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협회가 결국 ‘회장 불신임’이란 의제로 임시대의원 총회를 열기로 했다. 임총에서 어떤 결말이 날지 모르겠지만, 이번에도 최대집 회장의 리더십 부재가 도마 위에 올라 유감스럽다.

안병정 편집주간

일각에서는 이번 임총 소집 요구가 지도부를 흔들고자 하는 정파적 목적이 있는 게 아니냐며 경계하는 시각도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대의원 3분의 1이 넘는 숫자가 동의서에 서명했다는 것은 그 만큼 바닥정서가 냉혹하다는 반증 아닌가. 왜 이런 사단이 벌어졌을까.

결론은 최대집 회장에 대한 실망감으로 봐야한다. 의료계는 2년 전 최 회장을 옹립할 때만해도 의쟁투 위원장으로서 그의 전력을 높이 샀고, ‘문 케어 저지’ 등 현안 타개를 위한 리더십에 큰 기대를 걸어온 게 사실이다.

그러나 회장에 취임 한 뒤 그의 행보는 많은 회원들을 당황스럽게 만들었고, 임기 2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최 회장이나 의협 집행부에 대한 평가는 야박하기 짝이 없다.

일일이 나열하지 않아도 의협지도부가 자신들의 공과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을 것이라고 본다. 그러기에 이제 와서 협상력을 탓하고, 투쟁 동력을 모으지 못한 역량을 비난해 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결국 지치고, 상실감에 빠진 회원들의 정서가 대의원회를 통해 임총 소집요구로 이어졌다고 본다.

물론 최 회장이나 지도부 핵심들도 '나름 할 만큼 했다'고 하소연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보여준 최 회장의 리더십은 회원들의 공감과 지지를 받는데 여러 측면에서 부족해 보인다. 그동안 돈키호테라고 나무라는 소리가 끊이질 않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정치적 편향성을 지적하며 직능단체 수장으로서 대단히 위험한 행태를 일삼는다는 걱정들을 쏟아 내기도 했었다. 그럼에도 마이동풍인것 같다.

그런 가운데 과연 최 회장이 진정한 투사였는가에 대한 회의도 컸다. 언제나 돌격대장을 자처했지만 회원들로 부터 ‘마이웨이’라는 빈축만 샀다. 지혜로운 장수였다면 우선 내부의 전력을 모으데 힘을 쏟았을 텐데 그는 매사가 나 홀로였고, 저돌적이기만 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내치’에 필요한 경청에는 아예 관심이 없었다는 지적도 많다. 평소 경험 많은 선배나 패기 넘치는 후배, 다양한 직능의 의사회원, 그리고 유관단체 등과 얼마나 소통했는지를 따져보면 다들 고개를 내 젓는다.

이처럼 외골수 회장이 회원과 멀어지면서 회원들도 의협에 대한 극단의 무관심을 드러낸것으로 보인다. 이런 무관심 때문에 투쟁력을 모으지 못한것이다. 결국 회장의 소통능력 부족으로 의협의 권위가 무너진 것이고, 이 때문에 정부와의 협상도 안되었으며, 투쟁도 안되었다고 봐야할것 같다. 일각에서는 의료 현안을 타개하지 못한 실정보다 지도자의 리더십 부재로 의사조직과 질서가 무너졌고, 종국에 의협이 황폐해졌다며, 이를 더 큰 손실로 보기도 한다.

어쨌거나 임총이 열린다니 두고 볼 일이다. 어떤 결말이 나올지는 모르겠으나 그렇다고 파국을 바라지는 않는다. 대신 의협이 개과천선하는 기회는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회원들이 신뢰하고, 정치사회가 존중하는 조직으로 의협을 바로세우는 일이다. 의협이 바로서지 않는 한 투쟁도, 협상도 어렵다는 것은 불문가지다. 따라서 이번 임시총회가 회장 불신임 문제를 넘어 의협의 권위를 되살릴 방도를 찾는 공론의 장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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