국내처럼 인구 구조 변화로 의료비 지출, 장기요양 서비스 수요가 지속 증가하고 사물인터넷, AI 등 기술 발달에 따라 헬스케어, 의료 분야의 스마트 제품·서비스 수요가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특히 혈당측정기, 전동휠체어, 콘택트렌즈 기술력이 발달해, SW 분야 협력을 통한 국내 업체들에 시장 진출 기회를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는 최근 해외시장리포트를 통해 대만 인구 고령화에 따라 의료·헬스케어 수요가 커지는 동시에 인력 문제가 심화돼, 주목되고 있는 스마트 의료 방향은 크게 병원 프로세스 개선, 의료기기, 헬스케어 분야로 나뉘며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만 위생복리부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 인구, 50세 이상 알츠하이머 환자, 64세 이하 장애인 등을 포함한 장기요양 서비스 수요는 연평균 3%대로 증가해 2026년에 92만~1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장기요양 서비스 수요자 가운데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중이 60%를 차지하므로 인구 고령화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대만 정부는 스마트 의료·헬스케어 제도를 개선했다. 대표적으로 2018년 ‘통신진찰치료법’을 제정해 원격의료 허용 범위를 확대했다. 기존에는 도서산간 지역에만 허용되던 것을 퇴원 후 추적 관리가 필요한 급성 질환 환자, 장기요양병원에 입원한 만성 질환 환자, 대만 의료기관에서 치료 예정인 외국인, 재택 진료 환자 등에게도 적용할 수 있게 됐다.

또한 2014년 9월부터 국민건강보험 온라인 관리 시스템인 ‘My Health Bank’(각종 개인 진료 기록, 보험료 납부 명세 등을 조회 가능)를 운용하고 있으며 2019년 5월부터는 시스템을 기반으로 ‘SW개발 키트’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이 제도를 통해 스마트 헬스케어 앱 서비스 업체는 이용자의 계정과 연동하며 개인 의료 데이터를 동기화가 가능하다.

신기술과 신제품이 연일 출시되는 동시에 IT업계도 시장 선점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먼저 스마트폰·VR헤드셋 업체인 HTC는 2016년에 건강의료사업부를 설립했고 VR 기반 인체 장기모형 시스템을 개발해 학생와 환자를 대상으로 해부, 수술 관련 내용을 시각적으로 쉽게 전달 가능하다.

로봇 스타트업 Aeolus Robotics는 실버 케어 시장을 겨냥해 자체 개발한 서비스 로봇을 출시했는데 사람이 쓰러져 있을 경우 단순히 넘어진 것인지 건강에 문제가 발생한 것인지 판단해 보호자에게 신호를 전송해, 바닥에 떨어진 사물을 식별해 제자리에 가져다 놓거나 사용자가 배달을 지시한 물건을 지정한 장소로 옮겨주는 등 다양한 생활보조 기능을 수행한다.

이공계 명문대인 교통대학은 콘택트렌즈 속에 초소형·초박형 센서·칩을 장착해 스마트화하는 기술을 개발했는데, 안과 진단에 활용할 수 있다. Asus는 의료 분야 AIoT(지능형 사물인터넷) 업체를 2016년 신설하고 의료기기 개발사들과 제휴해 스마트 의료 공유 플랫폼을 구축했는데, 환자의 혈압·혈중산소포화도·혈당·심전도·초음파 영상 등을 원격 모니터링 가능하다.

“기술 고도화 넘어 실수요 관점 스마트화가 중요”

현지 전문가는 이와 같은 움직임에 대해 “의료정보 접근에 대한 부담이 적고 기술 도입이 상대적으로 용이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특히 의료기기의 경우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요소를 활용한 웨어러블 기기 외에도 AI 분야에 업계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아직까지는 연구개발단계 움직임이 많은 상황으로 평가된다.

또한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사용자 친화적인 인터페이스·기능 설계가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기술적인 관점에서 스마트 의료 제품을 개발하는 경우가 많은데 기술 고도화 만으로는 사용자에게 어필하기 어렵고, 실제 수요 관점에서 기술적인 지원을 제공하는 스마트화라야 의료계 종사자·환자·보호자의 관심을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만대학 인공지능로봇연구센터 지도 교수는 케어 로봇을 사례로 들며 “주요 서비스 대상이 고령자이므로 제품 개발 시 친근한 외관 디자인, 감정 인식을 통한 정서적인 상호작용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ICT 산업에 대한 강력한 추진력으로 시장을 넓혀가며, 성장세를 거듭하는 대만에 현주소를 확인할 수 있는 국제 의료·헬스케어 전시회(Medical Taiwan)가 내년 6월 11~13일 개최된다. 5만 5,000여명의 참관객과 해외바이어 등이 방문하는 전시회로, 병원용 전문 의료기기부터 가정용 의료기기와 건강용품 등 다양한 전시품목이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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